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은 해외 미디어교육 유관기관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유럽 각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연구 동향과 교육 현황 파악을 위해 지난 10월 덴마크와 핀란드를 방문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지수(Media Literacy Index, Open Society institute 발표) 상위권을 기록1)하는 유럽 각국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문서로만 접했던 연구·교육 현장은 실제로 어떠했는지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황미연, 황서현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교육팀 과장)
덴마크에서는 지난 10월 제9회 ECREA(European Communication Research and Education Association, 유럽 커뮤니케이션연구교육협회)2) 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ECREA는 어린이·청소년과 미디어, 디지털 문화와 커뮤니케이션, 수용자 연구 등 25개 커뮤니케이션 연구 주제별 분과를 둔 유럽 최대 규모의 커뮤니케이션 학술 단체이다. EU를 중심으로 매년 각국의 미디어 연구자들이 참석하여 연구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콘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다.
‘리씽크 임팩트’(Rethink Impact)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2022 ECREA 콘퍼런스3)는 1,300여명의 연구자가 참석한 가운데 덴마크 오르후스대학에서 3박 4일 일정으로 진행됐다. 콘퍼런스 세션 중 미디어교육 현장에 시사점을 제공할 수 있는 내용 중심으로 소개한다.
콘퍼런스는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동권리 보호, 청소년 정신건강 등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자 중 하나인 소니아 리빙스턴(Sonia Livingstone) 런던정경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의 기조 강연으로 시작했다.
리빙스턴 교수는 먼저 UN 아동권리위원회4)가 채택한 디지털 환경 관련 아동 권리에 대한 ‘일반 논평 제25호’에 대해 소개했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아동이라면 마땅히 누려야 할 건강하게 자랄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을 규정한 국제인권협약인 ‘아동권리협약’ 이행을 모니터링 하는 국제기구이다. UN 일반 논평은 이러한 협약이나 국제 조약을 개별 국가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실천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으로 기능한다. UN 아동권리위원회는 지난 2021년 2월, 디지털 환경에서의 아동 권리 보장에 대한 ‘일반 논평 제25호’5)를 채택해, 디지털 세상에서도 아동의 권리가 존중받고 보호되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6) 리빙스턴 교수는 “디지털 환경은 변화에 발맞춰 어떤 행동을 취하기에는 너무나 빠르게 변한다. 그럼에도 아동의 삶에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들이 중요하다”며 일반 논평 25호가 채택된 이유를 강조했다.
뒤이어 어린이에게 안전한 디지털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한 연구 네트워크인 유럽연합 키즈 온라인7)에 대해 소개했다. 이는 어린이가 맞닥뜨릴 온라인상에서의 위험, 안전, 기회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여, 어린이의 안전한 디지털 삶을 위한 정책적 제안을 뒷받침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프로젝트이다. 2015년부터는 유럽연합 키즈 온라인을 전 세계적 프로젝트인 글로벌 키즈 온라인으로 확장하기 위해, 유니세프와 협력하여 전 세계 40여개 국가의 대학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한 연구 기반이 충분치 않은 다른 나라에서도 관련 연구를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연구 방법 가이드8) 등을 공유했다.
리빙스턴 교수는 “유럽연합 키즈 온라인을 글로벌 키즈 온라인으로 확장함에 따라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혔다.
콘퍼런스의 여러 주제들 중 ‘뉴스 미디어와 청소년’, ‘디지털 건강과 웰빙’ 등과 관련된 주요 내용을 중심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핀란드 헬싱키대학 저널리즘 석사과정 라스무스 킬로넨(Rasmus Kyllönen)9)은 ‘생산자의 관점에서 본 북유럽 어린이 뉴스’라는 주제로, 핀란드 어린이 뉴스 제작자 인터뷰를 통해 분석한 어린이 뉴스 콘텐츠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는 핀란드 최대 종합일간지 <헬싱긴 사노맛(Helsingin Sanomat)>의 어린이 신문 <라스뗀 우우띠셋(Lasten Uutiset)>10),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Yle)>의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뉴스 서비스 ‘WATT NYTT’11), 핀란드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스웨덴어 뉴스 매거진 <HBL 주니어(HBL) Junior>’12)를 중심으로 분석했다.
