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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소 Jun 10. 2020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요즘 컨퍼런스

저는 집에서 참석합니다.

지난 2월 이후 대부분의 오프라인 세미나, 컨퍼런스가 취소되거나 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아직 끝나지 않은 COVID-19 때문이다. 이 지독한 감염병이 언제 끝날 지 알 수 없기에, 현장의 컨퍼런스를 온라인에서 재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고 있다. 덕분에 지난 몇 달간 다양한 방식의 컨퍼런스에 참석할 수 있었다. 오프라인 행사 온라인 중계해주거나, 모두 온라인으로 참여하거나, 온/오프라인 모두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어 선택권이 넓어졌다. 사람들이 한데 모여 지식의 교류의 장을 만드는 컨퍼런스가 말 그대로 온오프라인을 넘나들고 있다. 


오프라인 행사를 온라인에 실시간


서울에서 열린 COVID-19 재확산으로 위태롭던 지난달, 플랫폼 2019 오프라인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행사 시작 직전까지도 '가도 될까?' 걱정하며 현장으로 향했다. 평소 수용인원의 절반 정도가 참여한 것으로 보였다. 행사장 입구에서 꼼꼼한 인원 통제와 방역이 이루어졌다. 주최 측은 '세계 최고의 방역'을 강조했다. 모든 참석자는 입구에서 손 소독 젤을 사용하고, 발열을 체크하고, 마스크를 착용을 확인하고, 자리는 한 자리씩 띄워서 앉았다. 점심식사는 각자 앞을 보면서 먹을 수 있게 제공되었다. 기본적인 방역이 필요하기 때문에 감염병 확산이 심했던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는 진행할 수 없지만, '일상적 거리두기' 단계라서 시도할 수 있는 방식이다.


현장의 발표/참석자는 최소화한 대신, 강연은 실시간으로 온라인 중계되었다. 참석자들은 원하는 장소에서 컨퍼런스 자체 온라인 채널이나 유튜브 링크를 통해 참석할 수 있었다. 컨퍼런스가 온라인으로 중계되더라도 현장 참여자로서 큰 불편함은 없었다. 현장에서 진행하는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컨퍼런스의 묘미는 역시 현장에서 서로의 눈을 보고 이야기하는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마스크를 끼고, 참석자 간 멀리 앉은 현장에서 @키플랫폼 2020


오프라인에서 발표자만 모여 이루어지는 컨퍼런스도 있었다. 최소 발표 인원만이 참석하여, 각자 발표 후에 토론이 이어졌다. 참석자들은 온라인 링크로 참여하면서 채팅창에 질문을 남겼다. 현장에서는 질문할 수 있는 개수와 시간이 제한된 데 반해, 답변을 못 받을 수도 있지만 언제든 질문을 남길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채팅창에 올라온 질문은 패널 토론 중간 혹은 마지막에 응답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온라인 세미나는 역시나 장소에서 편하게 접속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현장에 가는 시간도 줄이고, 강연 중 원하는 부분만 들을 수도 있었다. 현장 참석자들 간의 네트워킹이 필요하지 않다면, 참석자들이 온라인으로 접속하더라도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사무실에서 보는 KISTEP 포럼 현장 @KISTEP 채널 캡처


최근 많은 오프라인 강의나 세미나의 녹화는 기본이 되고 있다. 실시간 방송은 물론이고, 녹화된 강연을 나중에 볼 수 있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요즘 내가 자주 찾는 헤이조이스도 오프라인 미팅이 기본이었지만,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를 갖춰가고 있다. 시간이 안 돼서 듣고자 하는 콘텐츠를 놓쳤을 때 매우 유용하다. '다시 보기'할 자료가 쌓이고 있지만, 언제든 볼 수 있는 자료가 많아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강연이나 이벤트를 녹화하여 현장에서 볼 수 있게 하는 헤이조이스 @헤이조이스 제공


장점
- 현장에 참석하는 경우 오프라인 컨퍼런스를 장점을 그대로 즐길 수 있음
- 온라인으로 참석하는 경우 원하는 장소에서 편하게 컨퍼런스를 즐길 수 있음

단점
- COVID-19 상황에서 사람들이 만나기 위해서는 방역에 신경 써야 함
- 온라인 실시간 중계를 위한 인프라와 서버 등 준비 필요
- 눈을 보고 소통하는 현장을 재현하기 위한 소통 방법의 고민 필요


모두 온라인에서 만나


모두 온라인에서 진행되는 세미나의 가장 큰 장점은 참석자와 발표자 모두 자신이 원하는 장소에서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발표자와 참여자 규모에 따라서 진행방식은 조금씩 달라진다. 보통 20명 이상되는 사람이 모이면 참석자는 얼굴을 직접 드러내거나 말하지 않고, 발표자만 일방향으로 말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러한 진행을 '웨비나(Webinar:Web+Seminar)'라고도 한다.


