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에바 일찍 데리고 와요"
-왜?
"마지막이잖아, 세 식구 같이 데이트라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딸의 픽업을 평소보다 두 시간 빠르게 부탁하며 전한 마지막이라는 말의 울림이 막달 임산부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틀 뒤면 제왕절개 수술 전 입원수속을 밟으러 집을 떠나게 되니, 오늘 자고 일어나면 첫째 아이와 오롯이 보내는 하루는 내일뿐이다.
(일단 남편은 차치하고) 이 세상에 영혼의 단짝은 나와 너밖에 없는 것처럼 살았나 보다. 그렇게 된 것도 약 4년 조금 넘은 시간밖에는 되지 않는데 새로운 존재가 다시 태어나 '나도 엄마 딸'을 주장해 올 것을 생각하니 기분이 묘하다. 내가 동생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괜스레 섭섭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그동안 잘해주지 못했던 것들만 생각난다. 네가 오로지 나만 바라보고, 내가 너만의 엄마였을 때- 첫사랑의 과분한 사랑을 매분매초 감사히 여기지 못하고 힘든 체력싸움에 지쳐하고 쉽사리 뿌리쳤던 순간들이 지금 이 순간 매우 후회스럽다. 늘 가장 예쁜 것을 가장 먼저 선물해 주던 너의 작은 손과 반짝이는 얼굴이, 다 큰 엄마의 어리광을 다 받아주던 너의 가슴이, 벌써 그립다. 이런 감정을 가지는 게 곧 다가올 제 차례를 기다리는 둘째한테 미안해 복잡한 양가감정이 치솟으니 이러니 저러니 결국 애미는 죄인이다
임신이 된 후론 어디선가 접한 똑똑한 형제자매 양육의 이론을 가지고 너를 제일 사랑한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일렀지만, 이제는 정말 진심으로 단전에서 우러나오는 온 마음과 몸이 그렇게 외치고 있는데 너한테 다 전해질 수 있을까.
사랑이 사람으로 태어난다면 그게 바로 너일거라 아무리 엄마가 말로 한들 제자리를 찾아갈까 싶지만-
얼마큼 사랑한다 말해야 너에게 평생의 방패막으로 가 닿을 수 있을까.
얼마큼 사랑한다고 전해야 엄마에게 살아갈 이유를 아낌없이 준 고마운 너에게 보답할 수 있을까.
얼마큼 사랑해야 너를 더 잘 아낄 수 있을까.
분명 네가 엄마를 사랑하는 것보다 엄마가 널 더 사랑하고 소중할 텐데- 늘 내 귓가에 속삭여주는 너의 표현보다 못하고, 네가 바라보는 따스운 눈빛보다 엄마가 보내는 신호가 미지근했던 것 같아 한없이 미안한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