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gnes Feb 26. 2022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에우리디케를 찾길 바라며

뮤지컬 <하데스타운>


내일이면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막을 내린다.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봄을 다시 불러왔듯, 작년 가을에 시작한 하데스타운이 막을 내리자 세상은 정말로 봄을 앞두고 있다.


이 작품은 수미상관 구조를 통해 오르페우스의 여정이 반복되는 루프 설정이 더해졌다. 이런 설정 때문에 어느 순간 오르페우스가 힘겨운 여정을 무한히 다시 시작하고 있음에 마음이 복잡하기도 했다. 작년 9월부터 약 200회의 공연이 진행되었으니, 그는 하데스의 시험을 200번에 걸쳐 통과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헤르메스가 계속해서 벽에 틈이 있다고 말한 것처럼. 반복되는 도전 속에 장벽의 틈이 점점 벌어져서, 언젠가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다시 집으로 데려가리라 믿는다. (관객은 못 보겠지만 말이다.) 


그리스 신화 원전의 메시지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더 풍부하게 발전시킨 아나이스 미첼과, 간결하고 세련된 연출로 무대에 극도의 아름다움을 더해준 연출가 레이첼 차브킨은 천재가 틀림없다. 그리스 신화 행간에 생략된 맥락마저 이들의 재해석으로 채워지면서 <하데스타운>은 기존의 신화보다도 더 신화 같았다.


<하데스타운>이 다시 오게 된다고 하더라도 초연에 참여한 배우들이 얼마나 많이 돌아올지는 알 수 없다. 이토록 아름다운 이야기를 무대 위에서 캐릭터 그 자체로서 완벽하게 보여준 초연 멤버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보석 같은 가사가 참 많은 작품이지만, 1부 ‘Livin' It Up On Top’ 넘버에서 오르페우스의 건배사가 다사다난한 세상을 향해 던지는 한 마디 위로 같을 때가 있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위해, 그리고 지금 사는 이 세상을 위해.”


각자의 상황에서 자신만의 에우리디케(소중한 무언가)를 찾아 나서는 모든 사람들이, 결과에 굴하지 않고 오르페우스처럼 다시 시작할 수 있는 힘을 얻기를 바라본다. 헤르메스의 마지막 대사인 “우린 또다시 부르리라.” 와 같이, 결말을 알면서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의지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숭고한 마음이기에 말이다.




2022.02.26. (토)

작가의 이전글 언제 봐도 마음을 울리는 작품 <빌리 엘리어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