각 서비스 제작자를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어린이의 의사소통 권리와 시민권을 인정하고, 아동기를 미완성의 시기가 아닌 그 자체로 가치 있는 시기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 지점이 중요한 이유는 타깃 시청자에 대한 콘텐츠 제작자의 인식이 곧바로 그들이 제작하는 콘텐츠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어린이 뉴스 제작자는 어린이를 미디어로부터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대신, 적극적인 미디어 생비자(prosumer)이자 미래 사회의 일원이 될 존재로 인식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뉴스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결론지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내용을 구성할 때에도 어린이를 미디어로부터 보호할 대상으로 볼 것인지, 어린이의 미디어 이용 자율성을 지지해 줄 것인지 등 어떠한 관점에서 바라보는지에 따라 교육 방향이 달라진다. 따라서 어린이의 미디어 이용에 대한 관점을 면밀히 설정하는 것이 중요함을 알 수 있다.
■독일 라이프니츠교육정보연구소의 베로니크 하인즈(Verhovnik Heinze) 연구원13)은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를 청소년 시민 교육의 ‘오피니언 리더’로 활용하면 효과적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14)를 발표했다. 그는 청소년 사이에서 인기 있는 인플루언서와 함께 허위정보 개념에 대해 설명하는 교육 영상을 제작했고, 이 영상을 시청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허위정보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음을 알 수 있었다고 밝혔다. 특히 인플루언서와 맺은 커뮤니티 속 의사소통, 즉, 영상 댓글을 통해 인플루언서와 직접적, 개인적 의사소통을 하는 접근 방식이 교육 내용을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청소년이 어떠한 형식의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는지, 어떠한 방식의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있는지 파악한 뒤, 이를 적용해 교육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활용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위의 사례처럼 교육적 매개자로서 인플루언서를 활용하는 방법,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방법을 활용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핀란드 탐페레대학 구나 스푸라바(Guna Spurava) 연구원15)은 콘텐츠 단위로 비판적인 시각을 길러주는 미디어교육뿐만 아니라, 미디어 플랫폼 자체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데이터 수집을 통한 플랫폼 기업의 수익화 메커니즘 등에 대해 교육할 필요가 있음을 역설했다. 미디어 플랫폼에서 제공되는 정보는 플랫폼의 상업적 원칙에 따른 콘텐츠 필터링, 노출 우선순위 설정 등 자체 알고리즘을 통해 선별된다. 이에 따라 플랫폼은 사람들이 정보를 접하는 방식을 제어하고, 그에 따라 의사 결정 프로세스에 영향을 주게 된다. 결국 플랫폼의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에 대한 통찰력이 없으면 의사 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선택하고 평가하는 개인의 능력이 잠재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은 플랫폼에 대한 인식이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주요 내용으로 포함되어야 함을 보여준다.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 리사 에스티 푸지 할탄티(Lisa Esti Puji Hartanti) 박사16)는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리터러시 캠페인을 소개했다. 인도네시아 정보통신부는 디지털 리터러시를 전국적으로 알리기 위해 범국가 차원의 ‘시베르크레아시(SiBerkreasi)’ 캠페인17)을 2017년부터 전개하고 있다. #MakinCapDigital18)을 슬로건으로 하여, 디지털 리터러시 개념과 중요성에 대해 알리는 캠페인, 교육, 세미나 등을 다방면으로 진행하고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 자료를 모아둔 웹 포털19)도 운영하면서 디지털 리터러시 개념과 교육을 사회 전반으로 확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1년 3월에는 디지털 기술, 디지털 문화, 디지털 윤리, 디지털 안전에 관한 4가지 교육 모듈을 개발, 인도네시아의 모든 지방 자치 단체에 배포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인도네시아 정부도 디지털 리터러시를 정규 교육 과정에 통합해야 하는 큰 과제를 안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메트로폴리탄대학의 할라 홀마르스도티르(Halla Holmarsdottir) 박사20)는 디지젠(DigiGen)과 유스스킬(Youth Skills, ySKILLS로도 불림) 프로젝트에서 얻을 수 있는 시사점에 대해 소개했다.
