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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삼국지 #16 동탁의 위기 #1

by 주안

동탁은 어떤 면에서 천재라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의 탁월한 인물이었다.

최고의 명문대에 수석입학하여 최고의 성적으로 졸업하였으며,

전공인 철학을 깊게 공부해 인간사를 꿰뚫는 혜안을 가졌으며,

절망에 결코 좌절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는 물론 절대 포기하지않는 끈기까지 갖춘,

재능과 노력, 천운을 모두 타고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동탁은 현재 자신이 처한 인생최대의 위기를 두고 차갑고 냉정한 마음을 잃지 않았다.

강력한 멘탈은 강력한 체력에서 나온다는 말을 실천하듯 그 동안의 안일했던 자신을 반성하며 운동을 해 최고의 몸상태를 만들었다.

또한 최고의 로펌을 선임하여 직접 모든 사항들을 챙겼다.

다만, 그로서도 한 인물과 관련된 문제에 대해서는 분노의 감정을 주체하기가 어려웠다.

그렇다고 분노를 쏟아내기에 그 인물은 너무나 위협이 될만큼 자신의 역사에 깊게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그 인물은 바로 창업초기부터 그와 생사고락을 함께 했던 CFO 이윤이었다.


- 충성스런 공신, 이윤


이윤은 창업 초기부터 동탁을 보좌해온 최측근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CFO 라는 핵심 임원은 아니었다.

이윤은 집안이 좋지 않아 지방대학을 중퇴하고 은행의 창구업무를 하던 직원이었다.

동탁이 처음에 회사를 창업하고 법인계좌를 만들러 은행에 다니다가 인연이 되어 그를 경리로 채용했다.

이윤은 비상한 머리와 성실함, 정직함으로 열명도 되지 않은 작은 회사의 살림을 알뜰하게 챙겼다.

나대지 않는 처세와 굳은 일을 마다하지 않는 성정으로 동탁을 비롯한 모든 회사의 구성원들은 이윤을 좋아했다.

회사가 성장하는 동안 동탁은 스펙이 좋은 여러 사람들을 이윤의 상사로 채용했지만,

그들은 회사가 조금만 삐걱거려도 독선적인 동탁의 성격을 탓하며 그만두었다.

하지만 이윤은 묵묵히 동탁의 말을 성경처럼 신봉하며 그 자리를 지켰다.

동탁이 “낙양 프로젝트”라는 무모한 신사업을 선언했을 때, 다들 반대하고 도망갈 궁리를 할 때, 이윤만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이윤이 시간이 가며 자연스럽게 CFO의 자리에 오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동탁이 회사의 운명을 건 "낙양프로젝트"를 시작하려 할때에도 다른 임원들은 거센 반대를 하였지만, 이윤만은 무조건 적으로 동탁의 결정을 지지하며 다른 임원들을 설득하는데 최선을 다했다.


- 낙양 프로젝트와 새로운 별, 이숙


아이러니하게도 동탁의 낙양프로젝트가 성공을 한데에 가장 큰 공을 세운 것은 외부인이었던 이숙이었다.

이숙은 동탁과 같은 대학교 경영학과 출신으로 글로벌컨설팅기업의 경력을 가진 고급 인재였다.

낙양 프로젝트의 중요한 분수령이 되었던 자금조달과 전략적투자자를 invite하는데, Advisor로서 참여한 이숙은 혁혁한 공을 세웠다.

동탁은 삽시간에 성장한 회사를 관리하고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이숙같은 인재가 필요하다고 확신했다.

다만, 고생했던 이윤을 배려하여 그대로 CFO로 두고, 이숙을 CSO로 지명하였다.

이숙은 동탁의 기대대로 많은 능력있는 후배들을 채용했다.

동탁은 이윤을 초기부터 고생한 동료라고 인정하고 아끼는 마음이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성장하지 못하고 늘 하던일에 허덕이는 그가 못마땅했었다.

