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지읒같다고 말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어렵다.
글은.
누구나 쓸 수 있지만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글을 쓴다는 것은,
제대로 된 글을 쓴다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임에 틀림이 없다.
나의 경험이 그렇다.
오랜시간이 지나고 나의 글을 읽어보는 지금 느낀다.
진심으로 느끼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던 아픈 기억을 글로 옮기자면, 수도 없이 카페로 향해서 써둔 글을 다시 읽어보고 고치고 화장실이라도 다녀와서 또 보고 고치고를 반복했었던 수고가 필요했다.
그렇게 내가 쓴 글을 잊고 제3자의 시선이 되려 노력했었다.
그랬었다. 취직을 다시 하기 전까지.
나 취직했다 오늘로 5개월 반째다
나는 그리 혐오하던 광고계로 다시 복귀했다.
직군은 바뀌었다. AE 에서 카피라이터로.
아마 남들이 '나 카피라이터야'라고 말했으면, 개무시했을 것이다. 요즘 시대에 무슨 카피라이터야 개나소나 글쓰는데, 티비광고도 안보는데. 하고.
그리고 심지어 지금도 무시한다 티비광고를 하는 모든 사람들을. 누가보냐 요즘 티비를.
그런데도 나는 TVC 카피라이터다.
나는 카피라이터다
전혀 직업소명의식도 없고, 존경도 없고 꿈도 없고 의욕도 없다. 나는 내 자신만 본다.
고3의 어리던 나는 대학에 뭔 원서를 내면서 내가 고1부터 3년 내내 희망직업에 카피라이터를 썼었다는 걸 깨달았었다.
왜냐면 나는 꿈이 없었으니까 이 지옥 같은 학교를 벗어나서 자유롭게 재미있게 사는 방식이 카피라이터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우물 안 개구리였는지, 얼마나 멘토란 없었는지 어찌나 순수했는지.
아무튼 나는 어차피 되고 싶은 것도 없고 중소기업을 혐오하고 혼자사업할 자신도 없고 그리고, 나의 어릴적 꿈을 한 번 이뤄주고 싶어서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내가 하고 싶단걸 누구도 이뤄주지않으니, 내가 나를 챙겨줘야겠다고. 그 때는 생각했다.
재수없게 또 놓쳤던 기회들만 생각난다
지금 이 회사를 들어오기 전,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다른 직군의 지원을 받은 회사가 기억난다. 온라인 쪽 이었는데, 나는 결국 그놈의 카피라이터에 넘어가서 그 회사는 안갔다.
아마 거길 갔으면 내가 이렇게...돈에 쪼달리고...주말에 나가도 억울하지 않고 그랬을까나...뭐...나의 선택이었으니 어쩌겠나...
(얼마전 하도 답답해서 적성검사를 했는데, 공간지각능력은 최상인데 상황판단력이 중하가 나왔다..)
즐겁게 끝마무릴 하고 싶지만
못한다.
얼마 전, 공익광고를 제출하며 누군가의 '끝은 밝게 끝내야 예선에 통과할 수 있어. 걔넨 그런걸 좋아해'라는 혐오스런 말을 들었다.
듣자마자 존나 혐오스러웠다.
심각한 사회문제를 밝게 헛소리로 끝내야된다니ㅋ
솔직히 티비광고 만드는 거 보면, 도대체 듣는 사람을 위한 건지 광고주를 위한 건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진짜 광고계 혐오스럽다. 어차피 별로 꿈꾸는 사람도 없지만 어린 분들은 제발 이쪽으로 안오셨으면 좋겠고, 세상에 꿈이라는 아름다운 단어가 한국에 존재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