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 Side Aug 25. 2021

교회라는 공간

제가 다니던 교회는 번화가 한복판에 제법 크게 있었습니다. 지나다니는 사람도 많은 곳이었습니다. 꽤 큼지막한 교회 건물 앞에는 조금만 마당이 있고, 어른 키만 한 담장이 둘러쳐져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랑 친했던 한 친구가 교회의 담장을 보며 말했습니다.

교회에 담장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담장이 없어서 지나는 누구라도 편하게 잠깐 쉬어 갈 수도 있고, 아무 때나 드나들 수 있게끔 벽을 허물었으면 좋겠다고.

당시 광신적이었던 저는, 그래서 많은 사람들에게 믿음 좋은 청년이었던 저는, 상대적으로 믿음이 덜 좋고 앞으로도 믿음이 더 좋을 생각도 없는 그에게 그래도 교회는 세상과 구별되는 거룩한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누구라도 편하게 들어와도 되는 건 좋지만, 세상에 오염되지 않는 거룩한 하나님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시간이 흘러 지금은 어느 쪽 편도 들 수 없는 입장입니다. 


분명히 교회가 세상에 대해 허물없이, 담장 없이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앞으로 교회에 오겠다는 약속 따위도 필요 없이 누군가 손을 내밀면 그 손을 잡아 주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때도 요즘도 교회는 교회에 다니겠다 약속하지 않으면 손을 내밀지도 담장을 허물지도 않습니다. 교회의 예배당은 예배를 하거나 교회 관련 행사 이외엔 거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교회 가는 날 빼면 교회는 늘 닫혀있는 샘입니다. 물론 안 그런 교회도 어딘가에 남아 있겠지만(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교회의 최종 목표는 전도입니다. 전도라는 목적 없이, 그저 순수하게 누군가에게 베푸는 교회를 나는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구별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학적으로 교회는 '교회라는 모임' 자체를 지칭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 기독교에서 교회라고 말할 때 대부분은 건물, 혹은 공간을 지칭합니다.  그 공간은 관리가 필요 하기에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노동자가 있습니다. 그들을 위해선 교회는 어느 정도 구별되고 단절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아무나 들어와 쉴 수 있어야 하지만, 아무나 들어와 쉬다 가려면 쉬지 않고 그 공간을 가꾸어야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가 사회를 위해 이런저런 행사를 할 수는 있겠지만, 그 행사의 뒤치다꺼리는 교회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해야 합니다. 물론 그들은 대가를 받는 노동자 들이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입금을 하면 그만큼의 일을 해야 한다지만, '봉사' 혹은 '하나님의 일'이라는 명목으로 저 임금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자와 신학생(혹은 예비목사)은 예전에도 매우 흔했고, 지금도 그렇게 나아 지진 않았을 것입니다.


어리고 단순할 때는 몰랐던 일을 요즘 깨닫고 있습니다. 모든 것들은 늘 생각보다 복잡하고 단순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프라임 타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