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수업을 듣기 위해 신촌역에 갔다. 근처 김밥천국에서 저녁으로 잡채밥을 먹었다. 간이 밍밍했는데 오히려 내 입맛에 맞았다. 20분 정도 일찍 강의실에 들어갔다. 앞에서 3번째 벽 쪽 자리에 앉았다. 딱딱한 의자가 엉덩이를 통해 느껴졌다. 아 여기 의자 딱딱했지. 전에 샀던 등산 방석을 갖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요즘 안 보였는데 버렸나. 수업시간은 오후 7시에서 9시. 혹시라도 졸까 봐 낮에 편의점에서 산 미지근해진 커피를, 방금 편의점에서 산 얼음컵에 넣었다. 얼음에 닿자 커피가 먹을만해졌다. 사람들이 들어왔다. 시 수업을 누가 듣겠어 라고 생각했는데 수강생들이 꽤 많았다. 나이대도 다양했다. 강사님이 들어왔다. 바로 수업이 시작됐다. 자기소개 없이 바로 수업이 시작돼서 좋았다. 나눠준 프린트물에는 참고서적들이 있었다. 그중 본 책이 하나 있었다. 그래도 본 게 하나 라도 있었다. 시 창작 수업답게 강사님은 시를 왜 읽냐고 물었다. 역시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강사님은 익숙한 듯 본인이 답했다. '어떤 것들은 확실히 무엇이라 말할 수 없는 데 그걸 글로 쓰는 게 시' 라고. 내가 생각한 답 보다 괜찮았다. 나중에 누가 시 왜 읽냐고 물어보면 저렇게 말해야지. 앞에 가벼운 듯했던 질문과 달리, 시론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강의가 어려워졌다. 강사님은 어려운 얘기 한참 하고 중간중간 '근데 시는 그냥 읽으면 돼요.', '시는 그냥 써보면 돼요. 쓰다 보면 보여요.' 그리고 수업 후반에는 '오늘 들은 내용들은 다 잊어버리세요.' 라고 말했다. 그건 내가 잘하지. 시도 그렇고 결국 모든 일은 힘 빼기의 기술인가. 수업이 끝나기 전 강사님은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시켰다. 안 하는 줄 알고 좋아했는데. 자기소개하는 걸 듣다 보면 사람은 정말 다양하다는 것과, 내가 다른 사람들과 얼마나 다른 지 알게 된다. 강사님은 마무리하며 '이 수업을 듣는 동안에는 자신을 시인이라고 생각해라. 그리고 모든 순간에 시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라고 말했다. 수업이 끝났다. 커피가 많이 남았다. 역으로 가는 내내 커피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