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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여남 Dec 17. 2018

내 ID는 발꾸락

아들아 아빠전화기 지문은 발가락이다

나는 아들과 함께 잔다.

둘째가 태어난 이후로 쭈욱 그랬던 것 같다.

그 이전에는 혼자였는데 요즘은 아들 녀석이 근처에 있어서 외롭진 않다.

주말이면 진기한 풍경이 일어난다.

먼저 아침에 소변을 본 아들놈은 나의 주변을 어슬렁 거린다 그러다 매가 먹이를 낚아 채듯

나의 전화기를 집어들곤 바로 무슨 작업에 들어간다.

패턴도 알고 비번도 알아서 잘 풀어서 쓴다.

누가 가르쳐 주지도 않았는데 어찌 이리 잘쓰는지? 참 모를 노릇이다.

그러던 어느날 지문인식을 발로 바꿔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재밌겠다 싶었다.

금요일 저녁 가족들과 식사를 하며 이야기 했다.

아빠 전화기 지문인식 발로 바꿨으니까. 이제 아빠손 아무리 갔다 되어도 안될껄.

이러고 잠이들어 주말을 맞았다

아들놈은 언제나 그렇듯 소변보러 일어나서 나의 전화기를 찾는다.

찾았다. 그러면서 내가 한말은 기억이나 한듯이 이 발꾸라 저발꾸락 막 가져다 된다.

(발에 냄새도 심한디 어찌 잘 견디며 발가락 10개는 스캔하는거 같다.ㅋㅋ)

웃음이 나왔지만 웃지 못했다. 순수한 놈..ㅋㅋ

이것저것 해도 안되자 마지막 내 지문을 가져다 된다. 그러면서 열렸다.

자기가 보고 싶어 하는 만화를 찾아서 보고 있다

너무 웃겨 죽는줄 알았다. 짜슥 순수하기는. 참고로 아들은 올해 1학년인 8살이다.

규진아 아빠 진짜 발꾸락으로 지문 바꿀꺼다. 조심해라.

아빠발 냄새 심하다. 알쥐?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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