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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도현 Apr 12. 2020

피 말리는 치킨의 하루하루

말레이시아에서 한인 사업가로 치킨 매장을 운영하고 버티다 쓰러진 이야기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치킨 매장, 3층 숙소의 작은 방에서 나는 눈을 떴다.

하루 종일 뜨거운 공기를 식히려고 틀어 놓은 천장의 팬(fan)이 바닥의 먼지를 마셨는지,

목이 가렵고 컬컬하고 건조한 피부는 충혈된 눈과 함께 뜨거운 햇살로 눈을 뜰 수가 없다.


맥주를 마시고 잠들어서 인지 심장은 기름으로 가득 차고 새벽 3시에 매장 직원들과 회의를 마치고 잠들어서인지 역류성 식도염처럼 아픈 가슴을 쥐어짜며 숨을 내쉰다.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마시는 숨은 아픈 가슴에 통증을 느끼게 하고, 깊게 내쉬는 날숨은 더욱 급한 숨을 쉬게 한다.

'아, 숨이 쉬어지지 않는다.' 




말레이시아에서 사업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무리하게 마스터 사업권을 한국에서 가져왔다.

그리고 치킨점 1호점을 오픈했다.

그리고 2호점, 3호점을 오픈했다.


파트너를 찾고, 프랜차이즈를 찾고, 투자자를 찾았다.

그리고 점점 매장은 매출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왜 해외에서 치킨점을 운영하는가?"

사업의 기본, 장사의 기본도 없었다.

심지어 그 흔한 음식점 아르바이트도 해 본 경험이 없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도 타인과의 교감이나 이해도 부족했다.

맛집을 다니거나,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해서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월급쟁이로 살면서 매달 들어오는 월급에 익숙해있었다.

치열하지도 그리고 절실하지도 않았다.

나는 해외에서 매장을 운영하면서 '사장', '대표'소리를 듣고 싶었을 뿐이다.


"너 같은 놈은 장사를 하면 안 돼"

오기가 생겼다. 

장사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아도, 한국에서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사 와서 제대로 된 매뉴얼, 요리법, 소스, 운영 매뉴얼을 통해 젊은 말레이시아 인들을 대상으로 기존의 한식당이 아닌, 트렌디한 한국의 치킨 매장을 소개하고 싶었다.


브랜드를 카피하고, 흉내를 내는 것이 아닌, 한국에서 정식으로 인기 있는 브랜드를 가져와서 동남아에 소개하고 싶었다.


젊은 층에게 인기 있는 브랜드를 찾았고, 젊고 열정이 넘치는 브랜드 대표와 직원들에게 반했다.

함께 말레이시아 시장을 개척하고, 이후에 동남아시아에 한국 브랜드를 알리기로 했다.


브랜드 오너의 직접 투자와 참여를 통해 브랜드는 말레이시아에 빠르게 정착했고 그리고 근처에서 매출 1위와 줄 서기를 통해 빠르게 브랜드가 말레이시아 젊은 층에게 스며들기 시작했다.


자리가 없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 이 정도면, 성공이다"


파트너가 생겼고, 프랜차이즈를 오픈하겠다는 사람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공동 운영자가 생겼다.

매일매일 매장은 자리가 없는 문전성시가 계속되었고 그런 날들로 인해 점점 욕심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기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20년간 프랜차이즈를 관리, 운영한 GM을 채용하고, 마스터 셰프와 점장을 채용했다. 마스터 프랜차이즈로서 본격적인 프랜차이즈 매장 확장에 나서기 시작했다.


그런데, 매장에서 문제가 터지기 시작했다.


점장과 직원들의 갈등으로 인해, 말레이시아 직원들이 동시에 매장을 떠나버렸다.

밀려드는 주문을 받을 수가 없었고, 매장에 사람이 부족했다.

나는 매장에 투입되어, 일을 하기 시작했다.

'치킨을 튀길 수는 없어, 매장에서 서빙을 하고 그리고 마감을 직접 해야겠어'


매장을 운영하면서 모든 자금 관리를 점장에게 맡겼던 나는 기본적인 포스나 구매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계속 실수가 되었다. 기본적인 요리법도 알지 못했다.


"그냥 가만히 계시는 게 도와주시는 겁니다"

결국 점장과 요리사에게 무시당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다른 매장을 운영하고, 또 테마파크, 키즈카페, 빙수점 같은 다른 사업도 동시에 벌여놓은 상태라서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했다.


선택과 집중.

