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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원택 Dec 11. 2016

뒤늦게 쓴 글

클레임 해결은 소통력, 신속 대처력이 필수이다

 기업은 매일같이 소비자 클레임과 전쟁이다. 대부분의 식품회사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소비자 클레임 건수, 클레임 종류가 증가하고 있다. 오죽하면 소비자 담당부서 직원에게 별의별, 각양각색의 소비자 클레임을 듣고 있다 보면 카오스(chaos) 상태가 될 정도이다. 


 클레임을 관리하는 법은 분류, 조치, 재발방지 순으로 나눌 수 있다. 일단 클레임이 들어오면 정량적, 정성적 분류를 하고, 클레임 내용의 경중에 따라 소비자에게 합당한 조치를 취해서 원만하게 해결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인간의 감정이다. 모든 클레임이 다 그렇치는 아니겠지만 식품업체가 상식 밖의 흉악 범죄를 저지른 듯 힐난하는 경우도 있고, 잘잘못을 떠나서 다짜고짜 욕을 하는 상황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부딪혔을 때 흥분하지 않고 담대하게 대처해야 한다.


 소비자는 식품을 먹다가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면 심리적 우위 즉, 갑과 같은 위치에서 불쾌감을 갖고서 회사에 연락한다. 그간의 소비자 클레임 전화나 이메일 내용을 보면 자신의 피해 사실, 피해로 인한 손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기업의 도덕성 등을 언급하고 있다. 물론 입에 담지 못한 욕설도 있다. 

 이런 내용을 담은 클레임을 받았을 때 갈등, 분쟁, 반목, 오해라는 단어와 보다는 소통, 이해라는 단어를 기억해야 한다. 서로가 처한 상황을 알고 서로를 이해하면 극단으로 치닫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상호 조율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클레임을 소비자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마음으로 소비자의 불만을 진정성을 갖고 경청하다 보면 생각 밖으로 원만하게 해결할 때가 있다. 반면에 클레임 담당 직원이 “글쎄요”, “그럴 리가요”, “기다리세요”, “고객님이 잘못 알고 계신 거죠”, “법대로 합시다” 같이 대응하거나 ‘함흥차사’, ‘무응답’, ‘담당부서 돌리기’식으로 대처하다가는 소비자의 감정을 더 격앙되게 만들거나 쓸데없는 다툼으로 커지기 쉽다. 사소한 클레임이 신문, 방송, SNS로 확대되어 생각지도 못한 곤란에 처할 수도 있다. 심지어 클레임의 원인이 유통과정의 문제, 소비단계의 문제 또는 원인불명이라고 밝혀져도 비도덕적 기업으로 매도될 수 있다.

 

 소비자 클레임을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클레임의 단계별로 대응절차, 대응방법을 규정한 매뉴얼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매뉴얼은 실제 상황에서 담당 직원이 활용 가능하도록 구체적이고 실전적이어야 한다. 


 매뉴얼을 만드는 요령을 클레임의 접수 방법 중 빈도가 많은 ‘전화 접수’의 일부분을 예로 들어서 설명하면, 클레임 전화를 누가 담당할 것인가를 가장 먼저 정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제품의 겉표지에 쓰여 있는 고객 상담실 직원을 선정하면 무난하다. 


