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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아 Mar 17. 2016

로봇 407의 여름 (7화)

4. 박사님을 찾아서(1)


집으로 돌아온 나와 대짝이는 거실에 널브러졌다. 로봇도 힘든 일을 몰아서 하면 기운이 빠진다. 잠시라도 쉬어줘야 관절의 삐걱거림도 덜하고 움직임도 가벼워진다.


“까앙통아.”

“내 이름은 로봇 407이야.”


조금 늦었지만 대짝이에게라도 내 이름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하아지만, 마을...사...람들은 까앙통이라고...”

“아냐. 마을 사람들은 잘 몰라서 그래. 자, 보라고! 여기 로봇 407이라고 쓰여 있잖아.”

“그으럼 나...도... 있다...”

“뭐가? 어디?”


나는 재빨리 대짝이의 몸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어디에도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 이름이 있다는 거야? 없잖아.”


대짝이는 내 몸통만 한 무식하게 큰 발을 눈앞에 내밀었다.


“뭐 하는 짓이야?”

“여...어기 있다.”


대짝이의 발바닥에는 엄청나게 긴 숫자가 새겨져 있었다. 


로봇 87235a


“음흠..., 그냥 깡통이라고 불러.”


저 숫자를 외울 수 있겠냐? 대짝이를 만든 사람도 그렇게 생각했을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아무도 보지 못하게 발바닥에 표시해 놓은 거겠지.

괜히 이름 때문에 손해 본 기분이 됐다. 


“왜?”

“으응?”

“불렀잖아. 왜 불렀냐고?”


내가 대짝이와 대화하다가 속이 타서 죽겠다.


“아, 응. 우리 ... 박사님 찾으러 가자.”

“뭐?”

“박...사님이... 못 오시는... 이유우가 있...지 않으을까? 내 머리에 지도 있다.”

“음, 너야 그럴 수 있겠지만. 난 문제가 좀 있어.”

“무슨... 문제?”

“난 이틀에 한 번씩 연료가 들어가야 한다고. 그래서 멀리 못가.”

“으음...”


아마도 대짝이는 태양열과 자가발전으로 움직이는 로봇이겠지. 인정하긴 싫지만 나보다는 신형인게 분명하다.

나도 닭장에서 멈춰버리기 전까진 박사님을 찾으러 가야 하나 생각했었다. 그나마 행동하기 전에 알게 돼서 다행이다. 마을 밖에서 그런 꼴을 당했다면 처참한 죽음이 날 기다리고 있었겠지.


내 말을 듣고 한참 고민하던 대짝이가 다시 나를 불렀다.


“연...료...통을 만들어 가자. 아까 그 빨...대 같은... 걸로.”

“연료통? 빨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거냐며 발끈하려고 했다. 순간 베베 아줌마가 아침에 가져온 이동용 급수기가 떠올랐다. 빨대 모양의 긴 파이프가 달려 있었다.


그러고 보니 급수기의 물도 액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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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용 급수기가 있다면 휴대하고 다니며 머리 안으로 넣을 수 있다. 이렇게 좋은 생각을 하다니, 역시 신형인가? 나는 조금 자존심이 상했지만, 일단은 고마워하기로 했다.


나는 당장 창고로 가서 메고 다닐 수 있는 연료통을 찾았다. 그리고 연료통과 내 머리를 연결할 고무호스와 잡다한 용구들을 챙겼다. 그리고 급수기를 만들 때 사용했던 설계도도 펴들었다.


하지만 우리 같은 로봇에겐 어려운 작업이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


하는 수없이 긴 아저씨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 다음 편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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