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육아를 시작하는 그대에게 건네는 간곡한 조언
전편에서 쌍둥이 육아가 힘든 이유를 너무나 현실적으로 담아서 출산 전인 분들은 잔뜩 긴장하셨을 수도 있겠네요. 오늘은 쌍둥이육아만의 장점과 당부의 말씀을 드립니다. 제목도 '당부의 말씀'이라고 쓰고 싶었지만 글자수 제한 때문에 '당부의 글'로 바꿨어요.
ⓐ 형제, 자매와는 다른 쌍둥이만의 특별한 유대감!
알송이와 달송이는 생후 46개월 24일인 오늘까지 매 순간을 함께 해요. 어린이집도 늘 같이 다녔지요. 새 학기가 시작하고 4월쯤 첫 학부모상담을 하면 매번 듣는 이야기가 있어요. '알송이랑 달송이랑 서로를 챙겨요. 확실히 쌍둥이는 다르네요.' 달송이가 울면 알송이가 달려가고, 알송이가 울면 꼭 달송이가 달려간대요. 돌이 지나고 입소한 어린이집에서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 약간 놀랐어요. 발달검사를 받을 만큼 말이 조금 느렸던 아이들이라, 집에서는 아웅다웅거리기만 했거든요. 그 뒤로 유심히 관찰하니 정말 서로를 자연스럽게 챙기더라고요.
생후 25개월의 봄이었어요. 1분 먼저 태어났어도 언니 동생 나누지 않고 친구로 키우는데 이렇게 달송이를 살피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했어요. 저 때, '아, 쌍둥이의 유대가 이런 거구나.'하고 깨달았죠.
오늘 등원준비를 하다가 외투지퍼를 올리려고 끙끙대는 달송이를 지켜보던 알송이. 말없이 다가가서 지퍼를 올려주더라고요. 며칠 전에는 알송이가 자기 젤리를 다 먹고, 바다의 젤리를 몰래 먹으려다가 저에게 들켰어요. 그래서 '이건 바다 거라서 안돼.'라고 말했지요. 그랬더니 달송이가 제 귀에 대고 '엄마, 내 젤리 알송이 줘도 돼.' 하더라고요. 바다도 오빠라고 이런 행동을 하는데, 쌍둥이가 서로를 챙기는 횟수가 열 배는 더 많아요.
바다는 외동으로 자라서 수면교육을 할 때도 혼자였어요. 그래서 쌍둥이의 울음소리에 굉장히 예민하게 반응해서 자연스럽게 쌍둥이는 따로 수면교육을 진행했어요. 뱃속에서부터 늘 같이 지내서인지, 아이들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잠을 청하더라고요. 알송이가 잠에서 깨면 달송이 근처로 굴러가서 몸을 맞대고, 달송이가 벌떡 일어났다가 알송이를 보고 안심했는지 다시 잠들더라고요. 앞으로의 삶도 평생의 단짝과 함께 잘 헤쳐나가겠죠.
ⓑ 어린이집에 적응을 잘한다.
쌍둥이는 유대가 깊고 강하죠. 그게 낯선 환경에서 특히 빛을 발합니다. 바로 어린이집 적응이에요. 저는 첫 어린이집으로 맞은편 동의 어린이집을 선택했어요. 가정어린이집이라서 저희 집과 구조가 같으니 아이들이 금방 익숙해지길 기도했어요. 그래도 처음엔 울더라고요. 저를 한번 보고 울고, 낯선 선생님을 보고 울기를 반복했어요. 그러다가 서로를 보더니 안정을 찾았어요. 눈에 익은 공간이지만 분명히 집은 아닌데 눈앞에 알송이가 - 달송이가 있으니 안전한 곳이라고 여기는 것 같더라고요. 덕분에 사흘 만에 점심식사와 낮잠까지 멋지게 성공하고 16시에 하원시킬 수 있었답니다. 쌍둥이가 서로에게 주는 신뢰는 커갈수록 더욱 두터워져요. 그 후로 해마다 어린이집을 옮겨야 하는 상황에 처했는데, 매번 이튿날이면 16시 하원이 가능하더라고요.
ⓒ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미리 학습한다. 1년간의 거울치료?
쌍둥이들은 서로의 장난감과 인형, 머리카락까지 쥐어뜯으면서 많이 싸워요. 옹알이로 서로 쏘아붙이고, 한동안 깨물고 꼬집기도 해요. 양육자 입장에서는 가해자도 피해자도 내 아이라서 더욱 답답한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그런데 이 수많은 다툼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 도움이 되더라고요.
