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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은상 Jun 04. 2024

중수로 포지셔닝 하라

우리 사회에는 다양한 능력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일컬어 ‘고수’라고 한다면, 그에 비해 지식과 경험이 다소 부족하지만 초보자를 이끌 수 있는 사람을 ‘중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볼 때, 고수는 전체 인구의 약 5%, 중수는 20%, 그리고 나머지 75%는 초보자인 ‘왕초보’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포지셔닝(positioning)’은 원래 마케팅 용어로, 제품이나 브랜드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치를 설정하는 전략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개인의 브랜드화에도 이 개념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창직(創職)을 할 때, 자신의 포지셔닝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사업의 성패가 갈릴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한 전략적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수를 대상으로 포지셔닝 할 경우, 몇 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우선 고수가 차지하는 시장의 규모가 매우 작아 사업 기회가 제한적입니다. 또한 이들이 이미 해당 분야에 정통하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적을 수 있습니다. 게다가 고수 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전문성과 자원이 요구되어 진입 장벽이 높습니다. 아울러 고수와 소통하기 위해서는 전문 용어 사용이 불가피한데, 이는 일반 고객과의 소통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됩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고수 시장의 변동성이 크다는 점입니다. 고수들은 늘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요구하기에, 이들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는 지속적인 혁신과 업그레이드를 필요로 합니다. 이는 안정적인 사업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사람들이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설계하거나 새로운 분야에 도전할 때, 고수가 되기 위해 애쓰기보다는 중수의 위치에서 왕초보를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중수로 포지셔닝 할 수 있을까요? 앞서 언급한 대로 왕초보는 전체 인구의 75%에 달합니다. 중수로 포지셔닝 하면 이 거대한 잠재 고객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중수는 왕초보와 소통하기에 적합한 위치에 있습니다. 이들은 해당 분야에 입문하여 새로운 정보와 경험을 얻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기에, 중수가 제공하는 교육이나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풍부합니다. 여기에 중수는 고수처럼 어려운 전문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도 왕초보의 눈높이에 맞게 소통할 수 있어, 이들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기에 용이합니다.


나아가 중수는 왕초보를 가르치고 성장을 돕는 과정에서 스스로도 성장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를 가르치는 일은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정리하고 점검하게 만들며, 새로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중수와 왕초보는 함께 성장하며 선순환하는 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이를 비즈니스 사례를 들어 제시하면 이해가 더욱 쉬울 것입니다.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운영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이 플랫폼이 석학이나 최고 전문가 등 고수만을 초빙하여 고급 강좌를 제공한다면, 수강 대상자 범위가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실무 경험이 풍부한 중수 강사진이 초보자를 위한 입문 강좌를 다양하게 제공한다면, 잠재 수요층을 대폭 넓힐 수 있습니다. 더불어 플랫폼은 이 과정에서 중수와 왕초보를 연결해 주고, 그들의 상호작용을 통해 축적되는 데이터와 노하우 등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골프 레슨도 마찬가지입니다. 골프 입문자인 왕초보 고객 입장에서는 필드에서 갈고닦은 프로 골퍼의 고급 레슨보다, 자신과 비슷한 입장에서 조금 더 앞서 경험한 중수 골퍼에게 배우는 것이 더 친근하고 편안할 수 있습니다. 중수 골퍼 또한 프로 골퍼를 대상으로 레슨 하는 것보다, 많은 왕초보 골퍼를 만나고 그들을 지도하면서 새로운 보람과 활력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중수의 힘은 비즈니스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교육, 문화, 예술, 스포츠, 정치 등 사회 곳곳에서 중수의 역할이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최고 권위자도, 그렇다고 문외한도 아닌, 중간자적 위치에서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대중과 전문가 집단을 연결하는 가교 구실을 합니다.


중수의 시대, 이는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당신이 어떤 분야에 몸담고 있든, 최고가 되려 애쓰기보다 그 분야의 중수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은 어떨까요? 당신의 내공과 경험을 나누어 더 많은 이에게 도움을 주는 것, 그리하여 스스로는 물론 함께하는 이들과 동반 성장하는 것. 이것이 바로 우리가 추구할 만한, 새로운 성공의 물줄기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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