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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원 Jan 01. 2018

나의 꿈은 소설가였다.


수년 전 급작스레 작가가 되고 싶었다.

유명한 작가가 되면 그녀가 내 책을 읽을 테고 영화에서처럼 나를 찾아와 복잡하고 아련한 표정을 짓고 그리웠다며 눈물을 글썽일 거라고 상상했는지 모른다.

진부한 클리셰의 삼류 영화처럼 말이다.

그 시절 나는 간절하게 바랐다. 물론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내가 유명한 작가가 되는 것도 그녀가 나를 찾아오는 일도....

때론 현실이 영화보다 더 잔인하고 슬프다.


그저 내가 원해 출판한 삼류소설을 그녀가 발견할 일은 애초에 없었다.

그렇다 해도 영화 [비포선셋]처럼 여주인공이 십여 녀 만에 남주인공을 찾아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성적이지 않았음을 인정한다.

인생을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살아야 살아남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 당시에는 그럴 수 없었다. 

매우 감정적이었고 모든것이 서툴렀다.


그렇게 나의 글쓰기는 시작되었고 기회를 더 잡고 싶었다. 소설가로 이름을 꼭 날리리라 다짐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냥 작가도 아닌 소설가로 유명해진다는 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일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나라의 척박한 문학의 한계를 탓하기라도 하면 좋겠지만 나는 그곳에서 한 참 벗어나 발버둥 치는 그저 그런 아마추어 소설가 지망생일 뿐이었다.

영화 속 대사처럼 꿈은 크지만 현실은 시궁창과 같았다.

그 사실 깨닫게 될 때까지 나의 꿈은 컸고 영화적 상상의 나래가 매일 밤 머릿속에 펼쳐졌다.      

차라리 고든 램지처럼 욕설을 퍼부어 주며 글을 쓸 생각을 하지도 말라고 해주면 좋으련만 대부분이 희망고문일 뿐이다.

‘죄송하지만 우리의 출판 방향과 맞지 않아서...’

이 전형적인 레퍼토리에도 나는,

그래? 그렇다면 나와 맞는 출판사를 찾아봐야지.

‘젠장! 그런 출판사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우리나라에서 소설가가 되기 위해서는 걸출한 상을 받아 등단하는 것이 지름길이다.

먼저 이름을 알려야 멋들어지게 주목을 받으며 책을 출판할 수 있는 것이다.

일단 책을 내줘야 유명해지지, 유명해지고 책을 내라는 말은 회사들이 모두 경력직만 찾으면 나는 어디가서 경력을 쌓냐는 말과도 같다.

수없이 많은 실패로 깨닫게 되는 순간 포기는 당연한 수순이다.


몇 년 후 나는 포기했고 다시는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어차피 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난 후다.

모든 것이 지긋지긋해졌다.

내 주제에 무슨 글을 쓴담.     

하지만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듯이 얼마 후 한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안녕하세요 누구누구시죠?”

“네,맞습니다만.”

“저는 담당자 누구누구입니다. 저희한테 원고 보내주셨죠?”

순간 나는 ‘됐구나!’라고 외칠 뻔했다.

“먼저 죄송하지만 출판은 좀 어렵게 되었습니다.”

뭐라고? 근데 왜 전화했는데?

“저희가 하루에도 수십수백 개의 원고를 받습니다. 물론 대부분의 원고가 중간에서 탈락하죠. 사실 제 책상에 올라오는 원고는 몇 개 없습니다.”

“아, 네.”

“선생님의 원고가 제 책상 위에 올라왔는데요. 읽힘도 좋았고 내용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케팅팀의 반대로 출판은 좀 어렵습니다.”

나는 사실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왜 그들이 반대했는지 알고 있었다.

한 출판사에서 내게 충고하길 이야기를 좀 더 속도감 있게 고쳐 문학상에 내보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그게 빠른길이라며.......

내가 상을 하나 받은 사람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지.    

 

“그래서 메일로 보내드리려고 했는데요. 음, 이렇게 전화드린 이유는 제가 볼 수 있는 원고는 정말 수백 개 중에 몇 개뿐입니다. 그 원고들은 이미 인정을 받은 거나 다름이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실망하지 마시고 더 좋은 글 쓰셨으면 좋겠다는 말씀 직접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나는 많은 출판사들에게 퇴짜를 맞으며 단련되지 않았다. 더 나에게 실망하고 절망했다.

사실 나는 수십년을 글에 매달린 사람도 아니다. 그것은 나의 글을 인정해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마치 나의 존재를 받아주지 않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였다. 그동안 덜컹거리던 내 삶에 절망한것이다. 그래 나는 그저 그런 사람일 뿐이라며.

그래서 단단해지는 것이 아니라 부러진 것이었다.

그의 전화를 받고 나는 정말 혼란스러웠다. 좋은 건가? 아니면 나쁜 건가? 그것도 아니면 놀림을 받은 건가? 대체 뭐지.

그리고 망치로 한 대 얻어터져 막힌 머릿속이 뻥 뚫린 듯 나는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다.

내가 글을 쓰려던 이유가 유명해지고 돈을 많이 벌기 위해서였던가?

아니다. 나는 단지 그녀가 내 글을 보고 나의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누군가를 깊이 그리워했던 순수한 마음에서부터 나의 글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녀 혹은 다른 누군가가 나의 내면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랐던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그때 나의 꿈은 단지 그거뿐이었다.


그래 나는 돈을 많이 벌거나 명예를 얻고자 했던 것이 아니다.

어느 순간 퇴색돼버린 꿈이었지만 그의 전화 한 통으로 나의 글쓰기는 다시 시작되었다.

이제는 꿈을 위해 글을 쓰지 않는다.

나의 이야기, 글은 내 존재 그 자체다. 나를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다.

반드시 책을 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한 사람이라도 내 글을 읽고 공감해주고 감동을 받는다면 나는 좋다. 

사실 나의 글의 고향은 그녀다. 그 사실을 부정할수는 없다.

이제 그녀는 없지만 그녀가 아닌 당신이 내 글을 읽어준다면 나의 오랜 그리움도 사라지지 않을까. 

왜냐면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녀는...  

바로  당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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