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시미
나는 원래 날 것의 생선을 좋아하지 않았다. 횟집에서 내어온 접시 위에 아직까지 아가미를 꿀떡이며 죽었는지 살았는지 조차 모를 생선의 눈을 보며 도저히 그것의 뱃살을 휘저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의 뱃살을 휘젓는 것은 나의 배를 휘젓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바닷가 출신인 아버지는 어릴 적 가족여행 코스에 꼭 항구를 넣곤 했다. 항구에서 아버지의 눈빛은 마치 활어(活魚)와 같았고 몸 놀림은 홍길동과 같았다. 두 눈으로 튼실한 놈을 골라낼 줄 알았고 비실해 보이는 놈들은 흥정을 해서 기어코 소쿠리 위에 덤으로 얹혀 놓았다.
길게 늘어선 고무다라이(たらい) 안에는 이름을 알 수 없는 생선들이 곧 단명할 운명을 아는지 큰 눈을 이리저리 굴렸다.
단명한 생선들은 녹색인지 빨간색인지 구별을 할 수 없을 고추냉이를 듬뿍 바른 채 연신 입으로 들어갔다. 살기 위해 단명하는 것. 그것이 회였다. '회'라고 발음하는 것은 입술을 오무린 날숨이 만들어내는 짧은 이 글자는 날카롭고 매정하다. 그래서인지 조폭들이 나오는 영화에 많이 나오는 단어인지도 모르겠다.
회(膾)는 얇게 썬 고기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일본어로는 생선회(さしみ)라고 한다. 어원을 보면 회는 일본에서 유래한 요리는 아니다. 일본은 14세기 말에 무사 계층에서 생선회를 먹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것을 생선회라고 하는데 "사시"는 꽂다의 의미이고 "미"는 육, 즉 생선의 살을 의미한다고 한다. 이는 생선회의 이름을 표기하기 위해, 생선회 위에 이름을 적은 깃발을 꽂은 데서 유래한다고 한다. 본디 회는 육회처럼, 날생선이나 생고기를 양념에 버무려 먹는 요리였는데 생선회를 한국어로 번역할 때 회라고 번역하면서 회나 날것 먹는 문화 자체가 일본에서 수입된 양 여기는 것이라 한다.
식성도 유전인가 보다. 지금은 회를 즐겨 먹는다. 더 정확히는 스시(초밥)를 즐겨먹는다. 식초를 넣은 밥 위에 두툼하게 올려진 회. 그 위에 생고추냉이를 얹고 초구 생강(しょうが)을 간장에 찍어 올려먹는 맛이 일품이다. 그 뒤에 가미되는 사케(니혼슈)는 그 맛을 배가 시켜준다.
사케는 받쳐주는 술이다. 혼자서는 설 수 없고 그 무엇인가와 섞이면서 감칠맛을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마치 '왼손은 거들 뿐.'이라고 하는 듯하다. 지금 이 글을 쓰며 허기가 지는 것이 그것을 반증한다. 길게 쓰기가 귀찮다.
내일 스시 한 접시 하러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