1년 먼저 낳은 바다는 남자아이임에도 말이 조금 빨라서 친구들과도 원만하게 지낼 거라고 생각했어요. 예상대로 평탄했지만, 일 년에 몇 번은 친구와 다퉜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는 그래서 알송이와 달송이도 친구와 종종 다툴 거라고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그런 알림장을 받은 적이 없어요. 바다는 스테레오타입의 '에너지 넘치는 쾌활한 남자아이.'이고 여태 다닌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의견을 종합해 봐도 유별난 구석은 없어요. 쌍둥이도 마냥 양보하는 순한 성격은 아니라서, 불합리한 상황에 물러서지는 않고요.
무슨 차이일까 생각해 보니, 쌍둥이로 자랐기 때문이었어요. 미리 1년 동안 또래와의 상호작용을 연습했잖아요. 말문이 트이지도 않은 시기부터 행동과 눈빛으로 의사를 표현하고 서로 때리고 맞고 울어보더니 '또래와의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는 일'로 힘들어하지 않았어요. (지켜보는 엄마는 속이 타들어갔지만,) 육탄전과 옹알이말다툼으로 획득한 쌍둥이만의 눈치코치는 첫 사회생활의 밑거름이 되었어요.
ⓓ 쌍둥이는 눈부시게 사랑스러움♥
아기가 한 명이 있어도 사랑스러운데, 둘이나 있죠. 그리고 그 사랑스러운 아이들끼리 몸짓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놀아요. 그래서 사랑스러움이 세배나 된답니다. 태어난 날만 같고 성향이 전혀 다른 두 아이. 뒤집기와 걸음마, 옹알이에서 문장을 피워내는 모습은 모두 기적으로 남아요. 바다만 키우던 시간은 단독 주연에 흐름이 명확한 영화였다면, 쌍둥이가 주연인 육아는 투톱 주인공이 각각의 에피소드를 이끌어가는 옴니버스식 구성이에요. 다채로운 에피소드가 펼쳐져서 더욱 집중해야 하는 대신 보는 맛이 있죠.
쌍둥이를 임신 중이라면, 앞으로 지대한 관심을 받게 되실 거예요. 요즘 쌍둥이가 많아졌다고는 해도 출산율은 저조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예뻐해 주세요. 초면에 훅-들어오는 질문에 조금 당황하실 수는 있지만요. 자연스럽게 쌍둥이양육자는 넉살이 좋아집니다. 스몰톡 스킬도 나날이 늘 수밖에 없어요. 숨만 쉬어도 귀여운 아이가 둘이나 있으니, 질문이 쏟아지거든요.
저는 쌍둥이에게 쏟아지는 이 다정한 오지랖을 활용해서 예절교육을 시켰어요. '먼저 너희를 향해서 웃어주시면 인사해도 돼. 공손하게 배꼽인사 하는 거야.'라고요. 덕분에 다니지도 않는 영어학원의 차량기사님, 미화원 삼촌들, 아파트 경비원분들, 청소여사님들과도 밝게 인사하는 아이들로 자랐어요. 굳이 이럴 필요 없다는 걸 저도 잘 알아요. 하지만 동네 어른들과 두루두루 안면을 터두면 - 혹시라도 길을 잃은 우리 아이를 보셨을 때, 도움을 주실 확률이 높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꾸준히 인사를 가르쳤답니다. 당연히 예의 바른 아이로 자라는 건 큰 기쁨이고요.
ⓔ 효율적인 육아를 추구했더니, 자주적인 아이들로 자람.
바다를 키울 때는 외동이니까 저와 남편이 많이 개입했어요. 수면교육을 했지만 자다가 깨서 울면 가서 안아주고, 옷 입기나 신발 신기도 많이 도와줬어요. 그리고 음식을 흘릴 때마다 닦아줬고요. 하지만 알송이와 달송이는 자다가 깨서 울어도 바로 달래지 않았어요. (우는 아이를 방치한 건 아니고, 스스로 울음을 그칠 수 있는지 지켜봤어요.) 몸이 너무 힘드니까 매번 달려갈 수 없어서 시간을 줬던 건데, 놀랍게도 다시 잠들더라고요.
