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는 정부의 HACCP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온도·습도를 관리하는 공조시설을 새로 설치하거나 기존의 공조시설을 보완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적절한 온도와 깨끗한 공기를 유지하기 위해서 공조시설이 필요한 것은 알지만 공조시설을 설치하고 운영 유지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제적 부담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온도와 습도는 미생물 증식과 직결되는 식품안전 관리 요소이므로 온도와 습도를 제어하는 공조시설을 무시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므로 식품안전 확보 필요성과 경제적 부담이라는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슬기로운 묘안을 모색해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 안전한 환경을 마련하는 묘안 중에 하나가 공조시설의 용량을 줄이는 것이다. 공조시설의 용량은 냉각 또는 난방할 공기의 부피에 비례한다. 냉난방할 공간의 부피 즉, 공조할 작업 공간의 높이나 넓이를 줄이면 공기의 부피가 줄기 때문에 공조시설의 용량을 적게 할 수 있다. 따라서 개념설계, 실시설계 때 청결구역의 천정 높이를 낮추기만 해도 공조시설 비용을 절약하면서 원하는 온도관리를 할 수 있다.
공조시설 설치 비용을 걱정하면서도 ‘청결구역은 공조시설을 한다’ 또는 ‘작업장은 가능한 공조시설을 설치한다’ 식의 추상적이며 포괄적 접근은 버려야 한다. 이제는 작업 공간 중에 어느 공정 또는 기계 부분이 공기 및 온도 관리를 필요한 지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이와 관련된 공간의 면적, 높이 등을 최대한 제한하는 접근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공조시설은 식품안전 차원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장 종사자의 건강 차원에게도 중요하다. 뜨거운 열기와 높은 습도로 땀으로 범벅인 현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는 종사자에게 생산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오히려 만성 피로와 무력감으로 사고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고, 심지어 직업병까지 우려된다.
작업장이 높은 온도, 높은 습도, 심한 악취 또는 분진으로 문제 있다면 종사자의 복지 향상과 산업안전 차원에서도 공조 시설의 설치를 검토해야 한다. 만약 비용적 문제로 공조 시스템 설치가 어렵다면 급배기 장치를 보강 또는 추가하는 차선책이라도 구상해야 한다.
공조시설을 설치한 작업장의 측정 결과를 분석하여도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해결하는 방안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대개의 식품업체는 공조시설의 관리목표를 1,000,000 또는 100,000 클래스로 정하여 관리하지만 현장의 측정 결과나 공중낙하균 검사 결과를 검토하면 공조시설을 가동하지 않아도 이들 관리목표를 충족할 때가 많다. 이러한 결과는 작업장 관리의 우선순위를 작업장 공기의 품질보다는 작업장 온도, 증기, 습기에 두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공기 청정도보다는 현장 작업자가 체감하는 온도, 습도 등에 보다 더 관심을 갖아야 한다. 또한 산업안전, 종사자 복지 향상을 위한 노력이 식품안전 확보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욱더 그렇다.
따라서 설계할 때 공정 특성, 기계 특성, 작업 방식 등을 조사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급배기 시설을 국소 칸막이, 차단막 등 같은 건축적 요소와 연계해서 작업장 열기, 습기 등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도록 해야 한다.
참고적으로 여기서 말하는 공조 시스템, 급·배기 시설, 냉난방 장치는 식품을 취급하는 작업장 또는 조리장에서 이용하는 것이므로 식품과 직접 접촉하는 기계와 동일한 원칙과 관리를 해야 한다. 다시 말해서 이들 시설·장치의 재질은 제조용 기계의 재질과 동일한 내수성, 내부식성, 내화학성이어야 하고, 표면과 구조 역시 제조용 기계와 마찬가지로 매끄럽고 편평하며 각지지 않아야 한다. 설치할 위치는 교차오염 방지, 혼입 방지가 될 수 있는 곳을 선정해야 한다. 특히 급·배기구, 후드 등은 찌든 기름때 또는 분진 등으로 쉽게 지저분해지므로 현장 종사자들이 쉽게 그리고 자주 세척·소독하기 편리한 구조와 형태로 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