동탁은 시간을 두고 이숙에게 CFO를 포함한 경영전반의 모든 조직을 맡겨야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 이숙의 낙마


이숙은 대부분의 면에서 뛰어났지만 술버릇이 안좋다는 단점이있었다.

술을 마시기 시작하면 밤을 지새워 정신줄을 놓을때까지 멈출줄을 몰랐다.

동탁의 신임을 한 몸에 받기시작하면서는 직원들과 술자리를 자주 즐겼는데, 술자리가 길어질때마다 크고, 작은 이슈들이 생겨났다.

사실상 CFO업무에서 밀려나 인사와 자금업무만을 보던 이윤은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숙의 술자리 이슈들에 대한 민원을 들었다.

그러나 이윤은 단 한번도 이러한 이슈를 동탁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동탁이 다른 루트를 통해 이러한 이슈를 듣고 이윤에게 물어봐도 이윤은 적극적으로 이숙을 옹호했다.

이윤의 측근들은 그러한 이윤의 행동에 답답함을 표시하였지만, 이윤은 그저 웃으며 자신은 그저 회사를 위할뿐이고 이숙은 반드시 회사에 필요한 인물이라고 답변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윤의 행동은 참으로 무서운 것이었다.

그는 이숙의 이슈를 방치함으로서 점차 회사내 이숙의 평판을 떨어트리고 적대감을 키웠다.

그러던 중 이숙은 결국 술자리에서 결정적인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한창 술자리 중간에 이윤이 인포데스크에서 일하던 여직원을 데리고 합류했는데,

이윤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한 것이었다.

이 이슈는 일파만파 회사내에 퍼져나갔고, 동탁으로서도 이숙을 해고조치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이숙을 해고하기로 결정한 인사위원회가 있던 날, 동탁은 묘한 기시감이 들었다.

여직원을 술자리에 데리고 온 사람이 이윤이라는 게, 그리고 하필 이윤이 없을때 성추행이 벌어진게 마음에 걸렸다.


- 이윤의 자리


이숙이 떠나고 그로인한 필수적인 공백은 이윤이 맡을 수 밖에 없었다.

이윤은 능력은 부족하지만 인망이 있다보니 겉으로 보기에 조직의 충격을 빠르게 안정화하는 되는 것으로 보였다.

동탁은 대외업무와 신규 프로젝트에 너무 바빠 회사가 안정되었다고 느끼자 경영조직에 대한 신경을 크게 쓰진 못하였다.

이숙이 채용한 훌륭한 스펙의 인재들은 이윤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 이윤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역량이 너무 부족하였다.

중요한 회의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쉽게 납득하고 이해하는 일들을 이윤만 쫓아오지를 못하는 모습을 많이 보게되었다.

이윤 역시 이들이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이 느껴져 답답하면서도 일상적으로 화가 치밀었다.

고성이 오가는 회의가 잦아지면서 이윤은 그들의 책임과 권한을 제한하는 인사조치를 주도면밀하게 진행하였고, 이숙이 모은 훌륭한 인재들은 그렇게 하나, 둘 회사를 떠나게 되었다.

이윤은 이러한 공백을 채우기위해 많은 노력을 하였지만, 애초에 인맥이 거의 없다보니 헤드헌터를 통해서만 채용을 진행할 수 밖에 없었다.

처음에는 이윤 역시 훌륭한 인재를 뽑기위해 객관적인 관점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매번 비슷한 문제가 생겼다.

점차 이윤은 본능적으로 자신을 위협할 역량을 가진 인재를 채용하는 것에 거부감을 가지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며 이윤의 조직은 좋은 인재는 떠나고, 이윤에게 충성하는 부족한 사람들로 채워져 갔다.

- 이윤의 욕망


이윤에게도 꿈이 있었다.

그는 CFO로서 동탁의 회사의 상장(IPO)을 성사시키는 것을 자신이 생각하는 커리어의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이윤 역시 동탁과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회사의 주주였기에 상장을 하게되면 큰 돈을 벌 수도 있을 것이었다.

동탁회사에 투자를 한 투자자들 역시 회사의 상장을 원하는 것은 너무 당연했다.

