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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아작가 Jan 27. 2023

다정한 숨바꼭질

2022.01.27(금) 꿈 이야기

무서운 꿈을 꾸었다.

분명 꿈속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일어나니 잔잔하고 고요했다.

혼자가 된다는 건 얼마나 무섭고 두려운 일일까.

생각들이 계속 돌고 돈다.

마음이 돌다가 차게 식은땀을 손등으로 훔친다.

내내 도망가는 꿈.

정답이 없고 계속 끌려오는 그런 꿈.


꿈속에서 버스에 실려 이동 중이었는데

잠깐 정차한 버스정거장에서 창가 쪽을 보니

경찰들이 전기선에 몸을 담아 건너편으로 이동하는 훈련을 하더라. 모두가 아주 진지하게.

너무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을 보며 다시 차는 출발했다.


어느 곳을 가던 끌려 나왔다.

다시 나와 도망쳐도 다시 끌려들어 갔다.

꼭 꼭꼭 숨어라를 하는 것처럼, 다들 웃었다.

그리고 진절머리 날 만큼 친절했다. 그 다정함이 소름 끼친다. 모두가 나를 잘 찾는 것인지 내가 숨지 못하는 것 인지. 아니면 정말 술래잡기 놀이처럼 숨는 시간을 주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이동하다가 틈을 보고는 도망을 갔다.

아주 조용한 시장거리, 아무도 없는 이곳은 대 낮의 깡통사장 같은 느낌으로 살아있는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찰나에 얼마 못 도망가서 원래 있던 곳에 독을 쌓아둔 어딘가로 몸을 숙였다. 그리고는 손으로 더듬이는 데 투명하다 싶을 정도로 얇은 천을 발견하고는 몸을 덮었다. 그리고 숨죽여 찾으려 온 이들에게 바로 발견되었다. 이때만 해도 아이폰이 주머니에 꺼진 채 있었는데.


다시 어느 건물로 이동하고는 아이폰을 만지작 거렸다. 사람들 사이에 몇에게 빼앗길 뻔하다가 잘 숨기고는 화장실에서 꿈에 배필에게 연락을 했다.


그러다가 꿈에 나온 배필이 나를 찾으러 왔을 때,

내가 그에게 두 팔로 안기고 둘이 어설프게 공간을 빠져나와 차에 몸에 실을 때 아무도 방해하지 않았다.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차에 웃으며 타고 이동하던 내내 그랬고 차는 여유로웠고 주변은 잔잔했다.


후에 주변이 환해지며 사고가 났고 남은 것은 없었으며 그는 다리를 다쳤다. 둘 다 환히 웃으며 길가에 걸터앉아 이야기를 한 것 같다. 그 길은 지나온 길. 불 꺼진 것처럼 조용한 시장거리에 경찰들이 훈련받던 그 길이였다. 이 사고로 아이폰도 지갑도 모두가 다 일그러졌다.


그러다가 화장실을 가고 싶어 혼자 걸어 나왔다. 분명 오전에 차로 지나가던 집이었는데 다시 왔을 때는 주황불이 켜져 있었다. 문을 두드릴 때 무표정인 여자가 나와 문을 열었다. 아무것도 묻지 않고서 화장실을 내주고는 이내 문을 잠그더라.


멀리서 무섭고 날카로운 큰소리가 여럿 났는데 그제까지 소변을 누던 나는 그대로 그게 그임을, 그들이 나를 찾아내는 시간임을 직감했다.

정말 아무것도 없는, 이제 숨통만 남은 나는

이번 이 주황불빛의 집에 동그랗게 몸을 말고는 소리 없이 울며 숨을 죽였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능함에 온몸으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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