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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loco Dec 22. 2020

말을 잘하는 당신이 모르고 많이 쓰는, 말의 습관

일단 사실 솔직히 말하면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일단 제목이 왠지 거창해서, 사실 쉽게 첫 문장을 쓰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아무래도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할 것 같아서다.


자, 오늘의 글은 이게 전부다. 위의 문장에서 제목에 붙은 단어만 빼면 된다. 일단. 사실. 솔직히 말하면. 아무래도. -인 것 같다. 그러면 말을 훨씬 더 잘할 수 있다. 엥? 뭔가 이상하다고? 말을 잘하는 사람의 습관을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니. 맞다. 이건 대체로 말을 잘하는 사람에게서 보이는 습관이다. 영상 만드는 일을 하면서, 꽤 많은 인터뷰를 하면서, 또 다년간의 수다....에서 비롯한 경험을 떠올려보면 그렇다. 그리고 이걸 빼면 훨씬 더 말을 잘하게 되는 것도, 맞다.


우선, 일단. 이건 대체로 ‘논리 정연병’에 걸린 사람이 즐겨 사용하는 표현이다. 어떤 일이 일어났을 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한참 듣거나 여러 주장이 혼재되어 정신없을 때. 바로 그 순간 나타난다. 일단~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그러니까 그것부터 하거나 해결하거나 등등의 표현. 이유, 과정, 방법을 논리적으로 시간의 순서대로 맞추려다 보니 그렇다. 주로 대표, 대장, 리더와 같은 표현으로 불리는 사람에게서 많이 들을 수 있다. 아, 물론 꼭 논리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종종 나오기도 한다. 앞에 아- 모르겠고 혹은 아- 됐고 라는 표현을 수반하긴 하는데 그다음은 대부분 이렇게 끝난다. 아- 모르겠고, 일단 밥부터 먹자.


그다음은 사실. 유사한 표현으로 솔직히 말하면- 이란 말이 있다. 또 다른 비슷한 방식의 말하기가.... 음, 있다. 내가 술을 마셨으니까 하는 건데~ 라는 거. 다, 별로다. 사실이란 말을 붙여버리면 그전에 했던 이야기는 사실이 아닌 건가? 솔직히 말하면이라고 해버리면 그동안 들었던 말은 솔직하지 않은 이야기인 건가? 술을 마셨으니까는, 어휴 됐다. 커피 마시면서 밥 먹으면서 할 이야기가 아니라면 술 마시면서도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보통은 ‘진짜’ 혹은 ‘진심’을 강조하면서 붙이는 표현인데 대체로 이러한 말이 오히려 그 신뢰도를 낮춘다. 많이 쓰면 쓸수록, 신기하게도 그렇다.


아무래도는, 그나마 좀 낫다. 다른 표현보단 좀 덜 사용되기 때문이다. 아무래도의 뜻을 찾아본다.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또는 아무리 이리저리 하여 보아도. 음, 과연 그러한가? 아무래도- 라는 말을 쓰는 순간에 과연, 이러했는가? 이것 역시도 다른 말처럼 결국 강조의 도구로 사용된다. 일단이 순서, 사실이 진심, 이것은 선택의 강조다. 어떠한 이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렇게 확신의 표시가 된다. 다른 까닭, 다른 무엇인가를 넘어선 그 여지없음이 나는, 늘 불편하다. 세상에 그렇게 확실하고 분명하며 온전한 일이 있나 싶다. 아무래도, 마음이 좁아서인가 보다.


마지막인 거 같다. 그래, 여기서부터 이미 문제다. -같다가 마지막이다. 이렇게 말하면 된다. 일단 사실, 솔직히 말하면 아무래도 –같다는 쓸모가 없다. 좋게 생각하면 지나친 겸손이고, 나쁘게 생각하면 자기 확신의 부재다. “저, 배가 고픈 것 같아요.” 응? 이게 무슨 소릴까. 배가 고프면 고픈 거고 아니면 안 고픈 거지. 너의 배 상태를 내가 추측할 순 없잖니. 이렇게 자기 자신을 나타낼 때, 이상하게도 많이 사용한다. 추운 거 같아요. 졸린 거 같아요. 슬픈 거 같아요. 이런 건 다 아닌 거 같아요. 추워요. 졸려요. 슬퍼요. 이런 건 아니에요. 이렇게 말을 해도 다 말이 된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 다른 사람에 대한 부족한 확신도 마찬가지다. 남들이 하는 이러쿵 저러쿵하는 소리의 대부분은 –같다로 끝나지 않았던가. 확실하다면 그것이 맞다면 절대로 –같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무래도 – 인 것 같다가 최악의 표현이 된다. 무엇보다 우선인 아무래도와 불확실의 –같다라니. 도대체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거야?


솔직히 말하면, 말을 못 하는 사람에게선 찾기 힘든 습관이다. 사실, 말맛을 내고 표현의 강약을 조절하기에 아무래도 이런 단어가 유용하기 때문이다. 일단 사용하면 말하기가, 글쓰기 수월해지는 거 같기 때문일 거다. 이것 보라. 하나도 어색하지 않으니까. 그래서 습관이 된다. 그래서 입에 붙는다. 자꾸 사용하고 내가 의식하지 않아도 먼저 뱉고, 그다음의 문장을 이어나가게 된다. 쓰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습관이 되는 것이, 문제다. 정확하고 적확하게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 말을 잘하는 것의 궁극적 목표는 여기에 있지 않은가. 습관은 만들수록 군더더기가 된다.


글도 잘 쓰고, 말도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여전히, 되고 싶다. 그냥 많이 하는 사람 말고. 그래서 곰곰이 생각하고 부단히 노력한다. 그렇게 하면 그래도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으니까. 당신에게. 그러면 좋지 않을까.



2020. 12.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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