하지만 동탁은 상장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주주들 귀찮고, 공시 제약 생기고, 뭐하러?”라는 입장이었다.

회사가 돈을 워낙 잘 벌고 있어서 자본조달에 대한 요구도 크지 않았다.

투자자들은 동탁을 찾아와 상장에 대한 요구를 자주 전달했는데, 처음에는 몇번 받아주던 동탁은 나중에는 아예 미팅을 거부하였다.

이렇다보니 투자자들은 CFO인 이윤을 자주 찾아왔다.

이윤은 동탁의 앞에서는 동탁의 입장을 이해해주는 척하며 투자자들이 동탁을 귀찮게 하는 것을 자신이 커버치겠다고 하면서,

투자자들을 만날때는 투자자들의 입장에 공감하여 물밑에서 회계법인, 증권사, 거래소를 접촉하며 몰래 상장 준비를 진행하게 되었다.


- 가후와의 만남


이윤은 투자자들을 통해 가후라는 인물을 소개받게 되었다.

가후는 미국 명문대 출신, 글로벌 자산운용사에서 승승장구했던 인물로 이숙의 상위호환에 해당하는 그런 인물이었다.

처음에는 이윤도 괜한 자격지심으로 가후를 경계하였는데, 가후는 겸손하고 소탈한 남자였다.

가후는 이윤의 처지와 마음을 잘 이해하였으며 아무런 대가나 잘난척없이 이윤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며 둘은 호형호제하며 술잔을 기울이는 사이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윤은 조심스럽게 상장을 둘러싼 동탁과 투자자들의 갈등, 자신의 입장과 욕망을 가후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였다.

가만히 이야기를 듣던 가후는 웃으며 과거 참여정부의 햇볕정책을 비유로 꺼냈다.

“동탁회장님의 두꺼운 외투를 강풍으로 벗길 수는 없을 것이네, 스스로 벗는 다면 모를까”

가후는 속삭이듯 다음 이야기를 물 흐르듯 이어나갔다.

이윤은 기회를 보아 가후를 동탁에게 소개했다.

인재를 알아보는 동탁은 대번에 가후의 역량을 간파했다.

동탁은 자신보다 훌륭한 인재를 소개한 이윤을 대견하게 생각했고, 가후를 영입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가후는 동탁과 자주 어울리며 많은 시간을 보냈지만, 동탁의 회사에 들어오는 것에는 애매모호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동탁에게 도움이 되는 조언과 많은 인맥들을 소개하며 동탁의 애를 태웠다.


- 가후의 계략


그러던 어느 날, 가후는 동탁을 LA의 헐리우드에 열리는 파티에 데려갔다.

유명 배우, 억만장자, 샴페인과 미녀들… 동탁은 충격과 설렘을 동시에 느꼈다.

전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의 억만장자 기업가들은 생각부터 사이즈가 달랐다.

아직 결혼을 하지 않은 동탁에게 그들과 자신 가운데 있는 미녀들의 모습에 질투와 경쟁심이 동시에 불타올랐다.

동탁은 스스로가 작은 성공에 취해 안주하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에 대한 답답함과 실망감이 커졌다.

동시에 이러한 자극을 준 가후에 대한 신뢰는 더욱 더 올라가게 되었다.

며칠간의 화려한 파티가 끝나고 가후는 동탁을 데리고 자신이 일했던 사모펀드에 데려갔다.

사모펀드에서는 동탁을 크게 반기며 은밀하게 미국 기업의 인수건을 소개하였다.

해당 기업은 동탁회사의 분야에서 굉장히 오래된 기업이었다.

고령의 창업자가 은퇴하면서 다소 외형은 작아졌지만, 대단한 브랜드 가치를 가졌다.

동탁은 상상했다.

만약 자신이 이 미국회사를 인수하면 단번에 파티에서 만났던 미국의 기업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되지 않을까?

가후와 함께한 미국 여행은 동탁의 고요했던 촛불을 불꽃처럼 일렁이게 하는 큰 바람이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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