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호 Feb 09. 2020

로컬리티 발견하기: <아는동네>

아레나 옴므 플러스 Arena Homme+ 2019.11 中

좁고 깊게 지역을 탐구해온 로컬 미디어 셋. 이들의 내밀한 시선을 따르면 이곳과 저곳이 달리 보인다.


<아는동네> - 강필호 편집장


동네 매거진 <아는동네> 는 연남방앗간, 연남장 등을 운영하는 콘텐츠 제작사 어반플레이가 만든다. 각 호마다 한 동네가 지닌 가치를 탐구해 ‘동네를 경험하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지금껏 성수, 연남, 이태원, 을지로 등 서울의 동네 몇 곳을 훑었고, 최근 강원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아는동네 아는강원 1 – 강원도 동해안 편>을 발간했고, 현재는 인천 원도심(동인천)과 강화도를 취재 중이다. 3~4개월마다 한 번씩 꾸준하게 책을 발행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아는동네>의 각 호를 통해 한 동네를 15가지 키워드로 풀어내고 있다.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동네 체험이 유의미한 경험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15가지 내외의 키워드로 동네를 이야기한다. 서로 다른 동네에 공통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키워드로 목차를 구성하고, 그 동네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소재를 해시태그 형태로 분류해왔다.


<아는동네>가 주목하는 동네의 무형적 가치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커뮤니티, 지역성, 라이프스타일, 장인 정신 등 현대 도시인의 삶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는 정신적, 심리적인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 지금껏 <아는동네>는 문화적 다양성을 지닌, 오랫동안 지역성을 기반으로 활동해온 사람과 변함없이 동네를 지켜온 가치 있는 공간이 존재하는 동네를 탐구해왔다.


동네의 특성을 깊이 있게 담기 위해 어떠한 방식을 택하고 있나?

지역을 오랜 시간 지켜온 취재원의 목소리나 주제 관련 전문가의 기고문을 다방면으로 곁들인다. 도시 관련 교양서 및 학술서에서는 좀처럼 다루지 않던 소상공인, 상업 공간, 골목 등의 소재도 적극적으로 취재하고 서술한다. 이는 모두 보통 사람들의 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동네를 ‘보통 사람들이 간편하게 이해할 수 있는 문법’으로 전하기 위해서다.


‘가장 보통의 삶’과 밀접한 콘텐츠는 어떤 특성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기존의 지역 관련 콘텐츠는 대체로 동네를 공동체, 사회적 가치 등의 관점에서 바라보며 이상적이고 대안적인 문화 자산으로 해석해왔다. 우리는 동네가 많은 대중에게 ‘소비, 향유, 유희의 대상’이라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동네 그 자체를 브랜드이자 콘텐츠로 바라보는 <아는동네>의 비전 및 신념과 관련 분야 종사자나 활동가, 일반 독자의 인식에는 간극이 있다. <아는동네>는 이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한다.


서울의 몇 동네를 탐구한 뒤 얼마 전 강원 지역으로 눈을 돌렸다. 강원에서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었기 때문인가?

동네에서 발견할 수 있는 도시 생태계의 순환 고리는 비단 서울 및 수도권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강원 지역 역시 말하고 생각해볼 요소들이 많았다. 강원도 동해안 편에서는 ‘바다’라는 자연환경을 주제로 서핑, 서점, 카페 등과 관련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활동하며 변화를 주도하는 모습을 소개했다.


동네를 조명하는 콘텐츠를 만들며 겪는 특별한 어려움이 있다면?

동네 속의 특정 공간이나 프로젝트에 대해서 누군가는 예찬하고 누군가는 혹평한다. 특히 젠트리피케이션을 비롯한 지역 관련 이슈는 독자의 관련 여부를 떠나 첨예한 논쟁을 낳곤 한다. 기사의 논조를 어떤 방향으로 전개할 것인가를 두고 단어 하나의 미묘한 뉘앙스까지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아는동네>가 가장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슈는 무엇인가?

가장 많은 독자들에게 사랑받은 <아는동네 아는을지로>다. 을지로가 소위 말하는 ‘힙플레이스’로 급부상하던 2017년 말부터 준비했다. 을지로 일대를 집중 조명한 대중적 서적이 전무했던 상황에 지역의 역사적인 맥락과 현시대의 변화까지 다양한 면면을 두루 담기 위해 노력했다. 대중이 관심을 보이는 힙플레이스 관련 내용을 넘어 지역의 산업적인 근간과 특수한 스토리텔링에 대해 부족하게나마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성취감을 느꼈다.


아직 탐구하지 않은 지역 중 꼭 다루고 싶은 동네가 있다면?

강남구 일대와 대구 그리고 광주. <아는동네>가 아직 서울의 한강 이남 지역은 다루지 못했다. 산업화 시대와 물질적 가치의 총아로서 강남구 일대가 지닌 상징성과 세부적인 지역 특성, 서울 전체에서 강남구가 수행하는 지역적 기능이나 대변하는 가치에 관해서 조명해보고 싶다. 대구광역시와 광주광역시에는 안정적으로 제작 체계를 갖춘 로컬 매거진 혹은 미디어가 아직 없다. 대구는 전국구 프랜차이즈 F&B를 다수 잉태한 도시이며 자체적인 힙합 신이 형성된 도시다. 광주는 그저 항쟁의 역사만으로 지역의 자산을 묘사하기에는 부족하다. 풍부한 물자와 그에 따라 형성된 생활 문화, 오늘날의 메이커들과 예술 지형까지. <아는동네>가 중시하는 ‘문화적 다양성’이라는 기준에 부합하는 도시라고 생각한다.


근래 새로운 단행본 시리즈 <아는도시>를 내기 시작했다.

<아는도시>는 한 해를 돌아보며 지역적으로 화두가 되었던 현상 혹은 키워드를 한 가지 선정하고 그와 관련 있는 크리에이터 또는 공간을 소개하는 인터뷰 형태의 단행본이다. <아는도시>의 첫 주제는 ‘로컬 전성시대’였다. 지역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활동하며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다가오는 연말에 두 번째 <아는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 아레나 옴므 플러스 Arena Homme+ 2019.11월 호에 실린 인터뷰에서 직접 인터뷰이로 참여한 <아는동네> 파트를 발췌한 내용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DITOR 이경진

PHOTOGRAPHY 최승혁

ⓒ 서울문화사

   

매거진의 이전글 '언덕'을 이야기하지 않고는 이태원을 이해할 수 없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