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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르도 Oct 26. 2020

스타벅스 덕에 결심한 쿠바 여행

스타벅스 있는 쿠바와 스타벅스 없는 쿠바는 차이가 클까?

여행지를 고르는 데는 저마다 이유가 있다. 맛있는 음식이 될 수도 있고, 인스타그램에서 본 멋진 사진이 될 수도 있다. 나와 여자친구 '쑤'가 쿠바를 이번 여행지로 결정한 이유는 바로 스타벅스 때문이었다.


쿠바 한 달 여행은 우리가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공동의 목표가 되었다. 사귄 지 1년이 좀 넘었을 때였다. 꼭 가보고 싶은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둘 다 꼭 가고 싶은 여행지 1순위가 ‘쿠바’인 점을 알게 되었다. 우리 커플은 공동의 목표로 '언젠가(아마도 막연히) 꼭 쿠바에 가자! 그리고 오래 지내보자!’고 결심했으나, 그게 바로 2019년 4월의 봄이 될 줄은 몰랐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고, 순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2018년 쑤는 자신을 갈아 넣던 대기업에 휴직계를 내고 쉬고 있었고, 난 스타트업 회사를 1년째 다니고 있었다. 휴직하고 2018년 내내 쉬던 쑤는 휴직 기간이 끝날 때쯤 회사로 돌아가지 않고 퇴사를 결심했다. 이때부터 슬슬 나에게 '언제 쿠바 여행을 할지'재촉하기 시작했다. 나도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오래 있을 생각이 없는 것을 안 쑤는 그냥 지금 그만두라는 것이었다. 나도 퇴사를 고민할 쯤이라 타이밍을 재고 있었는데, 이번에 같이 퇴사하고 우리가 생각했던 쿠바 여행을 가자고 했다.


하지만 나는 쉽사리 결정하지 못했다. 마음으로는 가야 한다고 십분 공감했으나 현실적인 문제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맴돌았다. '지금 이대로 가면 내 커리어는? 모아놓은 돈을 써야 하는데 그럼 나중에 장가는 어떻게 가지?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했는데 내가 몇 개월 여행을 갈 사치와 여유가 있을까?'라는 생각들이 끊이지 않았다.


쑤는 '어차피 돈은 모인다. 지금 나랑 쿠바 여행 안 가면 어차피 장가 올 생각하지 마라. 사회생활 그까짓 것 앞으로 할 세월이 얼마나 많은데 1년쯤 아무것도 아니다, 여유와 사치는 돈이 있을 때만 누리냐? 지금 누려야지.'라는 논리로 나에게 반박했다.


마음이 서서히 동하는 와중에 어느 순간 쿠바 여행을 딱 정했다. 


이 모든 게 다 스타벅스 덕분이었다. 2018년 가을이었다. 여전히 쑤는 나에게 내년 초에 퇴사하고 쿠바로 오랫동안 떠나자고 말했고, 나는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역시나 여행 이야기를 하던 우리는 갑자기 이런 말이 했다. 

“아바나에도 스타벅스가 생긴다는 소문이 있던데?” 누가 말했는지 모르겠다.

“뭐!? 쿠바에도?”

“응, 지난번에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방문해서 수교 맺은 다음 스벅이 진출할 예정이래.”

“그럼 스타벅스 생기기 전에 무조건 가자.”


우리가 생각했던 쿠바는 스타벅스가 없는 국가니까. 지금 아니면 쿠바 고유의 모습을 볼 수 없으리란 두려움에 휩싸였다. 내가 돈 벌고 마음의 여유를 만들고 사치를 누릴 준비를 할 때까지 스타벅스는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았다. 언제든 쿠바에 침공할 준비를 하고 있을 것만 같았고 나는 스타벅스가 있는 쿠바는 가고 싶지 않았다. 그날 가을 쿠바 여행을 결심했다.


쿠바는 카리브해에 위치한 중남미 국가에 속하는 섬 국가다. 지리학적으로는 아메리카 대륙의 딱 중간에 위치해 교역에 유리하지만 실상은 쿠바 혁명 이후 미국에 의해 외딴섬처럼 가둬진 국가다. 냉전시대에는 소비에트 연방과 동유럽 등 같은 사회주의 국가끼리 교역을 했으나 동유럽이 무너지고 소비에트가 스스로 살아남기도 힘들어지면서 그때부터 쿠바는 세상으로부터 버려졌다.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홀로 고립된 작고 외로운 국가다.


쑤와 나는 쿠바에 아직은 여행의 낭만이 존재하리라 믿었다. 스타벅스도 없고, 거대 글로벌 호텔 체인도 없다. 로컬 상점만 있으며, 숙소는 열악하지만 지낼 만하고, 정들 것이다. 최신 스포츠카보다는 형형색색 올드카가 즐비한 재미난 풍경일 것이다. 이것들을 마음 속에 그리며 우린 쿠바 여행을 결정했다. 몸은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 시대에 모험 같은 여행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했다.(글을 마무리하고 있는 지금 생각해보면 이때 갔다 오길 정말 다행이었다. 원래 올해 가기로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계속 있었다면 지금의 이 글을 쓰지도 못할 테고 무엇보다 쑤의 분노를 이겨낼 자신이 없다)


18년 10월부터 간략하게 여행 일정을 짰다. 쿠바와 가까운 멕시코에서 3주, 쿠바에서 한 달 그리고 돌아오는 길인 캐나다에서 2주를 지내기로 했다. 북중미를 크게 한 바퀴 도는 셈.


18년 11월 중순에 생일을 앞두고 회사에 퇴사 의지를 밝혔다. 사유는 여행. 3개월의 여행을 계획한다고 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라고 했으나 한국에 약속을 남겨두고 가긴 싫다고 정중히 거절.


18년 12월 멕쿠다(멕시코+쿠바+캐나다) 여행의 모든 일정을 정했으며 예약도 마쳤다.


19년 2월 퇴사했다. 남은 연차를 다 사용하니 설 연휴 마치고 회사를 갈 필요가 없었다.


19년 2월 29일 밤 12시 인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멕시코를 향해 떠났다. 

우리의 쿠바 여행 이야기는 시작된다.


출판사 지성사 덕분에 책으로 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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