먼저 디지젠21) 프로젝트는 오늘날의 어린이와 청소년 그룹이 일상생활에서 디지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디지털 기술 변화로 인해 어떠한 영향을 받는지에 대해 연구하는 프로젝트이다. 디지젠 연구는 △가족 △교육 기관 △여가 시간 △아동 및 청소년의 시민 참여라는 네 가지 영역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디지젠은 각 영역에서 ICT가 어린이와 청소년의 건강, 라이프스타일, 웰빙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주목한다.
유스스킬(2020~2023년)22) 프로젝트는 청소년의 디지털 기술 개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분석하고, 디지털 기술이 청소년의 웰빙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연구하는 ‘호라이즌 2020(Horizon 2020) 연구 및 혁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자금을 지원 받는 유럽연합 프로젝트이다.
디지젠과 유스스킬 프로젝트는 네 분야의 참여 그룹(아동 및 청소년, 학계, 정책 입안자, 교육 실무자)으로 구성되어, 아동·청소년의 디지털 환경과 관련한 사회적 의제를 발굴하고, 연구 결과에 입각한 정책을 마련하며, 연구와 정책·실천 간의 진정한 상호 작용을 보장하기 위해 구성됐다. 디지젠 프로젝트의 주요 연구 주제로는 ‘아동의 정보통신기술 이용과 가정생활에 미치는 영향(2020년 6월), 유럽의 디지털 빈곤 아동(2021년 3월)이며, 유스스킬 프로젝트의 주요 연구 보고서 주제로는 ‘인터넷 관련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청소년: 디지털 기술의 이점과 위험(2022년 9월), 비정규 학습 맥락에서 청소년의 디지털 기술 실습(2022년 7월), 청소년 디지털 기술 지표: 유스스킬 디지털 기술 측정의 개념화 및 개발(2021년 1월)’ 등이 있다.
디지젠과 유스스킬 프로젝트 연구는 국가 및 유럽 차원에서 디지털 리터러시 관련 권장 사항을 공식화하고, 각 주체 간의 협력 및 상호 작용 구축에 도움을 주는 데 목표를 둔다. 디지젠과 유스스킬 연구 결과의 동향을 꾸준히 파악해 아동 및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개념적, 방법론적, 정책적 방향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핀란드의 미디어교육 주요 기관을 소개하고 각 기관별 질의응답 내용을 전한다.
■ 헬싱키 중앙 도서관 오디
헬싱키 중앙 도서관 오디(Helsinki Central Library Oodi)23)(이하 ‘오디’)는 37개에 달하는 헬싱키 시립 도서관 중 하나로,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기념해 개관하여 ‘국가와 시민이 받은 100살 선물’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설립 단계부터 시민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도서관의 각 층별로 놀이와 여가생활, 업무, 학습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강조해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오디는 총 3개 층으로 구성돼 있다. 1층은 때때로 예술 공연이 열리기도 하고, 방문객들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는 개방적인 로비 공간이다. 2층은 게임 부스, 악기·녹음 스튜디오, 공유 키친, 재봉 공간, 사진·영상 촬영 및 편집 스튜디오, UV 프린팅 작업대, 3D 프린터기 등이 곳곳에 구비되어 있는 메이커스페이스와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회의실로 구성되어 있다.
3층에는 10만여 권의 장서를 비롯해 성인을 위한 독서 공간, 영·유아를 위한 놀이 공간 등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오디를 소개해준 하이니 스트란드(Heini Strand) 사서는 이처럼 독립적이면서도 함께 어우러져 학습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오디의 큰 특징이라고 꼽았다. 한편, 오디는 도서 대여 외에도 오디오북과 같은 디지털 자료 대여 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통적인 인쇄 매체 중심의 콘텐츠와 디지털 콘텐츠를 한 공간에서 접할 수 있는 오디 도서관의 환경은 현재 핀란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기조인 ‘멀티 리터러시’와도 맞닿아 있다.
