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렉토리 Directory》No.3 : within 500m 中
어느 날부터 거실이란 공간은 추억의 책장을 넘겨야만 아련히 회상할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그는 나의 삶에서 떠난 지 오래다. 뒤이어 발코니와 서재가 가출을 선언했고, 욕조가 떠난 자리에는 샤워 부스만이 덩그러니 남아 습기 가득한 숨을 토해내고 있다.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 주요 일간지에서 심심하면 꺼내 드는 ‘전가의 보도’와도 같은 기사 주제가 아니던가. 방 한 칸에 주택의 진액만 담아야 하는 운명은 내 의지 밖에서 살포시 그곳에 놓인 현실이다.
주거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빛이 나는 솔로’를 선포하는 1인 가구 증가 시대, 치솟는 임대료와 정체된 청년 소득의 불협화음은 소형 주택 권하는 사회를 고착화하고 있다. 그 결과 예전 같으면 가정집의 방 한 칸이었을 규모의 공간에 한 가구가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설비를 속된 말로 ‘때려 넣어야만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거실, 부엌, 침실, 공부방과 눈물을 머금고 작별해야만 한다.
하지만 유사 이래 가장 유복하게 살아왔다는 2030 세대가 거실의 안락함과 부엌의 달콤함, 침실의 편안함을 깨끗이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들, 아니 우리는 동네 속 다양한 공간을 헤매며 좁은 방구석에서 기대할 수 없는 ‘집’의 안락함을 갈구하는 중이다.
결국 맹모삼천지교를 몸소 실천한 우리네 부모님의 집 구하기와 ‘~세권’을 따지는 2030 세대의 집 구하기는 각자의 욕망을 투영한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열악한 경제적 여건에 놓인 밀레니얼은 주택을 에워싸고 있는 동네까지 삶의 터전으로 간주해 이를 깐깐히 살핀다.
※ '《디렉토리 Directory》No.3 : within 500m 집 밖을 나서면'에 실린 필자의 기고문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디렉토리 매거진 세 번째 호는 주요 온·오프라인 서점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 강필호
일러스트 양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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