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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이치 Jan 07. 2023

#막걸리, 그래서 막걸리가 뭔데요_03

이전부터 나름 막걸리는 탄탄한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었지만(여타 다른 술과는 달리 소수이긴 하다) 한국의 문화 콘텐츠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한식과 함께 주목받는 술이 되었다. 이전에는 한국의 술에 대해 소맥을 떠올리곤 했는데, 역시나 외국인 친구들이 오면 소맥부터 말아주기 바빴다. 하지만 지금은 전통 증류주나 막걸리를 추천하는 모습이 전보다 많이 보이기도 한다. 아무래도 막걸리가 조금 더 전통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처음 마실 때의 발효음식 특유의 시큼한 맛을 넘긴다면 더 없이 매력적인 술이 막걸리지 않을까?

막걸리의 전통적인 이미지는 실제로 그 역사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전통적인 이미지를 메이킹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전통 있는 술이기 때문. 기록상으로는 고려시대에 문헌에서 탁주를 발견할 수 있으며 곡물로 빚어 만들기 때문에 삼국시대의 농업 문화에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조선시대에 문헌을 살펴보면 목걸리, 막걸니라는 글을 찾아볼 수 있고 조선시대의 조리서인 <규합총서>, <음식디미방>에 막걸리를 만드는 방법에 대해 작성한 것을 볼 수 있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목민심서>에서도 재밌는 글을 볼 수 있는데 당시 농업 위주의 생활을 하고 있던 시기이기에 흉년이 들면 나라가 상당히 힘들었다. 그래서 흉년일 때에는 곡물로 술을 빚는 것을 사치라고 생각했는지 금주령을 내리기도 하였다. 금주령이 내려지면 이를 어기는 백성이나 양반을 잡아다가 엄히 벌해야 한다고 적기도 했는데 탁주, 막걸리에 대해서는 요기도 되는 술이니까 그냥 넘어가자 하는 뉘앙스의 글이 보인다. 곡물의 영양소를 그대로 가지고 있으니 서양권의 맥주와 같이 끼니를 해결하는 식사 대용의 술로 인정하여 금주령에도 살아남은 술이 되었다.

술을 빚고 나면 청주를 걸러내고 술지게미라는 잔여 찌꺼기가 발생하게 되는데 더없이 가난한 백성들의 경우 이 술지게미를 술 대신 먹기도 하고, 술떡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그래도 아쉬운 사람들은 여기에 술을 붓거나 다른 곡물을 넣어 또 발효시킨 뒤 술로 만들어 먹었다. 당연히 청주와는 맛부터 질까지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나 막 걸러내고, 탁한 술을 만들어내니 이것이 막걸리, 탁주의 기원이라고 보고 있기도 하다. 

이처럼 양반, 일반 백성 할 것 없이 우리 조상님들도 술을 좋아했다. 또 가양주라 하여 그때 당시만 해도 집에서 술을 빚었고 만드는 방법 또한 재료는 거기서 거기였지만 집마다, 지역마다 세세한 과정, 레시피가 상이하여 집마다 독특한 맛을 가진 술이 탄생하였다. 이런 문화는 수 세기 동안 이어져 왔으나 일제강점기를 지나 쇠퇴하였다. 가장 큰 이유는 집에서 만들어 먹는 가정용과 판매용을 나눴는데 가정용에 높은 세금이 붙게 되었고 집에서 만드는 술은 세금폭탄의 첫걸음으로 나아가게 된 것이다. 몰래 만들어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도 있으나 대부분의 전통주는 명맥이 끊기게 되었다. 그래도 옛 문헌을 통해 다시금 부활시킨 술들도 많으며 지금은 규모가 큰 양조회사 말고도 소규모양조장들이 각자 색다른 방법으로 술을 빚으며 다양한 술들이 나오고 있다.

1965년 주세법 개정이 이뤄졌는데 수출용을 제외한 주류에 쌀의 사용이 금지되어 밀이나 보리 등을 사용하여 술을 만들다 보니 인기가 급격히 사그라들었고 이때부터 우리가 아는 희석식 소주와 국산 맥주의 기본은 라거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다시 10여년 후 쌀의 사용이 허가되었으나 그때는 전통적인 막걸리라기보다 인공감미료나 부가물이 들어간 막걸리가 많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당시 회사들은 양산에 초점을 두어서 많이 만들기는 했으나 저품질의 막걸리가 되고 말았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야 다시금 막걸리의 인기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앞서 말한 소규모양조장에서는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술을 빚는데 재료 또한 여러 재료들을 섞어 이형하여 처음 보는 술들이 나오기도 하고, 오래된 라벨과 디자인이 아닌 캐릭터를 만들어내고 스토리텔링을 통해 관심을 끌기도 하며 마니아층을 늘려가고 있다. 전통주 촉진을 위해 인터넷으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도 장점 중 하나라고 본다. 다른 술들은 할 수 없지만 이제 조금만 찾아보면 너무나 손쉽게 집에서 다양한 막걸리를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많지는 않지만 각 시별로 지역의 양조장과 연계하여 막걸리 축제를 열기도 하고 우리 술 축제와 같은 참여 인원과 양조장이 상당히 큰 축제 또한 볼 수 있다. 이러한 축제에 가면 다양한 양조장들의 술을 시음해볼 수 있는데 이렇게 직접 맛을 보고 내 취향에 맞는 술을 찾아볼 수도 있다. 구매 또한 현장에서 가능하여 집에 갈 때 양손이 무거워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현장에서 보이는 막걸리에 대한 반응을 보면 정말 재밌고 흥겹다. 이렇게 막걸리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단순히 일시적인 게 아니라 계속 꾸준히 이어지기를 바란다. 부족한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우리 전통주들이 더 알려지고 성장하고 찾기를 바란다. 내게 전통주, 막걸리란 누구에게나 추천하고 즐길 수 있는 술이다. 어려워하지 말고 일단 마셔보라. 몸에서 안 받는 다면 어쩔 수 없다만, 어느샌가 당기는 날이 온다면, 축하한다.  


수많은 전통주의 세계에 온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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