하이니 스트란드 사서에게 오디만의 미디어교육 프로그램에 대해 묻자, “오디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따로 없지만 오디는 책이라는 미디어를 보유한 곳이기에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행위 자체가 ‘미디어 교육’”이라고 말하며, “교육을 위한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오디의 주요 역할”이라고 덧붙였다.
■핀란드 국립시청각연구소(KAVI)
KAVI(National Audiovisual Institute·Kansallinen Audiovisuaalinen Instituutti, 이하 KAVI)24)는 핀란드 교육문화부 산하의 국립시청각연구소로, 핀란드 미디어 리터러시의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발전을 목표로 하는 정부 기관이다. 미디어교육 외에도 TV·영화·게임 콘텐츠에 등급을 매기거나, 영상 자료의 디지털화·보존 등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KAVI는 미디어교육 정책과 가이드라인이 교육 현장에 적용될 수 있도록 다방면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교사와 학생을 위한 자체 연구 및 교육 자료25)도 개발하고 있다. 언론진흥재단에서는 KAVI가 발간한 《핀란드의 미디어 리터러시–국가 미디어교육 정책》을 2020년에 한국어로 번역하여 국내에 소개한 바 있다.26) 한편 KAVI는 2012년부터 미디어교육 전문가들이 연구 결과를 공유하는 ‘미디어교육 포럼’(주로 5월 중)을 주관하며, 그 외에도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주로 2월 중)27) 행사를 개최한다. 미디어 리터러시 주간에는 핀란드 전역에서 50개가 넘는 미디어교육 유관 단체, NGO 등이 참여하며, 2,200여개에 달하는 유치원, 학교에서도 참여하고 있다.
레오 뻬깔라(Leo Pekkala) 부소장과의 인터뷰 내용을 바탕으로 핀란드 미디어교육 개념의 변화와 KAVI의 연구 현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TV가 대중화된 1950~60년대부터 매스커뮤니케이션, 시청각 미디어교육 등 다양한 명칭으로 통용되던 핀란드의 미디어교육은 현재에 이르러 ‘멀티 리터러시’(서로 다른 맥락과 상황에서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 정보를 획득, 결합, 이해, 생산, 제시 및 평가하는 능력)로 확장되어 왔다.
2020년부터는 핀란드 국가교육청과 함께 ‘뉴 리터러시(New Literacy)’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2022년 종료). 뉴 리터러시 프로젝트는 핀란드의 국가 교육 커리큘럼에 포함된 ‘새로운 문해력’을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 교육자에게 필요한 교육 자료를 개발하는 프로젝트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프로그래밍 능력 △ICT 역량 등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각 영역에 대해 학생들을 지도할 때 필요한 구체적인 온라인 교육 자료 형태로 개발될 예정이다. 최근에는 어린이,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의 미디어 리터러시 증진을 위한 연구 조사도 진행했다.28)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효과 분석에 대한 질문에 레오 뻬깔라 부소장은 “미디어교육의 목적은 건강한 사회 시민을 양성하는 것인데, 이를 어떻게 측정할지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예를 들어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람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이 사람이 학교 교육을 받아서 그렇게 된 것인지, 부모에게 배운 것인지, 혹은 책을 봐서 그런 것인지, 역추적하기도 어렵다. 수치로 표현되는 정량적 점수보다는 보다 전인적이고 포괄적인 접근과 평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핀란드 공영방송 <윌레>
<윌레>는 1926년 설립된 공영방송사로 라디오 채널(6개), 디지털 라디오 서비스(3개), TV 채널(4개)을 보유하고 있다. <윌레>는 뉴스클래스(YLE News Class), 트리플렛(YLE Triplet), 윌레 믹스(yle Mix) 등 어린이·청소년과 교사를 위한 다양한 미디어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먼저 뉴스클래스는 <윌레>의 기자가 직접 학교로 가서 아이들과 함께 뉴스를 만들며 멘토링을 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뉴스 취재와 제작에 대한 이론, 실습 강의를 하고, 학생들에게 어떤 뉴스를 만들고 싶은지,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 함께 이야기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거쳐 뉴스를 제작한다. 마리 베사노미(Mari Vesanummi) 미디어 에듀케이션 디자이너도 기자로 근무하던 당시 뉴스클래스에 참여했는데, “제작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들의 목소리가 뉴스에 그대로 담기도록 돕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이 스스로 뉴스 기사를 작성하고, 주제에 대해 고민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미디어 리터러시를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기자 역시) 많이 배우고,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었던 기회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뉴스클래스의 날(News Class Day)’은 핀란드 어린이·청소년이 직접 기획, 취재, 편집하고 제작한 뉴스가 실제 <윌레> 채널에 송출되는 날로, 연간 1~2회 진행된다. 얼마 전 있었던 지방선거 기간에는 어린이·청소년의 관점에서 지방선거 후보자들의 주요 공약 중 어떤 점이 중요한지를 다룬 프로그램이 방영되기도 했다. 후보자에 대한 인터뷰는 물론, 실제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의 편집, 기획 등 전 과정을 학생들이 직접 진행했다고 한다.