 두 번째로 담당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 또는 자격을 규정해야 한다. 전화를 받는 사람이 어떤 수준과 능력을 가져야 할지를 자세하게 다루어야 한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는 속담처럼 담당자는 클레임을 전화한 그 당시의 고객을 이해하려는 어투와 자세가 있어야 한다. 아울러 제품, 클레임 종류에 대한 이해력과 전화 대응 요령을 갖고 있어야 한다. 매뉴얼에는 소비자 클레임 담당자가 아닌 다른 직원이 전화를 받았을 때 누구한테 어떤 방식으로 전화를 돌려야 하는지도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소비자가 전화했을 때 “담당자가 없다”는 식으로 전화를 여기저기 다른 부서에 돌리는 것은 고객의 화만 키워서 일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클레임 전화를 받는 사람이 다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으나 자신이 해결할 수 없는 경우라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전화를 돌려야 하는 가를 상세하게 정해야 한다. 좋은 예는 “저는 OO를 담당하는 직원이라, 담당 직원 000을 찾아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라든지 고객의 불만을 충분히 들어주고 육하원칙에 따라 기록한 내용을 고객에게 확인한 뒤 “조속히 연락드리겠다”는 방식을 택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조속히’라는 단어는 어디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통상적으로 아무리 늦어도 ‘다음날’이거나 24시간 이내라고 한다. 하지만 빠르면 빠를수록 소비자 불만의 증폭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매뉴얼에서 중요하게 다룰 사항 중 하나는 클레임의 심각성 즉, 회사에 미치는 영향 부분을 판단하는 부분이다. 이를 위해서 클레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 수집 능력, 수집된 정보 분석 역량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예상치 못한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가 존재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정보 수립력은 향후 법적 대응을 고려한 증거와도 연관되므로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소비자가 클레임을 제기할 때 소비자 담당자는 아무리 힘들어도 클레임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수집해야 한다. 제한된 정보라고 할지라도 문제가 클레임을 제기한 특정 소비자 한 사람의 문제인지 아니면 클레임을 제기한 제품 전체의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소비자가 전화를 걸어 “제품이 썩었다”든지 “포장이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라고 하는데도 전화를 건 소비자에게 국한된 문제로만 생각하고 대처하다가는 회사 전체를 심각한 위기로 끌고 갈 수 있다. 그러므로 소비자가 클레임을 제기할 때는 해당 소비자가 구입한 제품에만 국한되는 문제인지 아니면 해당 제품과 관련된 생산 로트(Lot) 전체 또는 당일 생산한 제품 전체로 확대될 수 있는 클레임인지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한 정보 분석을 위해서는 클레임이 접수되면 소비자를 바로 방문해서 좀 더 자세한 정보를 수집하고, 해당 제품을 수거하여 분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소비자를 방문하기 전에 클레임 제품에 대한 생산, 판매 등의 각종 정보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클레임 제품을 직접 확인하면 해당 제품의 로트 번호, 제조일자, 생산라인 등 생산과 관련한 각종 데이터를 조사하고, 해당 제품의 판매, 유통, 재고 현황을 파악하여 파일링 해야 한다. 만약 클레임 접수 단계에서 제품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되면 즉각 해당 제품의 출하를 금지시키고, 물류센터나 대리점 등에 연락해서 판매 또는 유통을 중지시켜야 한다. 필요하다면 제품 회수를 위한 단계로 즉각 전환해야 한다.


 회수는 강제회수, 자진회수가 있다. 하지만 회수의 종류를 따지기에 앞서 회수를 검토할 정도의 상황에서는 보관, 유통, 판매, 소비 모든 단계에서 얼마나 빨리 문제 제품을 다 회수하느냐가 관건이다. 회수는 무엇보다 ‘스피드’가 생명이다. 그러므로 회수 절차, 회수 방법을 미리 매뉴얼로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특히 회수를 결정하는 절차는 매뉴얼을 보고 신속한 판단을 가능케 해야 한다.

 

 회수 실시에 필요한 공장, 보관, 유통, 판매 등에 대한 정보는 평상시 관리하고 있어야 신속한 회수를 진행할 수 있다. 신속한 회수를 효과적으로 실시하기 위해서는 제품 고유번호, 공정관리 정보, 생산량 등과 같은 기록을 필요할 때 검색, 확인, 분석하기 좋은 형태로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기록은 통상 2년 또는 3년을 보관하다고 하지만 통조림처럼 유통기한이 긴 경우는 이보다 더 오래 보관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제품 관련 기록이 없다면 실질적 회수는 불가능하고, 회수 효율성은 둘째치고 인적·물적 낭비만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기록은 회사가 HACCP 시스템을 잘 구축·운영하고 있다면 선행요건관리 중 검사관리, 회수관리(이력관리 포함), CCP 모니터링, 기록관리 등을 통해서 어느 정도 충족되었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각종 기록은 있다고 하나 회수나 클레임 처리를 위하여 필요할 때 공장이나 본사 등에서 활용할 수 없는 형태 또는 내용이라면 무용지물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더 인식해야 한다. 


 클레임 정보를 분석하여 회수를 결정하면 공장에 보관 중인 제품의 회수는 쉽다. 출하를 정지시키고 창고의 제품을 확인하여 봉인한 다음, 생산이나 원료에 대한 이력을 추적하면 된다. 공장이라는 제한된 장소 안에서 이루어지므로 회수와 관련된 정보를 확인하고 그에 대한 조치를 하는 것은 간단하다. 그러나 유통, 판매 단계의 회수는 복잡하다. 우리 공장의 제품이 어느 창고로 가 있고, 어느 대리점 또는 도매상이 언제 얼마나 많은 양을 취급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에 대리점, 도매상 등에 대한 정확한 연락처(전화번호, 팩스번호 등)를 관리하여야 하고, 정기적으로 유통·판매 경로를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투명한 유통·판매 거래가 정착되어야 한다.

 

 클레임 접수, 정보 분석, 해결 또는 회수 결정 등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말처럼 쉽지 않다. 따라서 평상시에 시나리오별로 모의 훈련을 자주 실시하여 부족한 부분을 그때그때 보완 개선할 때 실제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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