옷을 입거나 신발을 신는 것도 혼자 해보고 안되면 도와줬어요. 양쪽 신발을 바꿔 신더라도 넘어지지 않으면 그 뿌듯함을 만끽하도록 칭찬했고요. 첫 번째 단춧구멍에 세 번째 단추를 끼워도 잘했다고 물개박수를 쳤어요. 유아식은 횟집비닐을 깔고 먹일지라도, 다 먹고 한 번에 치웠지요.
알송이와 달송이는 30개월 무렵부터 단추 끼우기, 지퍼 올리기, 신발 신기, 양말 신기(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에 재봉선이 오도록 맞춰 신는 걸 은근히 아이들이 힘들어하더라고요.)등을 바다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해내더라고요. 지금도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니면, '엄마! 제가 해보께요. 해보고 안 대면 말하께요!'라고 말한답니다.
흘리고 먹어도 지켜보던 건 어떤 결과를 불러왔냐고요? 알송이와 달송이는 털털한 딸로 자랐어요. 아무 데서나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요. 반면에 제가 깔끔 떨면서 키웠던 바다는 용가리치킨을 먹다가 실수로 한번 잡으면 손 씻으러 달려가요. 하하하. 쌍둥이는 꼭 효율적으로 육아하세요. 그래야 양육자의 몸과 정신은 보전할 수 있고, 아이들도 능동적이고 무던하게 자라요.
첫째를 키워본 경험이 있다고, 제가 안일하게 생각하다가 놓친 부분들 위주로 써볼게요. 여러분은 저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쌍둥이의 성향이 비슷할 거라는 속단은 금물.
같은 날 태어난 두 명의 아이를 기질에 따라 양육하는 일입니다. 간혹 비슷한 쌍둥이도 있겠지만, 다를 확률이 매우 높아요. 저는 '딸쌍둥이'라는 성별의 바운더리에 갇혀서 아이들의 고유한 특성을 마주하기까지 시간을 허비했어요.
ⓑ 언어발달에 각별히 신경 써주세요.
쌍둥이는 말문이 트일 때까지 둘만의 유사언어로 소통하는 걸 보시게 될 거예요. 알송이와 달송이는 33 주생이라서 베일리검사를 권유받았어요. 생후 12개월 직후에 했던 첫 번째 검사에서 알송이의 언어는 2~3개월, 달송이는 3~4개월 정도 더디다는 결과를 받았어요. 그때 교수님께서 근황을 물어보셔서 어린이집에 다닐 예정이라고 했더니 좋은 선택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실제로 어린이집에 다니고 4개월 후에 다시 병원에 방문했더니, 다 따라잡았더라고요.
사람마다 같은 표현을 다른 단어로 풀어내잖아요. 예를 들어서 날씨가 화창하면, 저는 '오늘 알송이 기분처럼 맑다, 그렇지?'라고 해요. 남편은 '오늘 날씨가 좋네?'라고 하고요. 어린이집 선생님들은 '우와, 해님이 쨍쨍이다!'라고 하시겠죠. 이런 여러 가지 표현을 들으면서 수용언어의 폭도 넓어지고, 타인과의 상호작용으로 사고와 발화까지 이어졌다고 저는 믿어요. 그러니 안전한 공간에서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시간을 자주 만들면서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도와주세요. 같은 책도 사람마다 다르게 묘사하며 말맛을 살리잖아요. 시터나, 돌봄 선생님 등의 공동양육자는 엄마의 일손을 덜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아이들의 언어 발달에도 도움이 돼요. (기승전- 육아조력자를 찾길 바라는 간곡한 선배맘의 당부랍니다ㅠㅠ)
ⓒ 가능한 만큼 최대한 사람을 쓰세요.
혼자 키울 수는 있지만, 혼자 키우면 나중에 골병듭니다. 아이들이 자란다고 망가진 우리의 척추와 골반, 손목과 무릎이 돌아오지 않아요. 한참 힘든 시기에 통장을 지켜내도, 나중에 병원비로 그만큼 쓰게 될 확률이 높아요. '저는 튼튼한 20대입니다. 노산이 아닌걸요?' 하신다면, 여러분의 마음은 어떻게 돌보시려고요. 피곤하고 몸이 아프면, 아이마다 열 번 웃어줘야 하는 상황에 다섯 번의 희미한 미소만 짓게 됩니다. 부디, 사람을 쓰세요. 하루에 네 시간이라도 육아조력자가 있다면 이유식과 목욕의 일손을 덜 수 있잖아요.
