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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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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도 Mar 08. 2020

프롤로그

영차도란 무엇인가?

1. '영차도'를 시작하며


오랜 망설임 끝에 '영차도'에 대한 기록을 남겨보려고 한다. 기대하는 독자는 단 한 명. 미래의 나. 


내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생각과 고민들이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이 아쉽기도 하고, 머릿속으로만 가지고 있어서 해결이 안 되는 것들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기 위해서 부끄러운 생각들과 행동들을 공개적으로 끄집어내려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부끄러운 얘기니까. '미래의 나' 하나면 충분하다.


우선 '영차도'에 대한 정의를 내리고 시작하고 싶다. 이 얘기를 하려면 먼저 나의 소중한 친구들에 대한 소개가 필요할 것 같다. 스무 살, 대학에 입학해서 처음 만난 4명의 친구들은 명문 대학을 졸업하고, 좋은 회사에 취직을 했다. 좋은 말로 포장을 하자면 '스스로 노력하여 성공한 직장인'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 아쉬운 말로 표현하면 '안타까운 월급쟁이'가 되어버린다. 누구 하나 금수저 물고 태어난 사람이 없다. 부모님이나 집안으로부터의 금전적인 지원은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부모님과의 '각자도생'을 아프게 희망하는 존재들이다.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여서 1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이런저런 '웃픈 사연'들을 공유하고 서로 위로하며 우리는 끈끈해졌다. 


이런 친구들과 함께 시도 때도 없이 얘기를 나누다 보면 언제나 얘기는 '재테크'로 흘러간다. 그리고 우리의 지상 최대의 고민은 바로 이 한 문장으로 함축된다.


'급여소득자로 살아가면서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잘 먹고살 수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항상 고민을 많이 하지만, 슬프게도 언제나 결론은 찾을 수 없었고, '영차하자'라는 말만 씁쓸하게 읊조리고 만다. 

영차 :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해 일을 할 때 기운을 북돋우기 위해서 함께 내는 말


나 역시도 어느 순간부터 '효율적인 자산관리'가 인생의 중요한 과제가 되어버렸다. 고정된 수입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영하는 것. 적어도 5년 전의 나, 혹은 취업하기 전의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니었는데, 짧은 급여소득자의 삶과 인생의 풍파를 겪고 나니 이렇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이번에는 본격적으로 '영차도'를 남겨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힘들고 어려웠던 재테크 경험을 조금이나마 유쾌한 경험으로 바꿔보기 위해. 


아, 그래서 '영차도'가 뭐냐면...

영차도(道)

1) Way to 영차. 영차하는 과정에 대한 일련의 기록

2) 영차하고자 하는 정신과 태도(feat. 기사도)


이 정도로 정리하고 '영차도 시즌 1'에 대한 본격적인 얘기를 풀어보려고 한다. 




2. 영차도 시즌 1(3.8 ~ 9.8)


처음이라 너무 긴 기간을 정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의 6개월이 내게는 무척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돌아오는 9월은 내 인생에 손꼽을 만한 9월이 되길 바란다. 내 소망대로 일이 흘러갔다면, 작년 9월이 인생 최고의 9월이 되었겠지만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된 이후 내게 기억에 남는 9월은 스페인 교환학생을 시작했던 2012년과 취업에 성공한 2015년 정도가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이번 9월이 유독 기대되는 이유는 뭘까? 우선 이사를 갈 예정이다. 2010년 6월 전역한 뒤 서울 자취살이를 시작한 이후로 10년 만에 깨끗한 아파트로 이사 가게 됐다. 나라에서 지원하는 임대주택이지만 그것도 감지덕지. 삼십 대의 주거불안을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히는 귀한 기회가 '다시' 찾아왔다. 모든 것이 삼세번이라고, 마음에 오래 남을 두 번의 실패 이후에 이렇게 다시 기적처럼 기회가 불쑥 찾아왔다. 결코 놓치고 싶지 않은 이사를 위해 6개월간 이사 밑천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9월이 되면 직장에 다닌 지 만 5년이 된다. 5년 동안 소박한 월급 받으면서 돈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눈에 띄는 결실을 맺지 못했다. 나름대로 계산기 두드려가며 열심히 모았는데, 틈틈이 학자금 대출 갚고 전세 보증금으로 밀어 넣고 나니 수중에 남은 것이 없어 보인다. 그래서 만 5년 차 직장인으로서 다시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최소한의 성과를 남겨보고 싶다.