성공하는 사람과 실패하는 사람의 단 한 가지 차이를 알았어야 했다. 

그것은 바로 `선택과 집중의 기술' 나는 동시에 다양한 전선에서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매출이 급락하기 시작했다.

밀려드는 주문은 늦어지기 시작했고, 부족한 주방 인원으로 주방에서는 다툼이 일어났고, 매장에서 일하던 나는 몸이 지쳐서 제대로 된 직원 응대를 할 수가 없었다.

매출이 급락을 하니, 고정비를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재료비를 줄이기 시작했다.

매일매일 고객들과 어울리며 친구가 되었다.


" 친구를 만들고 같이 떠들고 놀자"


한국에서 유행하는 폭탄주를 직접 제조하고, 고객들에게 사은 품과 게임들을 하며 친해지기 시작했다.

다트 게임을 매장에 도입하고,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마케팅, 유명 블로거와 방송, 연예인을 초청했다.

고객들과 매번 눈인사를 하고, 매장에서 직접 문을 열어주며 고객들을 맞이했다.

직접 치킨을 튀기기 시작하고, 모든 요리를 배워 바쁠 때 주방일을 도왔다.

주방장 옷을 입고 매장을 다녔다.



'그래 다시 매출이 오르기 시작한다'

짧은 시간의 자신감, 그리고 다시 한국인 점장을 고용하고 그리고 매출이 급락해서 부도가 나려고 하는 프랜차이즈 2호점 매장을 인수했다.


자신감이었다. 장사가 안 되는 매장을 인수해서 리모델링을 하고 운영 중인 매장 직원을 파견해서 다시 살릴 계획이었다.


그리고 인수를 했다.

망한 매장을 인수하는 것은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

인테리어를 다시 시작하고 콘셉트를 바꾸었다.


그러나 자금 부족이 문제였다.


말레이시아에는 라마단이라는 무슬림의 금식기간이 있다.

이 기간 동안에는 매출이 급감한다. 그리고 직원들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어려운 시기에 매장들에서 손실이 시장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자금 유동성 부족은 회복 불가능으로 연결된다.


그리고 적자가 계속되기 시작된다.

급여가 밀리고, 식자재 잔금이 밀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콘셉트를 기획하며 투자를 받으려고 다닌다.


" 콘셉트만 바꾸면 다시 살릴 수 있다"

그렇게 매장의 콘셉트를 바꾸었다.

그러나 부족한 자금으로 인해 더 이상의 마케팅과 홍보가 불가능했다.

계속 그렇게 악순환이 되었다.


매일매일 잔금을 요청하는 식자재 및 잔금 공급 업체가 연락을 해왔다.

가끔 욕설과 무시가 계속되었고, 직원들은 무력해지기 시작했다.


"버텨보자, 연예인들이 오면 달라질 것이다. 이번 달만 버티면 다음 달에 좋아진다."

매일매일 정신 교육을 시켰고, 정신 승리를 했으며, 반듯이 이룰 거란 희망이 있었다.

포기하지 않는다. 



어느 날, 나는 두 개의 매장의 치킨 맛이 다르다는 것을 알았다.

기름과 온도에 따라 맛이 달랐다. 그리고 숙성 기간과 튀김의 방식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

본질, 디테일을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매장을 운영했던 것이다.

과연 내가 전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생각해보니, 나는 튀긴 음식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리고 프라이트 치킨보다는 찜닭이나 오븐에 구운 닭을 좋아했다.

그런데, 나는 단지 프랜차이즈라는 이유로 내가 좋아하거나 건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음식을 파는 매장을 운영하게 되었다.


"내가 잘하는 일인가? 내가 좋아하는 일인가?"

한국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한국 음식을 좋아하고, 한류를 좋아할 것이라는 것,

디테일한 상품, 제품, 시장조사와 브랜드 선호도, 음식문화에 대한 이해, 계절과 시즌 그리고 문화와 종교, 실제 식자재 및 각종 세금, 운영에 대한 노하우, 현지 인력의 숙달 수준, 경찰과 공무원의 부정부패와 감시, 감독.

규제와 인허가, 상권과 경쟁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그래서 다시 시장조사를 시작했다.

분명 매출이 적은 곳인데도 매출 전표가 높게 나오고 있는 매장들이 있었다.


'탈세'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F&B(외식업)은 음식의 재료, 가격, 브랜드, 마케팅, 맛, 서비스로 승패가 가려져야 하는 공정 게임이다.

