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식품 공장이나 조리장은 물 흐르듯이 설계하면 된다. HACCP 대응 공장 역시 물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자연의 이치처럼 상식적으로 개념 설계하면 된다. 지금의 현상을 보고, 논리 게임을 하듯이 풀어가면 된다. 배수로 설계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조금만 신경 쓰면 된다.
배수로 설계를 하기 위해서 생산 현장의 현상을 보면 가공용 또는 조리용 기계에서 냉각수 등이 발생한다. 또한 원부자재, 기계, 도구 등을 세척하면서 더러운 물이 발생한다. 이런 냉각수, 세척수는 배수로나 배수구를 통해서 밖으로 배출된다.
그리고 여름철에는 싱크대 배수구에 모인 음식 찌꺼기를 조금만 방치하여도 부패 미생물이 증식해서 악취가 생긴다. 공장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음식 찌꺼기를 제 때 치우지 않으면 썩는 냄새가 코끝을 진동한다. 그렇기 때문에 물과 함께 배수로로 흘러 들어간 찌꺼기는 작업 전후 또는 3시간마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잦은 빈도로 배수로 청소를 해서 찌꺼기를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배수로를 청소할 때 눈에 보이는 음식 찌꺼기만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완벽한 소독을 해야 한다. 그러므로 배수로를 설계할 때는 배수로 세척·소독 방법, 도구, 약제 등을 고려하여 배수로의 형태, 재질의 내약품성·내열성, 바닥과 배수로 이음 부분의 시공방법 등을 놓치지 않고 반영해야 한다.
이왕이면 배수로에 흘러들어간 찌꺼기가 쌓이지 않고 밖으로 잘 배출되고, 배수로의 물이 정체되지 않고 바로 빠져나가면 물기가 적어지고 잘 마른다. 이를 위해서 배수로 설계 때 매끄러운 표면 재질 및 표면 처리 시공방법을 선택하고, 배수로 물이 잘 빠지도록 배수로의 기울기를 정해야 한다.
배수로 위치도 작업장 위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배수로에 있는 물이 튀면 기계설비나 종사자를 오염시킬 수 있다. 따라서 배수로 위치는 기계 위치와 종사자 동선을 분석하여 결정해야 하고, 배수로 덮개를 설치해야 할 정도로 우려되는 상황이라면 작업 특성, 안전 민감도 등을 고려해서 배수로 덮개 형태 등을 선정해야 한다.
또한 강물이 상류에서 하류로 흘러서 바다로 가듯이 배수로도 자연스러운 방향으로 설치되어야 한다. 계곡물은 깨끗하나, 계곡물이 모여서 강이 되고 강이 넓어질수록 강물이 탁해지듯이 배수로의 흐름은 청결구역에서 준청결구역, 준청결구역에서 오염구역 순으로 흘러가게 설계해서 배수로로 인한 작업장 내부의 오염을 예방해야 한다. 만약 작업장의 배수로가 일반구역에서 준청결구역이나 청결구역으로 연결되는 역방향인 상태이고, 당장 공사를 해서 개선할 수 없는 여건이라면 배수로 청소 주기, 쓰레기 배출 주기 등 같은 소프트웨어 방법으로 역류로 인한 문제점을 최소화할 수 있겠지만 시설 측면 즉, 하드웨어 측면에서는 물길을 돌리듯이 바이패스 배수로를 중간에 추가 설치하는 방안을 고안해야 한다.
이와 같이 HACCP 대응 공장의 설계는 상식에 입각해서 하면 된다. 청결구역에서 일반구역으로 흐르는 공기 방향, 외부 공기가 작업실 내부로 들어오지 않게 하는 실내 공기의 양압, 현장 종사자의 입실부터 퇴실까지의 동선, 심지어 작업장에서 발생한 쓰레기 배출 동선까지 다 마찬가지이다.
공장을 설계할 때 공정이나 장비의 흐름은 일자형이 좋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다. 또한 흐름식으로 설계하는 것이 효과적이므로 부지, 건물 등의 형태에 따라서 일자형의 응용 형태인 L자 형, 포크형, 낙하형 등을 적용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많은 식품회사에서 HACCP 대응 공장의 설계를 할 때에 문제점은 우리가 전문 지식이 없거나 몰라서가 아니다. 오히려 '시간이 없다', '내 일이 아니다', '힘들다'는 말로 표현하는 무관심이 문제이다. 식품회사 임직원은 HACCP 대응 공장의 설계에 필요한 작업 형태, 작업 방식, 작업 환경을 알고 있다. 그리고 이런 것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 아니면 어떻게 하면 좋은 지를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장 지식과 일반 상식을 동원해서 개념 설계 방향, 설계 포인트를 잡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