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통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로는 막걸리나 동동주가 가장 흔할지 모른다. 하지만 이외에도 맑고 깨끗한 느낌의 청주는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현재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우리나라 고유의 술이다. 청주는 막걸리를 만들 듯 맑은 물과, 곡물, 누룩을 통해 만드는 술이다. 막걸리 편에서도 잠깐 설명했지만 발효가 끝나거나 술 거르는 때가 되면 밑부분의 탁한 부분과 술지게미가 떠오르지 않게 용수라는 거름망을 꽂아 넣어 거른 후 맑은 술을 떠낸다. 그래서 이름 또한 청주이다. 탁한 색을 지니고 있어서 탁주와 부르던 막걸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가진 술이지만 또한 한 배에서 태어난 형제이기도 하다. (누가 형인지는 알지 못하지만)
또 사람들이 많이 헷갈리는 경우가 하나 있는데 막걸리와 같은 종류라고 생각하는 동동주는 사실 분류법으로는 청주에 속한다. 동동주를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것이 식혜인데 술 위에 밥알이 동동 떠 있는 모습을 생각하면 식혜와 크게 다를 바는 없다. 예전 항상 끼니가 걱정이던 시절에 위에 뜬 밥알과 곡주가 달래주는 허기에 사람들의 인기가 엄청났다고 한다. 그 이전 기록에는 개미가 뜬 것 같다고 하여 부의주라고 부르기도 했단다.
막걸리가 곡주 특유의 특징으로 식전주나, 반주 어디에도 잘 어울리지만 청주는 향 자체가 더욱 강하고 특색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굳이 따지자면 식전주에 잘 어울리는 편이다. 요리를 할 때에도 화이트와인처럼 고기나 생선의 냄새를 잡을 때 사용하기도 하고 음식 자체의 감초를 맡기도 한다. 많이 사용하면 그 특유의 향이 강해 자칫 음식을 망칠 수도 있지만 그건 요리사의 재량이기 때문에 믿고 기도하는 게 정신건강에 이롭다.
청주라는 이름 자체는 한국에서 곡물을 사용하여 만드는 맑은 발효주를 청주라고 불러왔으나 현재 우리나라의 주세법은 전통적인 명명과는 조금 다르다. 현재 주세법은 쌀 입국을 사용하면 청주라고 부르며 누룩을 사용하면 약주로 부른다. 여기에서 조금 더 들어가면 청주라는 이름을 달려면 누룩이 1% 이상 들어가게 되면 약주가 되어버린다. 그러니까 제조법의 차이는 있으나 일본의 사케와 형제가 되어버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된다. 약주가 아닌 청주 이름을 달기 위해 누룩을 사용하지 말아야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이문제는 전에도 조금 설명하려던 현재 우리나라의 주세법의 문제이다.
일제강점기 시절의 주세법을 약간의 수정 이외에는 그대로 가져다 사용하고 있기 때문인데, 가양주 자체를 만들지 못하게 막아버리는 상황이 있어서 많은 가양주가 실전되었고 일본식 청주인 사케를 청주라고 부르는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현재 다른 주종에는 개별의 항목이 존재하는데, 우리나라 전통주 자체를 좀 더 신경 쓰고 구분해야 하지 않냐는 말이 많지만 지금까지도 주세법의 개정은 조용하기만 하다. 한국은 수많은 문화 콘텐츠나 한식 등 한국을 알리려는 큰 노력을 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이렇게 외면받는 부분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전통주를 알리려고 많은 사람이 노력하지만 노력이 정당하게 인정받기 힘든 부분이 있다. 많은 이들의 관심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막걸리와 마찬가지로 곡물을 사용하는 곡주에는 쌀과 누룩, 물이 사용되는데 이 쌀의 질이 정말 중요하다. 일반적인 멥쌀과 찹쌀이 있는데 찹쌀로 만든 술은 쌀의 단맛이 훨씬 진하며 고급술로 통용되곤 했다. 물론 이와 비례해서 가격 또한 고급이라는 이름에 맞게 같이 올라가는 게 문제긴 하지만... 사용되는 쌀은 단백질과 지방이 적어야 술에서 나는 누룩 취도 적어진다. 일본의 사케의 경우 쌀의 단백질과 지방을 줄이기 위해 도정률을 높여 술의 맛을 잡아내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쌀을 여러 번 씻어내거나 물에 길게 담가두어서 성분을 빼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찹쌀의 경우 일주일에서 10일까지도 물에 담가 두기도 하며, 백번을 씻어내어 쌀을 씻을 때 쌀뜨물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을 보면 술을 빚는 일 자체에 정성을 다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쌀에 정성을 다하면 만드는 과정에서 가양주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고두밥을 만들어 빚는 방법도 있고, 죽을 쒀서 만들기도 한다. 떡을 만들어서 하는 방법 또한 있으며 이런 방법 하나하나가 집마다 달랐다. 그래서 집마다 만드는 술의 맛 또한 각양각색으로 달라진다. 처음 곡물과 누룩, 물을 섞어서 한번 발효하여 만드는 것이 단양주인데, 밑술을 한번 하여 만드는 것이다. 한 번 빚은 술 자체의 특징은 빠른 발효를 통해 술을 만드는데 누룩이 많이 들어가는 편이라 처음 술을 빚는 사람이라면 실패할 확률이 굉장히 올라간다. 이에 효모가 더 이상 먹을 것이 없어서 발효를 못 하게 되면 다시 한번 먹을 것을 넣어주는데 이를 덧술이라고 부른다. 이때부터 횟수가 올라가면 이양주, 삼양주, 사양주, 오양주 등으로 부른다. 쉽게 덧술의 횟수로 만들어지는 술의 이름이 정해진다고 보면 된다. 덧술의 과정은 죽이나 범벅, 구멍 떡 등을 만들어서 식혀주고 물과 누룩을 넣고 잘게 부숴서 밑술과 섞어준다. 먹이가 없던 효모는 다시금 먹이를 먹고 발효를 이어가는 것이다. 온도만 잘 유지해 준다면 비가 오는 소리가 들리는 발효소리를 들어볼 수도 있다.
처음 도전은 어려울지 몰라도 우리도 가양주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누구에게 돈을 받고 팔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조금 더 배워보고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홈 양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