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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우탁 Aug 08. 2021

탈고가 힘겨웠던 에디터

내 글이 부끄러웠던 4가지 이유

주제가 명확한 매거진 에디터로 지금껏 다양한 글을 적어 왔습니다. 며칠을 고민하고 밤을 새우면서 조사한 자료들을 정리해서 관련 법안을 소재로 만든 콘텐츠도 있었고,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부분을 강조한 인터뷰나 취재 기사도 있었죠.

3년. 길지도, 그렇다고 짧지도 않은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그 시간 동안 제 이름이 들어간 매거진이 잡지사 창고에 한가득이고 작성한 콘텐츠는 그것보다 많지만 글을 쓰는 건 사실 여전히 어려운 것 같아요. 주제가 명확해도, 기획을 완성하고 탈고를 눈앞에 두고도 갈등할 때도 있습니다. '이게 진짜 소비할 가치가 있는 콘텐츠인가', '진짜 흥미로운 내용인가', '객관적인 사실을 기반으로 작성이 된 건가' 등등 고민의 이유도 다양하고요.


업무가 아니더라도 시도 때도 없이 이런저런 생각이 들 때면 글로 써봐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다만 가볍게 생각한 것들은 그만큼 쉽게 흩어지더라고요 생각, 아이디어, 기억은 휘발성이 짙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들었지만 유독 더 강한 것 같다는 멍청한 생각을 한 적도 많고요.

브런치 작가의 서랍, 아이폰 노트, 트렐로 등 뭔가 생각나면 그때그때 손에 잡히는 대로 러프하게, 거칠게 적어둔 생각이나 아이디어 등으로 가득합니다. 읽다 보면 당시의 감정이나 생각이 생생하게 기억이 나는 것도 있고, 아무리 읽어봐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이야기도 있죠. 그럴 때면 슬며시 스도쿠 어플이라도 설치해서 시작해야 하나 갈등에 빠지기도 하지만, 오늘은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서 왜 자신이 적어둔 아이디어나 생각, 감정을 곱씹어보는 것에도 차이가 있는지, 어떤 주제로 글을 쓰다가 책상 서랍도 아닌 브런치 온라인 상의 서랍에 박혀 데이터상으로도 퀴퀴한 냄새가 날 정도로 묵혀지고 있는지, 고민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문제를 명확하게 인지해야 그나마 올바른 해결법을 끄집어낼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정답을 정하고 문제를 찾는 것만큼 비효율적이고 어색한 짓이 또 없죠. 지금, 제가 생각한 그 이유는 이렇게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 설명이 어설픈 건, 나도 잘 모르기 때문에

아는 만큼 보인다, 아는 것이 힘이다 라는 말이 있죠. 다소 사무적이고, 계산적인 글을 많이 쓰게 되면서 절실하게 느낀 점은 객관적인 사실, 그리고 전문성의 중요성이었습니다. 믿을 만한 통계자료나 업계 전문가의 자문 등은 글 자체의 신뢰도뿐만 아니라 작성자에게도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힘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근거가 명료하지 못하거나 잘 알지 못하는 주제로 글을 작성하려면 거짓말을 하거나 흔히 말하는 유체이탈 화법을 쓰게 되죠.


2. 숨 막히게 긴 문장

개인적인 문제로 자주 언급되는 부분인데, 문장이 다소 길다는 지적을 아직도 받고 있습니다. 쉽게 고쳐지지 않네요. 문장에도 호흡이 있어서 읽는 이들이 편하게 보여줘야 한다죠. 한 문장으로 무언가 극적인 내용을 전달하고 싶어 자꾸 살을 붙이다 보니,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도 흐려지고 읽기에도 불편한 것 같아요.


3. 주제는 명확하게, 사례는 적절해야

개인적으로는 이게 가장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 자리에 앉아 글을 쓰기 시작할 때의 주제나 마음가짐은 꽤나 심플하고 명료한데, 조금만 지나면 말 그대로 산과 강으로 가는 자신을 발견한 적이 많았던 것 같아요. 또 읽는 이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적절한 사례만큼 좋은 장치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적절하지 않다면 오히려 방해가 되는 장해물 밖에 되지 않을 테고요.


4. 본론보다 더 본론 같은 부연설명

앞서 언급한 적절하지 못한 사례와 비슷한 성격입니다. 글, 콘텐츠의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한 부연설명으로 덧붙이는 글이나 참고자료를 삽입하다 보면, 자꾸 욕심이 나서 다소 세세한 내용까지 다루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어요. 농사를 지을 때 적당히 땅만 고르게 갈면 되는데 작은 돌멩이가 나왔다고 돌멩이만 찾아서 치우는 느낌이랄까요.



어떤 주제로든, 기왕이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글을 꾸준하게 적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것 같습니다. 엉성하거나 문장이 깔끔하지 못해도, 꼭 텍스트가 아니더라도 어떤 형태로든 기록을 하는 것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글은 꾸준히 쓰려고 해요. 몇 줄의 짧은 호흡이 될 수도, 긴 문장들로 가득한 재미없는 글이 될 수도 있겠죠. 다만 그 글이 그저 나만 볼 일기 같은 성격은 아니라면 다른 사람들이 봤을 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잘 전달되는, 적어도 읽기에는 편한 글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생각에 잠겨 이런저런 노트를 보며 제 문제를 찾아보고, 공유를 해봤습니다. 이것뿐만은 아닐 것이라는 직감이 강하게 들지만, 저 부분들만 주의를 해도 꽤 깔끔한 모습이 되지 않을까라는 기대도 들어요. 콘텐츠를 만드는 데만 급급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도 새삼 깨달았고요.


오늘 둘러보게 될 다른 브런치 작가분들의 글은 좀 더 의미 있는 느낌일 것 같습니다. 월요일인 내일부터 자신이 쓰게 될 글도 꽤 기대가 되고요. 생각만 해도 피곤한 월요일이었지만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출근을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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