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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필호 Feb 22. 2020

HIP OF THE YEAR 77: 골목, 뉴트로 공간

아레나 옴므 플러스 Arena Homme+ 2019.12 中


3. 골목 | 연희동

WORDS 강필호(<아는동네> 편집장, 어반플레이 아카이브랩 팀장)


화려하게 빛나다 그만 저버리고 마는 골목들을 보고 있자니 동네나 골목에도 새로운 유형의 힙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잠시 방문하는 유희의 대상이 아닌 생활의 베이스캠프가 될 수 있는 골목. 이른바 ‘근린생활형 힙한 골목’ 되시겠다. 정주하는 동네의 골목이 힙함을 갖추기 위해서는 ‘일상성’을 표방해야 한다. 이를테면 식당이나 카페는 인테리어 측면에서나 식음료의 관점에서 매일같이 방문해도 질리지 않는 맛을 갖출 필요가 있다. 그런 관점에서 올해의 힙한 골목은 일상이 살아 숨 쉬는 연희동(서울 서대문구)이라고 주장해본다. 전통시장과 대형 마트의 절묘한 배합을 통해 세련된 몰세권을 선사하는 ‘사러가쇼핑센터’, 퇴근 후 잠시 머물러 책 한 모금에 칵테일을 곁들일 수 있는 ‘책바’, 부엌의 결핍을 달래주는 ‘연희동칼국수’ ‘피터팬 1978 베이커리’ 등에서 엿볼 수 있듯이 이 골목에는 은은하면서도 생활에 밀착된 힙함이 존재한다. 아울러 해가 질 무렵이면 단독주택 사이로 뻗은 골목을 따라 너나 할 것 없이 반려견을 이끌고 걷는 주민들의 느긋한 발걸음이야말로 이 동네만의 멋과 여유를 보여주는 상징이 아닐까. 현대 한국인 모두가 동경하는 안온한 일상이 이 골목에 있다.



63. 뉴트로 공간 | After Jerk Off

WORDS 강필호(<아는동네> 편집장)


‘을지로풍’의 공간이 서울형(形) 뉴트로의 트렌드를 선도해온 지는 제법 오래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에 지어진 사무용 빌딩들의 유사한 골조(이를테면 콘크리트 벽과 도끼다시•테라조 바닥)에서 비롯된 몰개성한 성격 탓일까? 언제부턴가 그런 물리적 한계를 뒤트는 기발한 공간의 탄생을 조우하지 못했다. 바로 그때 농염하게 등장한 After Jerk Off(애프터저크오프)는 을지로 뉴트로의 클리셰를 산산조각 내며 남다른 존재감을 뽐냈다. 카페 겸 바인 이곳은 공공연한 ‘힙스터의 골목’이 된 을지로에 피어난 ‘저 세상 힙’들 중에서도 가장 전위적이다. 이름에서부터 진하게 풍겨 나오는 섹슈얼한 향기와 불상을 비롯해 소위 ‘현자타임’을 상징하는 오브제들의 배치, 그리고 바 테이블 아래 유유하게 헤엄치는 잉어까지. 공간에 짙게 밴 인센스의 향만큼이나 도발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이 인상적이다. 을지로 뉴트로 공간 대다수가 과거 백 년 이내의 문화 코드 복각에 매달린 반면, 애프터저크오프는 가깝게는 수백 년, 멀게는 수천 년 동안 응축되어온 동양의 레트로 코드를 방만하게 흩뿌리며 공간을 완성했다. 그리고 현시대 힙이 그렇듯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 아레나 옴므 플러스 Arena Homme+ 2019.12월 호 기획 기사에 투고한 기고문을 발췌한 내용입니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DITOR <아레나> 편집팀

ⓒ 서울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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