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있어 가장 지독했던 연인들은 나에게 있어 가장 큰 발전을 주었다. 그래서 언제든 나는 떠날 때마다 엄청난 감사를 지닌 채 떠날 수 있었다.
오빠를 만나면서 처음에는 버려지는 느낌도 있었는데, 다시 만나보니 오빠는 나를 너무너무 사랑했다. 내가 오빠를 사랑하는 것 보다 나를 훨씬 사랑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포옹할 때마나 느껴져서, 자칫 잘못하면 결혼을 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아차싶었는데 그런 생각이 든 상대는 처음이었다. 나는 오빠를 엄청나게 사랑했다기 보다는 우리 가정사도 다 알고 나와 성격도 비슷해서 엄청 편하고 편안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가끔씩 가스라이팅을 아주 친절하게 받고 있다는 느낌도 있었다. 거의 이 년 간 오빠를 알고 지내면서 그냥 잘 지내고 싶다는 생각 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오빠가 내뱉은 실수 아닌 실수의 말로 인해서 난 그저 떠나야겠다는 결심이 한 번에 훅 하고 들어왔다. 그건 오빠의 잘못이 아니었거 그냥 날 놔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나는 언제나 충돌한다. 언제나 그랬다. 매끄러운 점들도 물론 있었지만 충돌할 때에느 언제나 상대나 나나 엄청난 상처를 받았지만 결국엔 그 상처를 치료하기 위해서 우리가 부딪힐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를 내며 부딪친 것이다. 더 이상 부딪히지 말라고.
그리고 그걸 마주봤을 때 언제나 치유가 되었다.
예전엔 남자들이 하도 날 스쳐지나가서 내 곁에 머물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요즘엔 나를 이렇게 귀찮게 할 거면 그냥 단호하게 떠나버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신기하게도 좋은 남자들은 나에게 꽉 붙어서 나를 떠나지 않는다. 마치 거머리처럼.
그래서 나는 오빠를 일부러 다 차단했다. 원래는 그런 성격이 아니지만 지금 갑자기 들어온 만나는 인연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에.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 들이닥쳤는데 엄청 큰 느낌이 있진 않았기 때문에 스쳐지나가는 에피소드라고 스스로 이름표를 붙였지만 내가 생각한 예상과는 너무나도 다른 전개들 때문에 난 여전히 당황스럽다.
역시 옳다고 생각했던 것들도 뒤집어 보면 옳지 않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