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떠나는 것이 아쉬워 글을 끄적입니다. #10
오랜만에 금요일을 포함한 주말을 꽉 채워 보냈다. 의도치 않게 바빴던 주말을 기록하려고 한다.
5월 31일 금요일
9:40 a.m : 일어났다. 시계를 봤다. 늦었다. 팀 단톡 방에 이실직고를 하고 얼른 출근했다.
10:10 a.m : 지하철에서 아 x 됐다. 할 거 많은데.. 라며 오늘 처리해야 하는 일을 정리하였다. 그러다 오늘 대표님과 영화 '기생충'을 보기로 한 사실을 들었다. 아뿔싸. 부산 국제광고제 제출일이 오늘까지임을 상기하며 광고제 측에 전화를 걸었다. '오늘 몇 시까지 제출해야 돼요?' '6월 15일까지로 밀렸어요?' '네? 감사합니다.' 일단 업무 하나 미뤘다.
11:00 a.m - 13:20 p.m : 영화 '기생충'을 봤다. 영화가 끝이 나고 계속해서 감탄하며 회사로 복귀했다. 알찼다.
14:00 p.m - 16:00 p.m : 카스 소셜 미디어에 오늘 올라갈 예정인 콘텐츠를 올렸다. 반응이 폭발한다. 처음이다. 지인에게서 카톡이 왔다. '오늘 콘텐츠 너무 좋다.' 해당 콘텐츠는 퀴어 퍼레이드를 응원하는 카스의 메시지였다. 국내 대기업 중 처음으로 내는 목소리에 걱정도 했지만 다행히 좋게 봐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알찼다.
16:00 p.m - 19:00 p.m : 우리 회사는 금요일 업무 시간이 오후 4시까지이지만 3시간을 더 일해버렸다. 알찼다. 한 달 뒤, 미국으로 유학을 떠나는 지인을 봐야 하는데 약속을 늦을 것 같다. 망할 광고
20:00 p.m - 20:30 p.m : 꾸역꾸역 지인을 보러 갔다. 생각해보니 오늘 한 끼도 제대로 못 먹었다. 빵 하나 사들고 약속 장소에 도착. 5년 만에 만났는데 30분 봤다. 망할 광고. 미안한 마음에 미국 유학 가기 전에 한 번 더 보기로 약속했다.
21:40 p.m - 22:40 p.m : 영어 회화 수업이 있는 날이다. 몇 개월 째 함께 하고 있는 Dominique와 오랜만에 수업을 했다. 원래는 30분 예정이었지만 대화하다 재밌어서 1시간 했다. 알찼다.
6월 1일 토요일
11:00 a.m : 일어났다. 시계를 봤다. 행복했다. 여자 친구에게 일어났다는 카톡을 보내고 운동을 갔고, 집 청소를 대대적으로 하고 씻었다.
15:00 p.m : 오늘은 챔스 결승전이다. 친한 형 지인들과 함께 보기로 약속했다. 밤까지 기다리지 말고 본인 자취방 고양이들 좀 봐달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 그래서 냉큼 갔다. 알찼다.
16:00 p.m - 02:00 a.m : 고양이랑 놀면서 일했다. 망할 광고. 아이디어는 없지만 주기적으로 고양이들과 놀아줘야 했다. 물도 갈아주고. 간식도 주고. 아이디어는 없지만 시간은 빨리 갔다. 망할 나란 인간. 어찌어찌 아이디어 정리는 했지만 잘 모르겠다.
6월 2일 일요일
04:00 a.m - 06:00 a.m : 챔스 결승을 봤다. 몽롱하다. 리버풀이 우승하다니. 사실 누가 우승하든 내 인생에 큰 영향은 없겠지만 알찼다.
12:00 p.m : 일어났다. 자는 동안 누구한테 두들겨 맞은 게 틀림없다. 피로가 안 가신다. 여자 친구에게 일어났음을 알렸다. 동시에 어제 정리한 아이디어를 팀원에게 공유했다. 망할 광고.
여자 친구랑 오늘 뭘 할지 상의했다. 그러다 데이비드 호크니 전시를 가보면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15:00 p.m - 17:00 p.m : 생각보다 사람이 적어서 좋았다. 전시는 더 좋았다. 굿즈샵에 가서 살까 말까 고민을 10분 정도 했다. 여자 친구는 포스터를 한 장 구매하고 나는 월급이 들어오면 개인적으로 방문해서 사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은 조금 쪼달리니깐. 근데 마그넷은 사고 싶었다. 그래도 참았다. 알뜰했다. 근데 집에 왔는데 우리 집 냉장고에 호크니 마그넷이 붙어있었다.???. 생각해보니 영국 갔을 때, 테이트 미술관에서 구매했었다. 와 나 호크니 전시 봤었구나. 망할 기억력. 심지어 여자 친구도 같이 봤었다. 웃기다.
18:00 p.m - 20:00 p.m : 여자 친구가 내 머리 염색을 도와줬다. 요즘 새치가 너무 많아져서 새치 염색 좀 하라고 잔소리를 들었고 나도 그런 새치를 보며 스트레스받아서 새치가 더 많아졌다. 염색을 하고 나니 새치가 사라졌다. 알찼다.
21:00 p.m - 01:00 a.m : 여자 친구를 집에 보내주고 뻗었다. 일어났다. 알찼다. 잠이 안 온다. 생각해보니 오랜만에 주말을 꽉 채워 살았다. 뭔가 억울하긴 한데 기분은 썩 괜찮았다. 마침 이번 주말 브런치를 안 썼다는 자책이 들었다. 그래서 이걸로 글 써야지~라는 생각을 했다. 개이득. 이걸 누가 볼까?라는 생각은 잠깐 들었지만 지난주도 못썼는데 뭔가는 써야 했다. 망할 광고.
다음 주말은
이번 주보단
덜 채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