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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의summer Feb 10. 2024

우리가 둘째를 낳기로 결정한 이유

둘째 고민만 몇 년을 했다. 아닌 척했지만 육아가 좀 편해져서였을까, 여행지에서든 일상에서든 하루가 다르게 더 예뻐보이기만 한 딸아이를 보며 늘 마음 한구석에서는 하나가 더 있으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했다.

타지에서 그 누구의 도움이나 외주 없이 힘들고 고독하게 키워낸 기억이 커서 둘째는 절대 없다며 안 되는 이유는 수백 가지는 족히 댈 수 있었지만 둘째를 가지면 안 되는 이유를 수백 가지 나열하며 마음속 어딘가에서는 또 외동의 장점을 누가 시키지 않는대도 주장하는 내가 있었다.


심지어, 유명한 무당에게 조차 "그냥 하나만 낳아 잘 키워, 엄마가 힘들어"라는 소리를 듣고 안심한 적도 있으며 딸아이 역시 동생 갖고 싶단 말은 하지도 않았었다.


그런데 아이러니 하게도 이런 것들 때문에 둘째를 결심했다.

우리 부부에게 둘째가 안 되는 물리적 심리적 이유를 수백 가지 댈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련인지 고민인지 마음속 한구석에 늘 떨쳐내지 못하는 둘째라는 존재가 있었고, 청개구리 처럼 몇 년을 답 없는 고민을 하면서 주변에 하나둘씩 태어나는 신생아들을 볼 때마다 알 수 없는 부러움과 아쉬움에 젖어 있었던 내가 있었다.


그런 나를 위해 결심했다. 이민 가정들이 주로 자식들이 많은 걸 보며 ’외롭지 않기 위해‘ 같은 이유도 없잖아 있었지만 내가 나를 너무 잘 알기에 더 늙어서 덜 후회하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사서 고생일수 있지만 무엇보다 너무나 완벽하게 잘 크는 아이를 보며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과 더불어 내 눈앞에 있는 아이와 앞으로 태어날 아이가 서로에게 끼칠 선한 영향력이 손에 잡을 듯 느껴졌다. 그야말로 내가 일궈낸 나의 가정과 가족에 대한 자신감과 자부심으로 선택한 길이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몇달이 지났을까.

이 까다로운 내가, 결정을 내리기만 하면 바로 생길 줄 알았는데 막상 결정하고 나니 첫째와는 다르게

쉬이 생기지 않았다.

덕분에 매달 임테기와 배테기를 체크하고는 침울해하는 날들이 반복되면서 지쳐가기 시작했다.

우리 부부의 나이와 커리어, 첫째와의 터울도 이미 벌어져 있었기에 무한정 시도 할 수는 없었다.


이제 정말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1월을 지나 2월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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