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광고 다시 생각해보기
뉴스 사이사이에 툭툭 튀어나오는 보기 싫은 광고들이 있다. 그리고 뉴스 기사를 넘기다 보면 원치 않게 홍보 페이지로 납치되어 불쾌한 경험들은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런데 이런 배너 광고를 통해서 사람들이 정말 물건을 구매할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불쾌한 배너들이 구매를 만들진 않을 것 같지만, 실제는 생각과 다르다.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이 배너 광고를 통해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고 있다.
광고 데이터들을 보다 보면 느끼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있는데, 숫자는 고정관념을 깨는 큰 도구이자 자극제라는 사실이다. 많은 이들의 고정관념은 '배너 광고는 효과가 없다'이지만, 실제 광고 집행 데이터를 보면 '배너 광고는 효과가 있다'. 배너 광고를 통해서 효과를 얻지 못한다면, 우리가 실제로 일상에서 자주 접하게 되는 수많은 커머스 대기업의 광고들은 무엇일까? 현재 커머스 대기업들은 엄청난 마케팅 비용을 디지털 마케팅 광고, 그중 배너 광고에 쏟아붓고 있다. 그리고 쏟아부은 배너 광고를 통해 더 많은 매출을 얻고 있다.
우리는 인간으로서의 심리학적 습성인 '인지 부조화 해소 기제'를 갖고 있다. 우리는 어떤 사람(이상향)이고 싶지만, 실제로는 그런 사람(현실)이 아니고, 이런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무의식적으로 어떤 사람(이상향)이라고 생각해버린다. 너무 복잡하게 얘기했지만 쉽게 풀어서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우리는 배너 광고를 불쾌하게 여기는 경험이 많고, 불쾌한 배너 광고의 영향을 받지 않는 현명한 소비자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는 자신은 배너 광고에 영향을 받지 않는 현명한 소비자라고 착각한다. 물론 배너 광고를 통해 좋은 제품을 사는 소비자들까지 현명하지 않은 소비자라고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광고는 기본적으로 Unwatnted Message(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메시지)이고, 많은 사람들이 찌라시로 폄하하는 상업활동이긴 하지만, 그 이면에는 소비자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과 학술 활동이 쌓여 있다. 소비자의 행동에 대해 설명하는 이론은 많지만, 가장 직관적으로 간단하게 이해하고자 소비자의 구매 행동 단계를 '인지 - 관심 - 행동'으로 나누어 보자. 소비자들은 광고를 통해 특정 제품을 알게 되고(인지), 제품에 대해 설명을 듣고 관심을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구매 여력에 따라 제품을 구매(행동) 한다. 그래서 많은 마케팅 담당자들이 제품을 알리기 위해서, 제품에 관심을 갖게 만들기 위해서, 제품을 구매하도록 촉진하기 위해서 광고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다. 그래서 소비자로서의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제품들을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제품들을 구매해왔다.
배너 광고 얘기에 거창하게 소비자 행동 이론을 가져온 것은 배너 광고가 소비자 행동의 3단계 모두에 큰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먼저 웹 로그 분석 같은 트래킹 도구를 사용하여 소비자의 행동을 추적해보면, 제품을 구매한 고객의 첫 유입 경로는 배너 광고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개별 고객마다 천차만별의 구매 과정을 거치지만, '배너 광고를 통해 홈페이지 방문 > 이탈 > 검색 행동을 통해 홈페이지 재방문 > 구매'의 과정으로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만만치 않게 많다. 이를 인지 부조화와 엮어 보자면 내가 검색을 구매하여 제품을 구매했기 때문에 배너 광고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 당신은 그 제품을 알게 된 첫 접촉이
배너 광고였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배너 광고를 통해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사람도 많다. 숫자 얘기를 한번 더 하자면, 소비자의 제품 구매 여정에서의 첫 유입(간접 전환)뿐만 아니라 최종 유입(직접 전환)에서도 배너 광고는 효과를 보이고 있다. 모든 메시지는 맥락과 맞게 노출되면 큰 주목도를 갖게 된다. 당신이 배너 광고를 보지 않고 흘겨 넘긴 것은 당신의 맥락과 맞지 않게 노출되었기 때문이다. 맥락에 맞춰진 광고는 소비자의 큰 관심을 얻고, 제품 구매로도 이어진다. 최근에는 미세먼지가 극심한 출근길에 마스크를 쓰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이는데, 당신은 마스크가 없이 출근 중이어서 타인을 보고 내심 불안한 마음이 들고 있는 경험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불안감을 가진 채 모바일에서 뉴스를 소비하던 중에 당신에게 미세먼지 마스크 묶음 세트 할인 배너가 보인다면 어떨까? 이럴 때 마스크를 사야겠다는 강한 충동을 느낄 것이다.
이렇듯 맥락에 맞춘 배너 광고는 제품 인지를 넘어
즉각적인 제품 구매도 발생시킨다.
소비자로서는 아쉬울 수 있지만 마케터로서는 다행인 점은 맥락에 맞춘 광고에 집중할 수 있는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너 광고를 집행하는 것은 돈이 든다. 그러나 선택적으로 노출을 조정하면 효율적으로 돈을 쓸 수 있다. 미세먼지가 가득한 날에만 배너 광고를 노출하여 구매 가능성이 높은 소비자에게 미세먼지 마스크 광고를 할 수 있고, 미세먼지 마스크의 상세 페이지를 다 읽었지만 다음에 구매하겠다고 떠난 고객에게만 광고를 노출하여 구매를 촉진할 수 있다.
최근엔 이를 타겟팅이라는 기술적 용어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지만, 굳이 맥락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더 본질적인 고민을 할 수 있고 보다 넓은 선택지를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겟팅을 통해서만 배너 광고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맥락이다. 소비자의 맥락에 초점을 맞추면 타겟팅 전략을 활용하거나, 특정 매체를 구매하거나, 구체적 메시지 전략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미세먼지가 있는 날에만 광고를 하는 것을 넘어, 건강 정보 제공 사이트의 배너 지면을 구매하거나, '혹시 나만 마스크를 쓰지 않아 불안한가요?"라는 메시지를 개발하여 배너 광고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소비자의 맥락에 대한 고민에서 나온 배너 광고는
마케팅 목표 달성을 위한 훌륭한 마케팅 도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