그러나 말레이시아에서는 그런 것보다 더 다른 경쟁자들이 있었다.


화교들은 대부분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현금 거래를 한다.

그리고 도박, 매춘, 약 거래 등 온갖 불법 현금이 넘쳐난다.


그래서 쌓인 수억의 현금을 정상적인 시장으로 양성화시키기 위해 프랜차이즈를 사용한다.

두 개의 포스 머신을 통해 매출을 달리 기록한다.


즉, 한 달 매출이 1천만이라고 하면, 5천만 원으로 신고하고 일부 세금을 내며 양성화시킨다.

그러니 매장은 오직 매출이 많아져야 한다.

그리고 신고가 쉽지 않고 쉽게 정리가 가능한 외국인을 활용한다.


매장의 매출은 수익과는 상관없이 무조건 저렴하게 팔아 방문객 수를 높여서 매출을 높인다.

그리고 식자재들 역시 돈세탁을 통해 리베이트를 받는다.

그리고 쉽게 그만둔 주방장들을 통해, 쉽게 경쟁자의 브랜드와 음식을 복사한다.

저작권에 대한 보호, 그리고 레시피에 대한 보호가 없다.

주방장과 주방인력은 단돈 몇 십만 원에도 경쟁 업체에게 아무런 도덕적 미안함 없이 바로 이직을 한다.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말레이시아는 보이지 않는 경쟁자가 있었고, 그 경쟁은 이길 수 없는 게임이었다.


" 매장을 접자"

좋아하는 일이 아니었고,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전념하지 못했고,

집중하지 못했고, 시장을 읽지 못했고, 사람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그리고 흐름과 때를 읽지 못했고, 숨겨진 비밀과 현실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단 하나의 한국 브랜드도 말레이시아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오직 이 숨은 비밀을 아는 현지인과 파트너를 하거나 교과서나 일반적으로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사업을 하는 것은 필패의 길이였다.


한국처럼 공정하지 않았다. 인터넷 조차도 한국처럼 빠르지 않았다.

그리고 매장을 접기 시작했다.

다행히 구매자가 나와 매장을 팔았으나 손실은 매우 컸다.

미칠 것 같고, 하루하루 그 피 같은 돈을 투자해서 만든 장비들이 헐 값에 팔리는 것을 보면 억울해서 눈물이 났다. 눈을 뜨고 볼 수가 없었다.

피눈물이 나는 것 같았다.


" 그래도 다시 하라고 하면 나는 다시 똑같은 일을 할 것이다"

만약에 시도를 하지 않았다면, 나는 언젠가 이런 시도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만약에 이렇게 실패하지 않았다면, 나는 원인을 알지 못했고 성공 경험으로 인한 자신감으로 다른 사업에서 실패했을 것이다.


다른 사업에 대해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분석할 것이다.

그리고 철저히 준비할 것이다.


그래서 후회는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과정은 너무 힘들었다.


인생을 걸고 하는 모든 프랜차이즈 또는 자영업을 하는 것은 결국 물 위에서 수영을 하는 것과 같다.

허우적거리면 빠져 죽고, 방법을 알면 떠있을 수 있다.

그리고 멈추면 가라앉고 쉼 없이 앞으로 가도 끝이 없다.

그래서 사업, 장사를 하는 순간, 개인의 삶은 없다.


멈추는 순간, 물에 가라 않는 순간 또는 그 수영장에서 빠져나오지 않는 한 그 수영을 그만둘 수는 없다.

백종원, 그리고 성공한 것처럼 보이는 자영업자들,

모두 허상이고 진실이 아닌 것을 알았다.


그 수영을 좋아하고, 그 음식을 좋아하고, 그 맛을 좋아하고, 그 서비스를 좋아하고,

모든 것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장사를 해야 한다.


피 말리는 치킨 매장을 하루하루 운영하면서 보낸 3년의 시간들을 접고 난 뒤,

코로나 19로 온 세상이 시끄러운 시기에 그 철수와 실패에 대해 감사한다.


사람일은 모르는 일이다. 만약 그 3개의 매장을 말레이시아에서 운영하고 있었다면,

나는 아마도 숨이 쉬어지지 않는 날들이 지속되어 뭔가 큰일이 생겼을 것이다.


"모든 발생한 사실에 대해 감사할 뿐이다"

지난 일이 되어버렸고,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소중한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알았고,

엄청난 고난의 시간이였지만 좋은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다.

결국 성공을 위한 경험자산을 얻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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