트리플렛29)은 <윌레>가 교사를 위해 제공하는 뉴스 교육용 콘텐츠다. 핀란드 교원의 15%(약 25,000명)가 트리플렛을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트리플렛은 매일 3개의 교육용 뉴스 클립을 제공한다. 각 뉴스 클립은 <윌레>에서 직접 선별해 게재하고, 뉴스와 관련한 퀴즈는 교사들이 만들어 올린다. 트리플렛에는 과학, 환경, 국제, 정치 등 다양한 주제별, 이슈별 콘텐츠가 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수업 활용도가 높다.
그 외 윌레 믹스30)는 학생들이 알기 쉽게 뉴스를 재구성한 청소년 뉴스 제공 콘텐츠다. 보통 <윌레>의 정규 방송 뉴스는 학생들이 이해하기에는 내용도 어렵고 분량도 2분 내외로 짧은 데 비해, 윌레 믹스의 뉴스는 6분 정도의 분량으로 주제에 대해 상세한 설명을 해 준다. 윌레 믹스 콘텐츠를 담당하는 기자는 직접 뉴스에 출연하기도 하고 댓글도 직접 달면서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윌레>에서 이처럼 다양한 미디어교육 콘텐츠를 제작하고, 관련 교육을 확장하게 된 계기에 대해 물었다. 베사노미 기자는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시민이 <윌레>의 콘텐츠를 보면, 여타 콘텐츠에 비해 신뢰할 수 있는, 양질의 정보임을 스스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힘쓰는 일은 결국 <윌레> 콘텐츠에 대한 시민의 신뢰를 더욱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띠모 후오비넨(Timo Huovinen) 윌레 저널리즘 규범 및 윤리 총괄은 “지난 30년간 기자로서 겪은 미디어 환경 변화에 비춰 내린 결론은 ‘미디어 리터러시’는 현재의 기자가 꼭 갖춰야 할 덕목이다”라고 말하며, 기자가 갖추어야 할 저널리즘 차원에서도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또한 핀란드 국민들은 시청료를 내는 만큼 좋은 콘텐츠를 돌려받는다고 생각한다며, “<윌레>는 공영방송으로서 저널리즘의 독립성을 지키고 시민에게 좋은 콘텐츠로 보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헬싱긴 사노맛(Helsingin Sanomat)>의 어린이 신문 <라스뗀 우우띠셋(Lasten Uutiset)>
<라스뗀 우우띠셋>은 핀란드 종합일간지 <헬싱긴 사노맛> 등을 소유한 핀란드 최대 미디어 그룹 사노마 미디어 핀란드(Sanoma Media Finland)가 발행하는 어린이 신문이다. 현재 취재 기자 3명과 그래픽 디자이너 등 총 4명이 매주 종이신문을 발행하고 방송 뉴스도 제작한다. <라스뗀 우우띠셋>의 유료 구독자 수는 16,000여 명이다.
