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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수람 Nov 11. 2022

'책 육아' 그 서사의 시작

  아이가 태어나고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 맘 카페를 수도 없이 들락날락하며 개월별 아이 발달상황, 국민장난감, 기저귀 핫딜, 물티슈 핫딜 같은 것들을 검색하며 살았습니다. 맘 카페는 저의 육아 지침서였습니다. 


  친정 엄마는 아이가 울면 "아기 배고픈가 보다 젖 물려라"했지만 맘 카페에는 수유 텀이라는 게 있었고, 먹놀잠이라는 패턴이 있었어요.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을 아는 사람들이 많았고, 그 사람들은 자신이 아는 정보를 부지런히 나눠주었습니다. 저는 육아에 대한 모든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철저한 정보 소비자였습니다. 아이가 잠들 때면 지금 아이가 잘 자라고 있는지 아이에게 지금 필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엄지손가락으로 맘 카페를 헤매고 다녔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정말 궁금한 것들 위주로 찾아보았습니다. '50일 아기 발달사항, 80일 아기 몸무게, 뒤집는 시기, 밤중 수유 언제 끊나요?' '잠자리 독립은 언제 하나요?' 이런 것들이요. 그러다가 문득 '촉감 인형', '사운드북', '돌잡이 수학' 이런 단어들이 눈에 들게 되었습니다. 이게 뭐지? 우리집에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살펴보니 그것들은 아이의 소근육과 오감발달, 호기심 자극, 수감각을 키우기 위해 필요한 것이었습니다. '휴,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다행이다'하며 어떤 촉감 인형이 좋은지, 어느 사이트에서 파는 사운드북이 더 싼 지. 폭풍 검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핸드폰을 손에서 조금 내려놓았더라면 이렇게 손목이 아프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지요.


  손에 잡히는 것은 모두 입으로 가져가서 물고 빠는 아이에게 중고 물품을 사줄 수는 없었습니다. 전부 새것으로 구입했습니다. 사실 아직 아이가 바닥에 누워 타이니러브 수더앤그루브 모벨을 을 볼 때였어요. '아기코끼리 코야'와 '동물 사운드북', '돌잡이 수학 전집'이 제 책 육아의 시작이었습니다.


  아이는 해님이 방긋거리고 나비가 꽃 속에서 튀어나오고, 코야의 기다란 코 끝에서 삑삑 소리가 나는 '아기 코끼리 코야'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매일 코야를 물고 빠는 아이를 보니 내 아이는 책을 좋아하는 아이로 클 것만 같았어요. 아이를 위해 사는 것은 하나도 아깝지 않았습니다. 평생 우리집 책장에 있을 것 같지 않았던 알록달록한 책들이 들어차니 든든했습니다. 훌륭하게 키울 자신이 있었습니다.


포동아, 이제 시작이야. 엄마만 믿고 따라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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