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지표를 넘어, 유저 행동 지표로 광고비를 확인하기
광고홍보학과 2학년에 복학하던 해에, 광고매체론을 수강하면서 처음 매체를 배웠다. 그전까진 내게 광고란 소비자의 마음을 흔드는 메시지와 소비자의 눈을 사로잡는 크리에이티브(광고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런데 사실 광고에서 가장 많은 '돈'이 투자되는 곳은 매체였다. 그 수업에서 배운 내용 중 많은 것을 잊었지만, 지금도 잊히지 않는 내용은 '돈을 가장 많이 쓰는 매체 운영에서 돈을 잘 쓰는 것이 중요'하단 문장이다.
우리가 돈을 잘 썼는지는 어떻게 평가할까? 만족감? 가성비? 효용? 기준이야 뭐가 됐든, 결국 돈을 잘 썼는지는 구매 상품간의 비교를 통해서 밖에 알 수 없을 것이다. 매체 구매에 대한 비교를 하기 위해서 비교 기준인 광고 지표를 많이 배웠다. 광고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었는지에 대한 도달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영상 광고를 집행했는지에 대한 조회율, 광고와의 인게이지먼트 중 대표적인 지표인 클릭 등을 배웠던 것으로 기억한다.
오프라인 광고를 하고자 했던 의지와는 다르게 온라인 광고를 통해 사회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GRP나 열독률 같은 ATL 매체(TV, 신문, 라디오, 잡지)의 지표보다 광고 노출, 클릭, 조회, CPM, CPC, CTR, CPV, VTR 등의 지표(디지털 광고 지표)에 더 익숙해졌다. 많은 캠페인 리포팅을 했고, 많은 광고 데이터를 뜯어서 CPM, CPC 등의 효율을 분석해오며 신입사원 시절을 보냈다.
내가 쓰고 있는 이 보고서가 맞는 소린가? 어느 날 결과 보고서를 쓰던 중 이상한 찜찜함이 계속 마음속에 머물렀다. 당시 매체별 데이터를 정리하며 광고 효율에 대한 보고서를 쓰던 중이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질이 떨어지는 매체가 직관적으로 질이 좋은 매체보다 더 좋은 광고 데이터를 내고 있었다. 상식적으로 포털 메인에서 깔끔하게 노출된 광고를 클릭한 것과 모바일에서 뉴스를 소비하던 중 난잡하게 노출된 광고를 클릭한 것이 같은 의미를 지니진 않을 것 같다는 솔직한 직감을 떨쳐낼 수 없었다. 이 찜찜함을 마음에 숨긴 채, 결과 보고서에는 계속 이 문장을 적어 내려갔던 것으로 기억한다.
"포털 광고의 CPC 보다 낮은 CPC를 기록한
네트워크 광고가 더 효율이 우수함."
내가 그때 떠올렸던 찜찜함이 맞는 것으로 확신하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광고를 통해 웹 사이트로 유입된 유저를 분석할 기회가 있었고, 유저를 분석한 결과 상식적인 생각대로 질이 좋은 매체가 더 좋은 효과를 내었기 때문이다. 많은 광고주들이 의심하듯, 또한 많은 마케터들이 경험적으로 알고 있듯, 광고 지표는 불안정하다. 이유는 단순하다. 노출 / 클릭의 질이 다르기 때문이다.
평상시 오프라인 매체에서는 모두가 그렇게 이해하는 것 같다. 5대 일간지의 첫 지면에 노출된 신문광고와 지금은 많이 사라진 지하철 무가지(무료 신문)의 첫 지면에 노출된 신문 광고를 똑같은 광고 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진 않을 것이니 말이다. 그런데 잘 정제된 지면의 배너 광고와 오클릭을 유발하는 지면의 배너 광고의 노출을 갖게 보는 사람이 많았던 경험을 토대로 추정하면, 온라인 매체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같은 노출 효과를 내는 것으로 간주하곤 하는 것 같다. 둘의 노출 효과는 분명 다르다.
사실 다행히도 디지털에서는 이를 조금은 해결해줄 도구가 있다. 개별 매체가 제공하는 광고 클릭은 매체별 노출의 질은 무시한 채 각자 단순 클릭 카운팅을 제공하지만, 웹 로그 분석(Google Analytics 등)이나 어트리뷰션툴(Adjust 등)을 통해서는 각 광고 클릭의 질을 확인할 수가 있다. 오클릭을 통해 유입된 유저는 금방 사이트를 떠나기에, 분석 툴은 곧 떠나는 유저를 확보한 매체를 구분해서 보여준다.
광고 캠페인마다 정말 다른 광고 목표를 갖고 있겠지만, 만일 유입을 목표로 하는 캠페인이라면 CPC와 CTR은 이제 버려두었으면 좋겠다.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로 대체하면 더 합리적으로 광고 목표를 측정할 수 있을 것이다. 유저 행동에 대한 특정 기준을 정해두고, 예를 들면 이벤트 페이지 50% 이상 조회, 기준을 넘긴 유저를 확보한 비용으로 매체를 비교해야 한다. 매체 A에서 CPC 300원으로 모객한 유저가 전환율(페이지 50% 이상 조회한 비율)이 10%이고, 매체 B에서 CPC 1,000원으로 모객한 유저가 전환율 50%라면 매체 A가 더 좋은 매체인 것은 절대 아니다. "매체 A가 매체 B보다 CPC가 약 700원 낮아, 매체 B보다 효율이 우수"라는 문장은 쓰지 말아야 한다. 다음과 같이 바꿔써야 한다.
매체 B가 CAC 2,000원으로 매체 A의 CAC인 3,000원보다 우수하다. 따라서 매체 B를 증액하여 더 효율적으로 광고를 집행하여야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더 합리적으로 매체를 비교하는 방법이다. 그리고 결국 이 방법이 광고비를 가장 아껴 쓰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