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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ri Oct 06. 2024

고마워 사랑해 다시는 오지 마

나는 징징 짜는 연애 스토리를 좋아하지도 않고, 연인간의 사랑 또한 그냥 인간의 사랑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혼에 대한 로망도 없고,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그 사람이 없이 죽고 사네 라는 방식(?) 의 만남보다는 친구처럼 편안한 사람을 더 좋아한다.


   2년 전에 한 연애를 끝으로 누군가와 깊게 사귀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뒤로 나는 아쉬울 것들이 없어졌는데 그러다보니 요상하게 남자들이 많이 꼬이기도 했지만 결국 난 욕심도 없었고 내 꿈이 더 중요해서 항상 도망만 다녔다.


   그러다 문득 친구랑 같이 전시를 보러 다녀온 뒤로, 갑자기 연애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이전에 원래 알던 분에게 연락이 왔다. 나에게 사적인 감정이 없어보이길래 전혀 예상치도 못했는데, 그 사람은 처음에 끊임없이(?) 구애를 하다가 결국 나도 그 사람이 좋아져서 연애를 하게 되었는데 결국에 여러가지 이유로 헤어졌다. 그러고 난 다가오는 남자들을 막지 않고 고마운 마음으로 한 분 한 분 소중한 인연으로 만나기도 했다.


   내가 생각보다 오빠를 좋아했는지 오빠랑 헤어졌을 때에는 너무 아팠지만 몇 달 흐르고 나니 생각조차 안 났다.

   그러다가 오빠가 출장을 다녀오고 나에게 왔다. 9월 쯤이었던 것 같은데 우리는 또 다시 만났지만 어딘가 모르게 서로 편하고 좋을 때만 만나고, 서로의 짐이나 힘듦에 있어서 거리를 두었다.


   오빠가 많이 편했다. 그냥 가족같은 관계였는데, 곁에 있으면 안심이 되고, 비혼주의자인 나인데, 만약 결혼을 한다면 이사람이랑 할 수도 있겠다는 두려움도 있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서 실은 그리 달갑지는 않았다.


   나는 오빠 곁에 있으면 너무 편해서 그냥 이대로 안정적으로 관계를 유지해도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일로 지쳐있을 때, 문득 우리 관계에서 아주 사소한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에 대한 오빠의 대처가 너무 가벼웠다. 실은 평소같으면 그냥 넘길 일이었지만 나는 오빠의 손바닥 속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나를 너무 사랑하는 건지, 어떠한 기가막힌 끈이 있는 건지 잘라내도 잘라지지 않는 그 사람이 나를 떠났으면 좋겠다는 심보가 있어서 그냥 내가 차단을 해 버렸다. 그러다 나중에 연락을 해서 더 이상 나에게 오지 말라 했다.


   나도 모든 측면에서 상실감이 너무 커서 집에서 혼자 울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다른 사람이 나에게 왔는데, 실은 나랑도 너무 어울리지 않는 아이였고 내 스타일도 아니었지만,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생각하는

것도 예쁘고 예의바른 사람이라서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사람에게도 나와 같이 꽤나 진득한 인연이 있었던 것 같다는 느낌이 있었다.


   이 아이에게 은연중에 꽤나 많은 위로를 받았다.

   여전히 잡아둘 수 없는 사람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중간에 내가 도망가기도 하고,

   내가 이 아이를 만나다가 다시금 오빠에게 돌아가는

건 아닌지, 그게 너무나 싫어서 그 예측 가능한 결말에 이끌리고 싶지도 않아서 더 오빠를 차단했던 것도 있다.

   그러다가 결국 어찌어찌한 타이밍으로 이 아이랑도 더이상 만나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오늘 든 생각은, 모든 나에게 와준 인연에게 고맙다는 생각과, 오빠가 결국 다시금 나에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여러가지 것들이 섞여서 오랜만에 마음이 너무 아팠지만 요가도 하고 선물도 많이 받고 니카랑도 껴안고 있고 결국 그래도 감사한 하루를 보냈다. 난 이제 누구를 기다리고 싶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이끌려다니며 사랑하고싶지 않은 것 같다. 그냥 현재를 살다가 적절한 편안한 사람이 다가와서 서로의 단점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편안하게 산책하고 데이트하고 서로의 친구들에게 편안하게 소개시켜줄 수 있는 온화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젠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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