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한 지 1년 만에 받은 인수 제안
창업한 지 약 1년 만에 받은 인수 제안이었다.
인수를 제안한 A사는 국내 바이오의약품 시가총액 5위 안에 드는 기업의 가장 큰 계열사 중 하나이고, 첫 IR 이후 3개월 만의 일이었다. 전략적 투자를 제안할 것이라고는 예상했었으나, 그게 인수의 형태일지는 상상도 못 했어서, 고민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스타트업의 끝은 모두 다르지만, 창업자의 끝은 결국 "EXIT"이다. 회사가 정말 잘 되어서 상장을 하든, M&A를 하든, 폐업을 하든. 어찌 되었든 간에 스타트업의 여정에서 나오는 것, 그것이 창업자의 끝이다.
제안을 받은 후 약 1주일 간, 내가 정말 원하는 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창업 약 6개월 정도 지났을 때, 9년 전부터 창업가의 길을 걷던 선배가 "네가 생각하는 이 비즈니스의 끝은 어떤 형태냐"라고 물어봤었다. 그때 나는 주저하지 않고 "3년 안에 팔고 싶어"라고 했다.
물론 반려동물 헬스케어에 큰 반향을 일으키는 것, 반려 양육인들의 건강 고민을 해결하는 것도 내 창업의 주된 동기였으며 매우 중요하다.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보다 자본력과 인력이 많은 회사에서 더 크게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 그리고 개인의 관점에선, 내가 만들어 낸 비즈니스 모델과 브랜드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중요했다.
그렇기에 M&A로 EXIT을 하는 것은 내가 그려둔 엔딩 장면이 맞았고, 다만 그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빨리 찾아온 것뿐이었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지만, 비즈니스 모델이나 브랜드 보다도 그걸 실현한 나의 가치를 더 크게 인정받았다는 것도 의외로 기분 좋은 일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