판니 프뢰만(Fanny Fröman) <라스뗀 우우띠셋> 제작 총괄 프로듀서는 “현재의 어린이가 어른으로 성장했을 때, ‘신문’의 형태를 알지 못할 수도, 그래서 미래에는 <헬싱긴 사노맛> 구독자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을 느꼈다고 한다. 이에 따라 그동안 종이신문의 한 섹션에 어린이 뉴스를 실어 왔던 <헬싱긴 사노맛>은 2020년 8월 어린이 뉴스를 독립시켜 <라스뗀 우우띠셋>을 정식 발간했다.
어린이 신문이지만 사회, 문화, 환경, 스포츠 등 <라스뗀 우우띠셋>의 지면 구성은 일반 신문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적으로 뉴스가 갖춰야 할 요건과 신문지면 구성의 기본을 지키면서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다양한 정보와 어린이 관점에서 보는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프뢰만 총괄 프로듀서는 “어린이 뉴스를 제작하는 기자로서 어린이가 흥미로워할 만한 소재를 고르고, 어린이가 읽기 쉽게 기사를 작성하는 ‘감’을 잃지 않도록 아이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려 노력한다”고 밝혔다.
<라스뗀 우우띠셋>의 콘텐츠 특징 중 하나는 어린이가 전문 필진으로 참여하거나, 어린이가 직접 인터뷰를 진행하는 등 제작과 참여의 한 주체로 활동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라스뗀 우우띠셋> 창간호에서는 어린이 기자가 직접 핀란드 대통령을 인터뷰31)하고, 문화 섹션에서 게임 리뷰를 다룰 땐 어린이 필진의 의견과 평점을 싣는다.
한편 제작진은 어린이 신문을 제작하면서 좋은 뉴스와 나쁜 뉴스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어린이의 시각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방법 또한 고민했다고 한다. 이에 뉴스가 만들어지기까지 어떠한 과정을 거치고, 촬영 기자, 편집자, 그래픽 디자이너 등 어떤 인물들이 참여하는지 자세히 설명하는 페이지를 마련해 두었다.32) 또한 어린이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해 좋은 뉴스를 만드는 여우 기자(Repo), 나쁜 뉴스를 만드는 늑대 기자(Susi Sepittäjä) 캐릭터를 만들어, 각각의 기자 캐릭터가 어떻게 뉴스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지를 보여주는 콘텐츠도 제공 중이다.
<라스뗀 우우띠셋>은 현재 종이신문과 방송 뉴스로만 제작되는데 추후에는 온라인 서비스로 확장할 계획이다. 프뢰만 총괄 프로듀서는 “노르웨이의 어린이 신문 사례와 같이 학교 수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도구를 함께 제작하는 방안도 고민 중”이라고 향후 계획을 밝혔다.
■핀란드미디어교육협회(FSME)
핀란드미디어교육협회(MediaKasvatus Seura, The Finnish Society on Media Education, 이하 FSME)33)는 핀란드의 미디어교육을 촉진하고 발전시키는 NGO 중 하나로 2005년에 설립됐다. 핀란드 교육문화부, 유럽연합 등에서 기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며, 총 책임자인 크리스타 프루스키(Christa Prusskij) 이사와 옌니 하카넨(Jenni Honkanen) 미디어교육 스페셜리스트 외 비상근 프로젝트 담당자 등 총 4명이 근무 중이다.
FSME의 주요 업무는 어린이·청소년, 교사, 청소년 지도사(youth worker) 등의 미디어 리터러시 강화를 위한 교육 콘텐츠 개발과 교육, 네트워킹 및 교류 협력 등이다. 현재 50여 곳의 그룹 회원과 200여 명 이상의 개인 회원이 FSME에 등록되어 있다.
