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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summer Jul 23. 2022

저한테 육아가 왜 힘이 드냐고 하신다면

언제부터인지 엄마 번아웃

나 자신의 밑바닥 중에서도 아주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는 밑바닥을 매일같이, 내 손으로 헤집고 들어가 마주하기 때문이 아닐까.


아이가 어릴 땐 그저 내 체력을 시험하는구나 싶었고, 조금 크고 나면 성장에 필요한 좋은 자극을 주지 못하는 나의 부족함에 반성하는 나날이었다면 이제는 정신연령이 급속도로 자란 아이를 상대하며 매번 속에서 천불이 나고 눈앞에 빨간 불이 켜진다. 내 아이의 눈에 보이는 엄마라는 사람의 모습이 정말 악마겠구나 싶어 아이를 등지고 쭈그려 앉아 고개를 들지 못한 적도 있고, 그녀는 기가 막히게도 내가 무너지는 스위치를 잘 알고 눌러버리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픈 데만 찌른다. 그런데, 이제는 바로 그 순간에, 내가 참지 못하고 터져버리는 바로 그 순간 뭔가 잘못됐다고 느낄 수 있다. 사실은 누구보다도 내가 더 잘 알고 있는 거지. 내 딸이 날 힘들게 하는 게 아니라 어린 시절 보상받지 못한 내가 자꾸 튀어나와 나와 딸 사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누군가 나에게 그랬더랜다.

어릴 때 혼자 알아서 커야만 했던 사람은 내 아이의 조그만한 투정도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거지 같은 자존심을, 아이 앞에서도 부리고 마는 미완성 어른이었던 거예요. 그녀가 웃을 때만 좋아하는 나란 엄마의 얄팍함이 한심해요. 내 딸에게는 짜증 내지 말라면서 나는 짜증이 나요. 크다만 어른 마냥- 부끄럽기 짝이 없네요."



갓난아기 때야 먹이고 입히고 재우느라 크게 느끼지 못했지만, 자아를 지니게 된 내 아이가 나는 너무 어렵다. 아이가 크면 클수록, 내가 보고 싶지 않은 내 모습을 닮아가는 내 아이를 보기가 힘들다. 그렇다, 남편보다는 안좋은건 날 닮은 것 같다. 에바가 생떼 부릴 때 쓰는 "엄마 싫어, 필요 없어, 가" 같은 한마디에도 크게 무너지기에, 나는 내 아이를 상대로 내가 상처받기 싫어서 먼저 등을 보이는 못난 엄마.

보채며 떼쓰는 네 마음을 알아주려고 하기보다는 왜 내 마음은 몰라주는지 속상해하는, 부족한 엄마.


"내 아이가 돋운 화를, 나의 상처를, 나 스스로 주체하지 못해 이빨을 드러내버려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내 아이로부터 버림받을까 봐, 미완성격 엄마를 사랑하지 않을까 봐, 엄마라는 사람이 별 거 아니었다는 밑천이 드러나버릴까 봐... 어린 아이를 상대로 자꾸만 싸우게 되고 딜을 하게 되네요. 정말 못났어요."


나는 몇 살일까요.

몇 살에 머물러 있는 걸까요.




오늘도 아이가 잠들고 난 후에야 겨우 자신감을 갖고 다가갔다. 새근새근 숨소리를 들으며 옆에 누웠는데 아이의 들숨에 힐링되고 날숨이 날 보듬어주었다. 수천번도 더 한 반성을 한번 더 하고, 수만 번도 더 한 다짐을 또 하고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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