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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원 Mar 01. 2018

궤도를 이탈했다


365.2422 이 숫자는 지구가 태양을 도는 공전 주기다. 늘 일정하고 큰 오차 없는 궤도를 갖는다. 실로 신기한 일이다 우주는 광활하고 질서 없이 수많은 소행성과 먼지 가스 덩어리가 돌아다니지만 궤도는 늘 일정하게 유지되기 때문에 우리는 아름다운 지구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머지의 태양계 행성들도 마찬가지다. 다들 그들만의 공전 주기와 궤도를 가진다.

지구의 궤도가 틀어지거나 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될까. 아마도 태양으로 빨려 들어가 사라지던지 차디찬 우주 먼 밖으로 나가떨어져 버릴 것이다.

우리의 삶도 작게는 우주에서 태양을 중심으로 돌고 있는 지구처럼 하나의 행성이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만든 혹은 다른 이의 영향으로 만들어진 기준에서 돌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넓은 정원에 수영장이 딸린 집에 사는 중산층처럼 안정적이며 평온하다. 하지만 그 궤도가 틀어지는 날에는 우리 삶에 큰 위기가 찾아온다.

궤도를 벗어난 행성이 가혹한 대가를 치러야 하듯 인생도 마찬가지다.     



나는 틀어져 버린 행성이다.

조금씩 궤도를 이탈하다가 결국에는 밖으로 튕겨져 나가버렸다.

안정적이었던 궤도를 이탈하자 온갖 소행성과 먼지들이 나를 공격했다.

다행히도 태양으로 빨려 들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나는 피를 흘리고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한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은 단 하나뿐이다.

그곳에는 그곳의 삶이 있다. 그곳에 있는 나를 인정해야 한다. 내가 있었던 그 궤도로 다시 돌아가려고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삶과 죽음의 0과 1의 차이처럼 그저 그것을 안고 살아가는 것이냐 혹은 아니냐의 차이뿐이다.   

  

나는 본래 한량으로 태어난 놈이다. 삶을 감상적으로 바라보고 뜬구름이나 잡으며 살아야 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내 삶은 크고 작은 실패의 반복이었다. 바로 어제까지도 말이다.

그 결과 모든 것을 잃었다. 어쩌면 애초에 가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는 말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지만 그 말은 더 이상 실패한 이들에게 힘을 주지 못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이 오늘도 실패하고 있다. 그중 아주 소수의 사람들만이 다시 원래 궤도로 돌아간다.

그리고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실패를 딛고 큰 성공을 성취한다.

성공한 많은 사람들이 실패했을 때 포기하지 않았기에 그러한 결과를 얻은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해서 성공할 수 있지 않냐고 묻는다면 그래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하지만 더 이상 이십 대 초반처럼 열정이 넘치거나 자신감이 충만하지 않다.

기회도 눈에 띄게 줄어만 간다.     

완벽히 무너져버린 건물을 다시 세우기란 아무것도 없었던 처음보다 더 힘든 법이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잔해물과 깨져버린 골격을 먼저 제거하고 골라내야 한다.     

솔직히 나는 몇 년 전으로 돌아가 그때의 마음처럼 다시 시작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제 더는 실패를 바탕으로 더 잘 살아갈 거라는 다짐도 더 이상 할 수 없다.

마음은 아직 살아있지만 마음만으로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나는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담담히 받아들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오늘 그리고 내일의 순간을 살아가려고 하는 것이다.

진작에 그랬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현실과 이상의 차이도 모른 채 나만의 세계에 빠졌고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현실에 충실하지 못한 체 미래만을 바라보는 우를 범했다.

그렇기에 모든 원인과 결과는 내게서 시작되어 끝났다는 사실 또한 부정할 수 없다.

어떤 이는 그런 자신에게 죄를 물을지도 모른다.

사실 많은 이들이 그렇게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결코 고개를 숙이지 않을 것이다. 누군가는 한심하다고 할지 몰라도 나를 우울과 절망의 늪에 빠지게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삶의 성공을 바라지 않는다.

슬프지만 이제 나는 늙어간다.

도전과 실패로 삶이 점철된다 하여도 더 이상 무모한 일을 벌여놓을 수 없다.

예전에는 현실이라는 단어가 너무 싫고 슬펐지만 이제는 정말 현실에 적응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곳이 궤도에서 이탈한 머나먼 우주 어딘가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저 그곳에서 조용히 다시 일어설 준비를 할 뿐이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그것을 이겨내는 일로도 가득하다.  -헬렌 켈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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