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가 뭐예요? 먹는거잖아요.
몇일 전 회사동료였던 선배가 "브런치 라고 알아?"라고 물었고 "그게뭔데요? 먹는거잖아요." 라고 대답했던 내 모습이 시초가 되었다.
예전에는 싸이월드였지만 요즘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으로 사진과 글을 올리는 것을 즐기곤 했는데 선배가 쭉 내 글을 보더니 소비적으로 글을 쓰지말고 정식으로 써보면 좋을 것 같다며 추천을 해 주었던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변에서 글을 제대로 써 볼 생각은 없냐는 물음도 잦았지만 그럴때 마다 '내가 감히?' 라는 생각에 스스로를 과소평가 하며 나도 모를 틀안에 가둬 두려는 마음이 더 강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스스로 그 틀을 깨고 나온건지 나는 선배의 말을 듣고 고민 할 틈도없이 바로 브런치를 검색해 보았고 '아 내가 왜 이걸 이제서야 알았을까!' 라고 한탄 하는 동시에 때마침 출간 프로젝트가 진행 중에 있다는점도 내 눈에 띄고 말았다. 하고 있던 모든 일들을 멈추고 '이건 꼭 사야해!' 하는 마음으로 취업 자소서 쓸때보다 더 열심히 신청서를 적어 내려갔다.
내가 기억하는 나는 중학교때 국어선생님께 넌 감성이 깊은 아이라 그런지 표현력도 참 뛰어나구나 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고 피아노 선생님께서도 고작 열살짜리인 내가 연주할 때 귀가 기울여지는 이유 중 하나가 음 하나하나에 감정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며 칭찬을 받았던 아이였고 한창 싸이월드가 유행할 때 게시판에는 흔히 말하는 오글거리는 글 들로 친구들의 손과발 소멸 담당했던 애늙으니 학생이였다.
그때는 어려서 잘 몰랐지만 스무살이 되고도 삼년이 지난 그 때, 나는 대학 졸업 후 롯데카드에 근무 중이었고 뒷통수 얻어 맞듯 정보유출 사건을 겪고 난 뒤 <위기상황 극복 체험수기>라는 타이틀로 공모전이 올라 왔었다. 각 지역단 별로 몇명 이상은 지원을 해야된다길래 얼떨결에 나는 그 당시 힘들고 어려웠던 날들을 생각하면서 거짓없이 솔직한 표현들로 적어내려 갔다. 그런데 몇일 뒤 생각지도 못한 나의 작품이 당선되어 책에 실렸다는 소식을 듣고 어안이 벙벙했다. 비록 출판사를 통한 것도 아니고 나만의 글이 담긴 책도 아니였지만 몇백명을 뚫고 그 책에 내 글이 실려 여러 직원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스스로가 대견스럽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했다.
누가 보면 별거 아니라며 비웃을지도 모를 내 과거의 기억들과 경험들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이렇게 삶이란 지나가는것 처럼보이지만 실은 쌓여가는 것이라고들 한다. 그 쌓여가는 도중 모순이 하나 있다면 모든 인간은 각기 다른 얼굴을 하며 살고 있으면서도 삶은 참 아이러니하게 거기서 거기라는 말이 나온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 또한 그들과 크게 다를바 없는 삶을 걸어가는 중이다.
그 도중에 끝없이 반짝거리고픈 내 삶이 어떻게 쌓여가는지 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소통하며 공감하고 위로를 주고 받으며 조금 더 구체적인 자극제 또는 원동력을 만들어 보고 싶은 진심이 통했는지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나는 나를 잘 안다. 어딘가 모르게 미숙할테고, 항상 즐겁고 설레일 순 없겠지만 누군가 내 글을 읽고 잠시나마 미소를 머금는다거나 쉼이 될 수 있다면 더 할나위 없이 기쁘겠다. 이제는 먹는 '브런치' 가 아닌 앞으로 나의 시간들이 담겨질 그릇이 되어줄 '브런치' 에게, 평범한 나에게 작가라는 이름을 달아준 '브런치' 에게 고맙다는 말부터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