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은경 Mar 03. 2022

음악은 나의 작은 타임머신

윌리엄 볼컴의 우아한 유령

결혼 후 집에 이사 와서 봄이 오기 전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연주. 아니 유일하게 들었던 곡이라고 해야 하나. 길어진 재택근무로 낯선 집에서 하루 종일 이 연주를 틀어두고 일도 하고, 요리도 하고, 청소도 하고, 책도 읽었다. 여러 연주를 찾아들었지만 손열음, 클라라 주미강의 연주가 가장 좋았다. 지금도 이 연주를 들으면 결혼 직후에 느꼈던, 내 집에 있는데도 여전히 초대받아 온 손님인 것 같은 낯선 느낌이 되살아난다. 여행을 떠나왔는데 돌아갈 집이 없어진 것 같은 느낌. 한겨울 코끝을 스치던 집 안의 차가웠던 공기까지도 생생하다.


윌리엄 볼컴은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곡을 작곡했다고 한다. 밝은데 밝지만은 않고, 어두운데 어둡지만은 않은 묘한 분위기의 . 태어나 처음 집을 떠나 나의 가정을 꾸리며 느꼈던 설렘과 불안 당혹, 쓸쓸함.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모든 감정들이 한데 모여 몽글거린다.



작가의 이전글 머리는 왜 그렇게 자르셨어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