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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mloco Jul 24. 2021

브런치가 재촉해서 쓰는.

2021년 첫, 글

오랜만에 글, 이란 걸 쓴다. 브런치에서 오랫동안 글을 쓰지 않았다며 알림이 와서. 예전에 남긴 것을 보니 지난해 12월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처음으로, 쓰는 거다.


기다리는 사람도 없었겠지만 왜, 라는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한다. 안부 인사 정도라고 하자. 그러나 즐겁고 유쾌한 소식보단 무엇인가를 잃어버린 것이 대부분이었다. 2021년의 상반기는 그러했다. 할아버지는 허리를 치료받으러 가셨다가 부주의한 병원의 잘못으로 코로나에 걸리셨다. 안 아프고 편히 잘 걷고 싶으셔서 찾은 병원인데, 기나긴 입원으로 근육이 빠져 그 이후론 휠체어를 타고 다니신다. 그리고 나는, 미래를 잃는 경험을 했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충만했고 아주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무척이나 힘들었다. 그 시기 즈음엔 가장 좋아하는 친구를, 잃었다. 아픈지도 몰랐던 게, 더 자주 얼굴을 보지 못했던 게 너무 속상했다. 세상이 무척 야속하고, 싫었다. 이러한 일이 연달아 생기니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2’를 볼 때마다 운다. 지난 시즌엔 그러지 않았는데.


어찌어찌, 버텨냈다. 이겨내진 못했지만 버티고 섰다. 올해를 시작하며 배우자에게 “2021년은 더 바쁘게 지내려고”라고 했고, 그렇게 되었다. 역시 입방정을 조심해야 한다고… 백신은 맞았지만 코로나는 끝나지 않았고, 쉽지 않았지만 어느샌가 적응을 한 상태로 무엇인가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었다. 처음, 팬데믹 세상을 맞이했던 지난해보다 능숙했다. 아, 대학교에서 수업도 했다. 2/3는 화상으로 1/3은 얼굴을 마주하고. 2시간 30분 정도 걸려 내려가서 6시간을 수업하고 2시간 30분을 운전해서 다시 올라오면 되었다. 고단했지만 새로운 자극이었다. 한 번의 특강이 아니니까 그동안의 경험을 한 학기의 수업으로 정리해서 전달, 하려고 했는데 어려웠다. 누군가에게 나의 지식을, 노하우를 알려주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님을 깨달았다. 물론, 그것보다 마음을 전하는 게 훨씬.


쓰고 싶었다. 까닭은 없지만 써야겠다고도 생각했다.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누가 시키는 것도 아닌데도. 믿을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뭐라도 쓰는 걸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도 꽤나 에너지를 써야 하는 일이라서. 잘하고 싶은 일이라서. 머리를 (나름) 굴려야 하는 일이라서. 막상 써볼까, 라는 생각이 들면 지레 겁이 나고 고개를 저었다. 실은, 좋아하는 마음이 딱 그 정도였던 것이다. 그래서 그 시간에 최대한 세상에서 도망갈 수 있는 것을 찾았다. 가끔은 책도 읽었고 때때로 TV를 보기도 했고 자주 위닝일레븐을 했다. 팀을 골라 시즌을 시작하는 마스터리그는 어느새 2079/80 시즌을 치르고 있었다. 2080년이라니! 이렇게나 글을 쓸 기회가 있는데, 반성하면서 늘 패드를 잡았다. 아, 메시는 여기서도 잘하네.


그래서 앞으로 글을 열심히 쓸 겁니다,라고는 또 못하겠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이런 비슷한 내용의 글을 브런치에 몇 번 올린 것도 같다. 오랜만에 글을 쓰네 어쩌네 저쩌네….. 오늘도 이걸 쓰려던 건 아니었는데. 게임기가 없는 밖으로 나온 덕분이다. 실은, 무척 바쁘고 고된 한 주였기 때문이다. 월요일이 엄마의 생신이었는데 정신없이 일하다 축하한다 연락을 드리지도 못할 정도로. 지난 주말에 축하해드리긴 했지만. 오랜만에 불효자가 된 기분을 잔뜩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결국엔 나를 위로하기 위해 쓰는 거고, 한참 지나 읽으면 또 위안이 될 거라는 걸 알아서. 그래서, 썼다.


썼다 지웠다 하는 이야기가 많아진다. 애석하게도 나는 여전히 나에게 솔직하지 못하다. 그래도 무엇보다 다들 건강히 무탈하게 지냈으면 좋겠다. 진심으로.



2021.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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