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map’ 은 라틴어 ‘mappa (천) mundi (땅),’ 에서 온 말인데,
그러니까 ‘땅을 그린 천 조각’ 쯤 되겠다.
불어로 지도는 ‘carte’인데 이 또한 ‘paper / 종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서양 사람들은 ‘지도’라는 말을 만들 때,
그림을 그린 ‘도화지’에 중점을 두고 말을 만들었는데,
적어도 한자를 쓰는 동양 사람들 (중국, 일본, 그리고 한국)은
그림 자체에 중점을 두고 말을 만들었다고 할 수 있겠다.
미묘하지만 분명한 차이가 있다.
한편, 서양화를 보면 자연을 그릴 때 사람이 중심이고 자연은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주변 환경으로 묘사되거나 사람이 자연을 정복하는 이미지가 많은 반면,
동양화에서는 사람은 자연의 일부분이고 마치 사람과 자연이 하나가 된 것처럼 있는 듯 없는 듯 말 그대로 ‘자연스럽게’ 표현한 그림들이 많다.
이러한 동서양의 시선과 생각의 차이는 이런 것들 말고도 수없이 많다.
나는 이 차이의 결정적 이유가 바로 ‘언어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어를 할 때 나의 말투와 생각은
영어를 할 때 나의 말투와 생각과 눈에 띄게 다르다.
나는 영어를 쓸 때 훨씬 더 직설적이고 공격적, 쟁취적이 되며
자신감이 실려져 있으며 나 중심적 사고를 하게 된다.
동양이나 서양, 어느 한 쪽이 좋고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언어가 사람의 사고를 지배하고 행동을 바꾼다는 얘기다.
변하고 싶다면, 변해야 한다면
지금 쓰고 있는 ‘언어’를 바꾸어야 한다.
내가 자주 쓰는 말은 무엇이 있는지
어떤 말을 잘 듣고 누구의 말을 따르고 있는지
나는 과거의 어떤 말에 묶여 있고
어떤 언어에 물들여 있는지를 제대로 알고 나면
무엇이 바뀌어야 하고 어떤 언어에 스스로를 더 노출시킬 필요가 있는지 알게 된다.
무엇보다 나를 제일 잘 알고, 나의 미래를 알고 있는 어떠한 존재가 있다면
나는 그 존재의 말을 듣고 내 삶은 그 존재의 언어로 가득 채워져야 한다.
그래야 나의 삶은 비로소 바뀌기 시작하고 나는 새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언어가 바뀌어야 생각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며 인생이 바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