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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원 Jul 08. 2021

닥쳐주는 법


 어느새 꼰대가 됐다. 말 많은 꼰대. 요즘 대화를 하다 놀랄 때가 많다. 내가 너무 많이 말을 하고 있어서. 예전에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라, 말을 많이 안 했다. 그리고 어릴 때는 지금과 달리 상대적으로 말을 할 기회 자체가 적기도 했다.


 아직도 낯은 많이 가린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나보다 어린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모임이나 자리에서 내가 주도적으로 말을 많이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길게 썼는데, 꼰대가 됐다. 30대가 된지도 꽤 됐으니, 나이로는 꼰대 맞다. 젊은 꼰대 라는 말도 있던데, 이젠 젊지도 않은 리얼 꼰대다.


 내가 어렸을 때 꼰대 어른들이 세상 사람 다 아는 얘기를 자기만 아는 것처럼 하거나 자기 자랑을 늘어놓거나 내게 별로 도움 안 되는 얘기를 길게 할 때면, 제발 닥쳐줬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이젠 내가 닥쳐줘야 한다. 닥치는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나보다 젊은이들을 위해 '닥쳐주는 법'을 배워야 한다. 방법은 4가지 정도로 생각된다.

 

1. 어색함 깨려고 헛소리 하지 않기
2. 아는 거 나왔다고 아는 척하지 않기
3. 추임새만 넣기
4. 아무 말도 하지 않기


 개인적으로는 4번이 제일 마음에 든다. 어색함 깨려고 헛소리 하다가 이불킥 하는 경험도 있었고, 아는 척하다가 창피당한 적도 있고, 추임새 넣다가 영혼 없다는 얘기도 자주 들었다. 근데 또 아무 말도 안 하면,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거 다. 1번 방법에서 3번 방법까지 부터 차근차근 연마해야겠다. 나는 아무 말하지 않아도, 상대는 나와 대화를 나눈 것 같이 느낄 수 있도록.


 내가 '나의 아저씨'의 이선균처럼 좋은 어른도 아니고, 사실 딱히 할 말도 없고 해 줄 말도 없고. 다 나보다 똑똑한 분들인데 알아서 잘하겠지... 그동안도 말 너무 많이 했다. 하고 싶은 말이 생길 땐, 글을 많이 써야겠다. 글에다 할 말을 다 쏟아부으면 말을 좀 덜 하게 되고, 더 잘 닥쳐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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