FSME에서 다루는 주요 미디어교육 이슈로는 디지털 웰빙, 혐오 표현, 미디어 속 평등, 허위정보, 문화적 민감성, 표현의 자유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크리스타 프루스키 이사는 “미디어에서의 ‘평등’ 이슈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누구나 디지털 미디어에 접근하고, 미디어를 향유할 수 있는 차원뿐 아니라, 미디어에서 다뤄지지 않고 소외되는 목소리는 없는지도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예를 들어 토론 프로그램에서는 항상 똑같은 전문가만 매번 등장하는 것도 지적할 필요가 있다. 여러 다양한 사람의 의견을 아우를 필요가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FSME에서는 미디어 코치(Media Coach)34)라는 총 4개 학습 모듈과 1개의 프로젝트 모듈로 구성된 온라인 교육과정도 제공하고 있다. 벨기에에서 만들어진 교육 모델을 도입한 것으로, 공식 자격증을 부여하거나 인증을 하는 제도는 아니지만, 학습자가 전 과정을 수료하면 디지털 역량 배지를 획득하게 된다. 어린이와 청소년 대상으로 미디어교육을 실시하는 교육자 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차원에서 제공된다.
■ 다면적 미디어(디지털 일상생활에서의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
■ 책임감 있는 온라인(디지털 일상생활에서의 사회적 웰빙)
■ 디지털 웰빙을 향하여(디지털 일상생활에서의 신체적, 심리적 웰빙)
■ 현재의 미디어 현상(미래 미디어 기술 탐구)
■ **미디어교육 프로젝트 (실제 개발 과제) **현재는 제공하고 있지 않음
[표1] ‘미디어 코치’ 주요 내용
국가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미디어 교육을 추진하고, 범국가차원의 연구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시민단체, 공영방송 등 각 분야에서 미디어교육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유럽의 맥락과 국내 상황은 같지 않다. 하지만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 대해 탐구하고, 미디어의 영향력을 재고하며 미래 세대에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를 함양해줄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을 하고 있는 현장의 고민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지속적으로 상호 교류를 추진하며 교육 및 연구 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해, 국내 맥락에 맞게 적용할 필요성을 느꼈다.
또한 콘퍼런스 기간 동안 만난 유럽의 연구자들, 핀란드 유관기관의 관계자들 역시 한국의 미디어 환경과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황을 궁금해했다. 이에 재단이 수행하고 있는 미디어 교육 현황과 관련 노력들을 설명하며, 공공영역의 미디어 교육 차원에서 재단의 역할과 책임, 재단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
1) https://osis.bg/?p=4243&lang=en
2) https://www.ecrea.eu/
3) https://conferences.au.dk/ecrea2022
4) https://www.ohchr.org/en/treaty-bodies/crc
5) https://www.ohchr.org/EN/HRBodies/CRC/Pages/GCChildrensRightsRelationDigitalEnvironment.aspx
6) https://blog.naver.com/kpf11/222311878699
7) eukidsonline.net
8) http://globalkidsonline.net/about/
9) https://www.rasmusfaq.com/
10) https://www.hs.fi/lastenuutiset/
11) https://arenan.yle.fi/1-50788175
12) https://www.ksfmedia.fi/hbljunior
13) https://www.dipf.de/en/institute/staff/verhovnik-heinze-melanie#0
14) 독일 라이프니츠 교육정보연구소와 독일연방교육청 협력으로 수행한 연구(2021년 1월~5월)
15) https://www.tuni.fi/en/guna-spurava
16) https://ufind.univie.ac.at/en/person.html?id=1001543
17) https://siberkreasi.id/tentang_siberkreasi
18) https://linktr.ee/siberkreasi
19) https://literasidigital.id/
20) https://oslomet.academia.edu/HallaHolmarsdottir
21) https://www.digigen.eu/
22) https://yskills.eu/
23) https://www.oodihelsinki.fi/
24) https://kavi.fi/mediakasvatus/
25) KAVI의 미디어교육 자료 아카이브 : www.mediataitokoulu.fi/
26) https://blog.naver.com/kpf11/222198265826
27) https://www.mediataitoviikko.fi/
28) https://medialukutaitosuomessa.fi/medialiteracysummary.pdf
29) https://yle.triplet.io/
30) https://areena.yle.fi/1-50576758
31) '어린이 신문'이 대통령을 인터뷰했다 http://journalist.or.kr/m/m_article.html?no=48217
32) https://www.hs.fi/lastenuutiset/art-2000008561510.html
33) https://mediakasvatus.fi/
34) https://mediakasvatus.fi/toiminta/mediacoa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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