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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하잇 Mar 28. 2018

일곱

고해(??)




삶에서조차 어설프고 싶지 않았다그게 내가 내게 내린 숙제였다.      


나는 온 힘을 다해 부족한 사람이었다빼곡하게 한 바닥 손으로 내 이야기를 적어 내려가는 것조차 버거워타이핑 할 기력이나 조금 있을까느리고게으르며세상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기에는 턱 없이 어려운 사람그래서 나는 선택하기로 했다.     


선택한 것들만큼은 곧잘 해내고 싶었다두 번은 돌아보곤 했다몇 번은 부서지기도 했다하지만 그만큼 나 역시도 부서지곤 했다그 무수한 선택지들 가운데 나는 지금을 선택하였고낱개의 게으름 대신 하나의 완성은 꼭 가지고 싶었다그게 내 삶이었다나는 내 삶 정도는 완벽하고 싶었다.      


완벽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나는 나에게 바라는 것들이 아주 많았다그걸 이룰 수 없다는 정도의 타협은 이미 오래 전에 마쳤다나는 내가 만족을 배우길 바랬다나에게 만족한다는 것은 완벽하다는 증거였다어떻게 보면 하염없이 쉬운 이야기이다나는 그걸 일평생 갈구하고 살아가고 있다.     


어수선한 말들 사이에 진심을 숨기는 건 언제나 자신 있는 일이었다오랜만에 숨기기 놀이를 하는 지금무척이나 어설프다는 걸 느끼고 있다더 이상 진심을 숨기고 싶지 않은 걸까자신 있게 내뱉을 수 있는 진심이라는 건 세상에 없다나는 자꾸 세상에 내보여서는 안될 것들을 내보이려고 하고 있다.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건 내 전문이었다그럼에도 지금의 나는 점점 투박해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과연 좋은 일일까다시 쌓아 올려야하는 거짓과 포장들을 위해 또 그만큼의 상처를 겪어야만 할까끔찍한 일이다다시 한 번 경계해본다어설픈 건 차라리 안하니만 못하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어느 순간못지않게 말하는 것도 좋았다하루 종일 조잘조잘 대라면 댈 수 있을 것 같았다바쁘게 입을 놀리고 누군가에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고나는 점점 다른 쪽의 언어를 잃어가고 있는 기분이다조금씩 서툴러지고 있는 언어를 열심히 연습해본다꼭 나쁜 것만은 아니겠지만나는 더 이상의 언어를 잃고 싶지 않아.     


어쩌면 이 조각들 사이에서 가장 진심이 두드러지는 조각일지도 모르겠다고찰이나 일기를 쓰고 싶었던 것은 아니기에혹은 그래야만 한다더 이상 낯선 진심을 들이미는 건 실례다.     











*사진을 비롯한 모든 저작권은 작가에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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