ⓓ 함께 육아하는 가족에게 쌍둥이육아의 난이도와 루틴을 충분히 설명하되, 완벽을 바라지는 마세요.
남편이 절반을 만들어냈어도 품고 낳은 엄마만큼 쌍둥이 육아를 이해하지 못할 수 있어요. 실제로 저희 남편도 그랬고요. 차분하고 꾸준하게 설명한다면 최선을 다할 겁니다. 다만 그 결과가 여러분의 기대에 못 미쳐도 실망하지 마세요. 저는 제가 입력한 대로 남편이 행동으로 출력하기만 해도 바랄 게 없더라고요. 약간 눈물이 나려고 하네요. 남편도, 친정어머니도, 시어머니도 고생하는 내 아내와 딸, 며느리가 안타까워서 노력하는 거지 엄마의 절절한 모성애는 없잖아요. 특히 생후 1년 미만의 쌍둥이를 육아할 때는 아이를 함께 돌보는 동반자보다, 나를 도와주는 고마운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더라고요.
ⓔ 첫 어린이집이라고 쌍둥이를 꼭 같은 담임선생님에게 맡길 필요는 없어요.
실제로 저는 매번 다른 담임선생님께 알송이와 달송이를 맡겼어요. 어린이집을 옮기려고 입학상담을 할 때마다 제가 먼저 부탁드렸고요. 집에서도 바다와 알송이, 달송이 셋뿐이잖아요. 그래서 평일에는 피카소 A반의 알송이, 피카소 B반의 달송이로 독립된 시간을 누리길 바랐어요. 그랬더니 쌍둥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서 자유롭게 친구를 만들고 활동하고 소통하더라고요. 같은 어린이집이라서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고 안정감은 느끼지만, 두 아이의 의견이 일치할 때만 함께 놀이하니까 집에서는 덜 싸우기도 하고요.
처음 어린이집에 보낸다면 부모로서 불안한 게 당연해요. 하지만 앞으로 계속 따라붙을 '쌍둥이'라는 단어의 무게를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다면 이런 선택도 있다고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궁극적으로 우리는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두 성인으로 키워내는 게 목표니까요.
ⓕ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공유하지 마세요.(카톡단톡 X, 키즈노트 X, 패밀리앨범 O)
- 이 항목은 단태아든, 쌍둥이든, 연년생이든 출산을 앞둔 모든 분들에게 해당되는 내용입니다.
저는 카톡으로 사진과 동영상을 각각 보내드렸어요. 시부모님, 친정부모님 따로요. 육아하느라 씻을 시간도 없지만 그래도, 애틋한 조부모님들 마음을 살폈더니 수많은 질문이 따라옵니다.
'다른 애는 이때 뭐 하고 있었냐, 후둥이는 왜 우니, 입 근처에 뭐가 묻은 거니, 왜 아기가 맨발이니, 쟤는 선둥이니 후둥이니?' 이런 답장이죠. 이게 굉장한 스트레스였어요. 또 시간을 할애해서 답장을 드렸죠. 그나마 친정부모님이라면 힘들어서 일일이 사진을 고를 수 없다. 잘 지내고 있다, 어디 아픈 거 아니다 말씀드리는데 시부모님께는 아무래도 어렵잖아요.
여기서 제가 또!!! 실수를 합니다. 첫째 사진이라도 덜 보내려고, 키즈노트에 양가 어른들을 초대했지요. 금요일 알림장에 바다가 낮잠을 길게 잤대요. 토요일에 시아버지께서 '바다가 요즘 잠을 설치냐, 어디 아픈 거 아니냐. 왜 낮잠을 길게자냐.' 물으셨어요. 다른 날은 오후간식을 두 번 먹었다네요. 이번에는 친정엄마가 '그 어린이집, 밥이 부실한 거 아니냐.' 하셨어요. 넘쳐나는 양가어른들의 사랑은 이렇게 과도한 걱정과 질문으로 되돌아올 수 있어요. 되도록이면 키즈노트에 양가어른을 초대하지 마세요. 사소한 질문들도 1년 동안 반복되면 스트레스랍니다. 웬만해선 양육방식에 관여하지 않는 어른들이라면, 연락문제로 독촉하지도 않으세요.
그렇다면 어른들에게 아이들의 일상을 공유하면서 주양육자의 육아가 잘 흘러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홈캠 접속 시켜드리기?! 떠올린 분 정신 차리세요. 절대 아닙니다.)