3. 목표금액 300만원 + 3만원


6개월 동안 얼마나 모을 수 있을까? 이번 시즌은 300만원을 기준으로 삼고 시작한다. 매달 50만원씩 6개월 모으면 달성할 수 있는 금액인데, 50만원은 대출 원리금 상환액, 고정적인 적금 납입액, 내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지출을 제외하고 유동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이다. 이 돈을 즐겁게 굴려보고 그에 대한 기록을 남기는 것이 영차도 시즌 1의 소박한 목표다. 아직도 많은 부채를 짊어지고 사는 나에게는 부채 상환도 중요한 재테크지만, 목돈이 필요한 9월을 대비해 부채 상환은 유예한다. 참고로 현재 가지고 있는 부채는 적지 않다(한숨). 부끄러워서 총액은 상상에 맡긴다. 

현재 내가 짊어지고 있는 대출 종류와 대출 금리


300만원을 어떻게 모아야 잘 모았다고 스스로 인정할 수 있을까 따져봤다. 대출 원금 300만원(이율 3.2%)을 원금균등상환 방식으로 갚으면 대출이자가 2만8천원이니 최소한 그 이상의 수익을 거둬야 손해 보는 투자가 아닐 것 같다. 그래서 딱 3만원만 덧붙여서 303만원을 목표로 잡는다. 9월에 꼭 써야 하는 돈이기에 위험한 투자는 줄이되, 합리적인 투자를 계획해본다.


재테크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서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도 알지만, 막상 3만원이라고 써놓고 보니 큰 돈은 아니라는 생각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 매달 50만원을 고민해서 굴린 결과가 고작 3만원이라는 것도 우습다. 재테크에서 강조하는 시드머니의 중요성이 이렇게 나타나는 것일까?




4. 투자계획


50만원을 투자하는 계획은 특별한 계획은 없다. 단 하나의 철칙이 있다면 철저하게 '분산투자' 하는 것. 지금처럼 바이러스로 인해 세계 경제가 위축되고 있을 때 나처럼 투자 경험이 일천한 사람은 큰 손해를 보기 쉽다. 그래서 분산투자에 모든 것을 맡겨본다. 투자처를 나누고, 투자 시점을 나누고. 그리고 그것을 위한 철저한 투자 공식을 만들어 지키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50만원 = 해외 비과세펀드 20 + 국내외 ETF 20 + 증권사 발행어음 10

이 정도가 지금 내가 세울 수 있는 대원칙 정도가 될 것 같다. 각 항목별 세부적인 투자 내용은 매달 달라지겠지만, 매달 8일 위의 기준에 맞게 투자금을 넣어보며 투자에 대한 공부를 해보려 한다. 이것 이외에 부차적인 규칙을 세우자면 아래와 같다.

1. 매주 금요일 저녁 투자 현황 모니터링하고 기록을  남길 것

2. 목적이 뚜렷한 투자이기 때문에 너무 위험한 투자는 피할 것

3. 투자에 일희일비하지 말 것


부디 즐거운 6개월이 되었으면 한다. 목표를 세우고, 규칙을 세우고 하는 일이니 만큼 시스템을 확실히 구축하고 투자 습관을 형성하는 기간이 되길 바란다. 매일 등락하는 주가에 집착하기보다는 스스로가 구축한 시스템을 믿고, 틀린 부분을 수정할 수 있는 내가 되길 바라며 영차도 시즌 1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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