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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Nov 16. 2024

AI 시대,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길

세스 고딘의 <린치핀>

 20년째 회사에서 사무직으로 일해오면서 가장 두려운 건 '나는 언제든지 대체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이었다.


 조직이라는 곳의 기본 속성이 원래 그러하다. 누구 하나 특출한 인재가 있다고 해서 그 사람 혼자만 회사를 이끌어 가거나 오로지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회사는 멈추지 않고 굴러가야 하는데 유일무이한 단 한 명에게 의존하는 건 리스크가 너무 크다. 그 사람에게만 기대고 있다가 그가 이직을 하거나 갑자기 변고라도 생겨 회사에서 그의 존재가 사라지게 되면 조직 전체가 멈추어 버릴 테니. 규모가 큰 곳일수록 특정인의 부재가 회사 운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기 마련이다.


 개인에게 의존하지 않는 건 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방침이지만, 그 조직의 구성원에게는 치명적인 위험 요소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업무를 맡을 수 있는 사람이 나 말고도 무수히 많다는 사실, 각 개인은 회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언제든 대체 가능한 조직의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건 회사원을 옥죄는 잔인한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 회사원들은 대체 불가결한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데, 정작 그들이 속한 조직은 누가 들락날락해도 굳건히 굴러가는 시스템을 갖추고자 하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더욱 역설적인 건 최근의 사회 분위기가 "언제 어느 곳에서도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어야 한다"며, AI 시대에 경쟁력을 갖추려면 개인의 독창성과 차별화된 능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점이다.


 단순 반복적인 일, 매뉴얼과 지침대로 하면 되는 업무들은 AI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본인만이 할 수 있는 일을 갖지 못한 사람은 설 자리가 없어질 거라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조직 내에서 튀지 않고 본인의 역할을 해내는데 집중해 온 평범한 회사원들 입장에서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가중되는 시기다.


 한국에서도 <보랏빛 소가 온다> 등의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세계적인 마케팅 구루 세스 고딘의 저서 <린치핀>은 이런 혼란스러운 시대에 방향을 잡아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린치핀'은 바퀴를 축에 고정해주기도 하고 작은 부품을 연결해 주는 소박한 부품이다. 철물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바퀴를 제대로 굴러가게 하기 위해 없어서도 안 되는 강력한 부품이기도 하다. 세스 고딘은 비범한 인재로 살아남기 위해 바로 이 '린치핀'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대체 불가결한 사람이 되는 길을 알려주는 책이라면 더 화려하거나 값나가는 재료를 키워드로 사용할 수도 있었을 텐데, 세스 고딘이 굳이 '린치핀'이라는 평범한 부품을 전면에 내세운 건 "평범한 당신도 린치핀처럼 조직에 반드시 필요한, 대체 불가능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능력이 없어서, 완벽하지 못해서, 거창한 아이디어가 없다는 이유로 그저 조직의 톱니바퀴로 사는 걸 택하는 사람들에게 당신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주기 위한 도구로 린치핀을 택한 게 아닐까.


 참고문헌이 실린 페이지를 제외하고도 450페이지가 넘는 이 책 속에는 세상이 원하는 "꼭 필요한 사람" 린치핀이 되기 위한 인사이트들이 차고 넘치게 가득하다. 한 마디로 결론 같은 본론들로 알차게 꽉꽉 채운 책이다.


 서론에서 00해야 하는 이유와 배경을 쭉 이야기하고, 본론에서 00 하는 방법을 목록화하여 설명하고 결론에서 본론 내용을 요약 반복하는 자기 계발서의 흔한 구조를 따르지 않는 점이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이 책의 어디를 펴더라도 기존에 오랫동안 조직에 순응하며 살아온 안온한 삶을 벗어나, 용기를 갖고 좀 더 가치 있는 사람으로의 길을 개척할 수 있는 방법과 영감을 주는 메시지를 만날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는 것도 좋지만, AI에 대체되지 않는 삶에 대해 평소 고민해 왔던 사람이라면 책을 자유롭게 넘겨보다가 눈길을 끄는 소제목이 있는 부분부터 읽어도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학창 시절에는 선생님 말씀 고분고분 잘 듣고, 회사에서는 상사의 지시를 완수하는 전형적인 톱니바퀴의 삶을 40년 넘게 살아온 내가 하루아침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특별한 능력이 없는 것 같아 의기소침해질 때면, 이 책을 펼쳐보며 나 자신을 바꾸고 새로운 길로 걸어갈 수 있는 힘을 얻으려 한다. 그리하여 끊임없이 진정한 나를 찾으려 노력하고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일을 찾으려 한다. 나만의 고유한 린치핀으로 살기 위해.


린치핀은 만들어지는 것이지 태어나는 것이 아니다.
P.376

어떤 사람이 린치핀이 되기까지는 지름길이 없다. 힘든 일일수록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P.396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패배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과 맞지 않는 예술 분야에서 자신과 맞지 않는 지도를 그리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P.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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