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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원 Nov 08. 2019

그곳에 닿기를...

그곳에 닿기를...


기억하니, 오래전 가로등은 모두 황금빛이었다는 걸, 지금은 모두 무채색으로 바뀌었지. 차갑게 말이야.

그때는 아무도 없는 밤거리가 지금보다 더 따 뜻 했던 것 같은데, 

그건 어쩌면 그때 나의 마음과 지금이 달라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우리가 어떻게 변해갈지 알 수 없다는 게 때론 안타까워.

사람의 마음은 늘 변하니까. 아니 변하는 게 아니라 또 다른 우리를 만나는 것일지도 모르지.


새벽에 너의 집을 나와 텅 빈 도로 위를 달리면서 나는 그저 끝없이 달리고 싶었어. 그렇게 달리다 보면 그곳에 도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곳이 어딜까, 생각해봤지. 

나는 아마도 그때의 나의 마음에 달려가 닿고 싶었던 것 같아. 그때, 나의 마음에 말이야.


너에게, 나에게는 명확한 답이 필요했어. 하지만 너에게도 나에게도 그 답은 처음부터 없었을지도 모를 일이야.. 

나는 늘 우유부단한 인간이었어. 이도 저도 아닌 결정을 많이 했던 거 같아.

그게 나의 삶이었어.  

바보 같지만 왠지 모르게 그렇게 하면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 같았기 때문이야.

하지만 삶은 늘 어떤 일이 일어나곤 하지. 비극, 희극 사실 모든 것은 결국에는 일어나기 마련이야. 누구에게나, 언제든.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나는 그러했어. 

그리고 결국에는 하나의 결과로 끝을 맺고 말지. 


누구에게나 그렇듯, 우리에게는 늘 답이 있어야만 했어. 우리가 무언가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그렇듯 명확한 이유가 필요할 테니까.

내가 답을 주지 않는다고 해도 당신 스스로 답을 찾을 거라는 사실 도 알고 있었지.

그럼에도 나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던 거야.

누군가에 기대고 싶은 마음은 늘 있지만 의식적으로 그러한 순간을 벗어나려고 노력했어. 

불안정한 삶에서 의지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참 좋겠지, 하지만 동시에 오히려 더 깨지고 기 쉬운 삶이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도 그 안에 함께 있기 때문이야.

어쩌면 나는 너무 현재를 버린 채 과거를 후회하며 미래를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가진 것이라고는 유일하게 현재뿐이란 것을 너무나도 잘 알면서도 말이야.

내가 알고 있는 것을 나의 마음이 따라주면 좋으련만……


사람들은 하나 둘 결혼을 해서 가정을 꾸려가고 그 세상으로 들어가 살아가고 있지. 나는 어디에 있는 걸까, 마치 지구를 하염없이 돌고 있는 달처럼 나는 당신에게 다가갈 수 없었던 걸까. 

당신이 다가올 때 나는 그만큼 뒤로 갔어. 나는 그저 당신의 곁에서 달처럼 거리를 유지한 채 공전하기만을 바랐을지도 몰라. 

결국에 우리의 끝은 점점 멀어지는 달과 지구의 그 끝처럼 해피엔딩이 될 수 없을 테지.


모순적이게도 어쩌면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사랑일지도 모르겠어. 동시에 내가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몹시도 두렵지. 또 그것이 사랑이 아님을 뒤늦게 깨닫는다면 그때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마음, 그러한 부질없는 걱정들.


어떤 날이 내게 다가올지 모르겠어. 어쩌면 그저 지나간 날들만 쌓여 있겠지.

언젠가 어디선가 돌아보면 지금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이야기들과 순간들은 지나가버린 몇 정거장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

회색 불빛이 차갑게 떨어진 정거장의 빈 의자는 너의 기억에서 곧 사라질 거야.

그럼에도 우리는 목적지를 향해 달리는 버스처럼 어딘가로 또 그렇게 달려가겠지.

버스를 타고 내리는 수많은 이들처럼.

이제 예전처럼 누군가에게 잊히는 게 더 이상 두렵지는 않아.

삶은 만나고 헤어지고의 반복이니까. 누군가에게 잊히는 것 역시 너무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결국에는 깨달아야 하니까.

당신의 기억에서 내가 희미해져 가도, 언젠가 그렇게 사라질지라도 우리는 그 정거장에 함께 앉아 있었던 기억이면 충분할지도 몰라.

너무 의미를 찾으려 했던 날들도, 시간이 가는 게 너무 아쉬워 잠 못 들었던 그날도, 언젠간 결국 모두 저 멀고도 먼 깊은 심연의 마음속으로 사라지는 거니까.

그 기억을 서로 나누고 돌아서는 거니까. 

짧았던 우리의 그 날들은 서로의 마음속에 나눠 갖고 안녕을 고하면 되는 거니까……

미안하고 고맙다는 뻔한 말은 하고 싶지 않아. 다만 우리가 함께 나누었던 시간이 그리워지는 순간이 오면 그 그리움을 정말 소중히 간직할게.


나의 마음이 있는 그곳은 어딜까, 언젠가 푸르른 나뭇잎이 작은 바람에 흔들리면 그 사이로 반짝이며 들어오는 햇빛이 있는 그곳, 나는 나의 마음이 그 먼 곳에 닿기를 간절히 소망해.

그리고,

당신도,


당신이 원하는 그곳에, 그 마음에 닿기를 바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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