이 답을 친한 쌍둥이 엄마가 알려주셨어요. 바로 패밀리앨범입니다. 아기 사진 공유 어플, 패밀리앨범 등으로 검색하면 여러 개가 떠요. 이 중에서 골라서 쓰시면 됩니다. 댓글 기능이 있지만 그래도 카톡창 열어서 각각의 부모님께 답장을 드리는 수고로움이라도 덜 수 있죠.
ⓖ 쌍둥이 육아의 고충을 나눌 전우를 찾으세요.(Feat. 쌍둥이단톡방)
쌍둥이 단톡방을 콕 집어서 말씀드린 이유는,
첫째. 쌍둥이 엄마는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기 힘들죠. 조리원 동기와도 만나기 힘드니까요.
둘째. 쌍둥이 카페보다 접근성이 좋아요. 승인 절차도 없고, 뜬금없는 수다도 가능합니다.
셋째. 산모의 연령, 아이의 출생연도, 지역으로 구분되지 않는 '쌍둥이 엄마의 단톡방' 등의 다양한 선택지.
하나씩 살펴볼게요. 노산으로 쌍둥이를 출산한 초산모가 본인의 출생연도로(85~95년생) 단톡방을 찾아갔는데, 대체로 30대 초반이라면 섞이기 힘들겠죠. 쌍둥이 육아도 힘든데, 단톡방에서도 기운 빼야 할 이유 없잖아요.
'청사띠 쌍둥이맘' 방에 들어가면 어떨까요? 쌍둥이 육아를 하면서 아이의 출생연도로 단톡방을 만들 열정이 있다면 대부분 초산모겠죠. (경산모가 쌍둥이를 낳으면 저처럼 기력이 쇠하여서... 에취!) 질문은 쏟아지는데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적겠지요. 그러면 넉 달 먼저 출산한 일병 엄마가 단 한 번의 경험을 토대로 신생아를 키우는 이등병 엄마한테 조언을 하게 돼요. 당연히 같은 해에 쌍둥이를 낳아서 모두 고군분투하느라 원하는 답을 빠르게 얻기 힘들 확률도 높고요.
지역별 쌍둥이 단톡방에 들어가면, 혹시나 트러블이 생겨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만날지도 모른다는 찜찜함이 있죠. 물론 좋은 분들끼리 만난다면 이게 최고의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역이나 출생연도 구분 없는 '쌍둥이 엄마들의 단톡방'이라면 저처럼 첫째도 있고 쌍둥이도 있어서 육아의 시야가 1cm라도 더 넓은 사람들이 존재하고, 다양한 연령대의 의견을 들을 수 있어요. 멀리 살다 보니 서로의 이해관계나 불필요한 접점이 없어서 솔직하고 담백하죠. (여기서도 자차로 가능한 거리고 마음이 잘 맞으면, 아이들이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고 실제로 인연을 맺을 수 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라서, 이건 이방 저 방 다니면서 살펴보시고 판단하셔도 됩니다.
ⓗ 아마도 극악의 난이도일 겁니다. 그래도 보람찬 시간일 테니, 겁먹지 마세요.
푸석한 피부로 겨우 이만 닦고 육아하는 엄마를 바라보는 두 아이의 눈이 참 깊어요. 때로는 그 투명한 눈에 비친 내가 너무나도 못나서 눈물 지을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쌍둥이 육아의 기쁨과 행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찬란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성취가 아니다.'라는 말을 자주 곱씹어요. 하지만 쌍둥이를 돌까지 무사히 키워낸다면 한 번쯤은 세상 앞에 당당히 외치셔도 됩니다. '내가 쌍둥이 육아를 해냈다!'라고요. 동네에 플래카드 붙이셔도 저는 이해합니다. 아무나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기왕 여러분의 삶에 쌍둥이라는 축복이 내려진다면, 눈 딱 감고 그 아름다운 고난을 헤쳐 나아가보세요. 살면서 지나온 시간 중에서 손꼽히게 힘들 테지만 가장 눈부신 성취감을 느끼실 거예요. 한 번의 육아로 두 아이가 남기는 나이테를 매년 지켜볼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가요. 저도 온 마음을 다해서 응원할게요!
(두 돌까지는 연년생의 두배로 힘들고, 세 돌까지 키우면 숨통이 좀 트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