글로벌 IT기업의 대규모 컨퍼런스온라인으로 전환되었다. 매년 봄 신제품과 미래 비전을 발표하는 마이크로소프트(빌드 2020), 애플(세계 개발자 콘퍼런스 WWDC) 등은 온라인 컨퍼런스로 발표를 대체했다. 나는 그중 IBM에서 진행되는 IBM Global Conference Think 2020에 참석했다. 원래는 한국에서 쉽게 들을 수 없는 콘텐츠들을 무료로 접할 수 있었다. 약 10만 명이 행사에 등록했다고 한다. 컨퍼런스 현장에서는 동시에 여러 개의 강연이 진행되어 놓치는 경우도 많은데, 온라인으로는 클릭 한 번으로 여러 개의 강연을 비교하며 볼 수 있었다. 선택의 자유도가 매우 높다. 모든 영상은 녹화되고 있기 때문에 후에 일부 강연은 녹화본으로도 제공된다. 단점이라면, 나중에 봐야지 하고 지나쳤다가 아직 열어보지 못한 것들이 쌓인다는 점이다.

실시간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일부는 녹화본으로도 제공 @IBM Think Digital Event Experience


소규모 인원으로 진행되는 세미나의 경우 일반적인 화상 미팅과 유사하게 이루어진다. 모든 참석 인원이 마이크를 껐다가 켜며 참여할 수 있다. 서로 눈을 마주 볼 수 없어 '타이밍'을 맞추지 못하니 자유롭게 대화할 수는 없지만, 한 명씩 돌아가면서 말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표자 혹은 사회자의 진행이 다소 필요하다.


온라인으로 만나는 헤이조이스 이벤트 @헤이조이스 제공
장점
- 어디서나 참석할 수 있다.
- 선택의 자유도가 높다.
- 무료 거나 비교적 저렴하다.

단점
- 강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한 참석자의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 다시 보기가 쌓인다. ㅠㅠ


온오프라인 자유롭게


최근 참여한 키플랫폼 행사에서는 COVID-19와 관련하여 관련 해외 연사들이 모두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미국,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등 세계 각지에서 연사들이 비디오 참석했다. 나는 현장에서 큰 화면으로 연사들이 온라인으로 토론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았다. 나라 간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해외에서 참석해주는 사람들이 있어 생생한 현장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화면 속의 발표자를 바라보는 현장의 분위기는 다소 어색하고 어수선했다. 발표자가 온라인으로 참석할 때는, 차라리 나도 온라인으로 보는 것이 더욱 생생하게 느껴질 듯싶었다. 현장에서 굳이 온라인 화면을 띄워주는 것보다는 온라인으로만 진행되는 사후 행사로 진행하는 것이 나을 듯도 했다.


온라인으로 참여한 발표자들, 참석자들은 현장에 @키플랫폼 제공


장점
-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연사를 초빙할 수 있다.
단점
- 현장 참석자들이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다.


앞으로의 컨퍼런스는 어떻게 될까?


전 세계에서 매년 평균 17만 명이 참석하는 소비자 가전박람회(CES)는 2021년 컨퍼런스를 온오프라인 통합하여 개최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현장 참여자를 최소화하고, 온라인으로도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감염병 시대가 끝나더라도 온오프라인의 구분은 사라지고 가능하면 두 가지를 모두 채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 같다.


같은 온라인 컨퍼런스라도 조금 더 생기 있게 만들고자 하는 다양한 방법도 시도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화면에 던져지는 하트, 좋아요와 같은 장치는 화면을 보고 발표하는 연사와 참석자가 함께하고있음을 느끼게 했다. 세계 최대 '컴퓨터 비전 및 패턴 인식' 컨퍼런스 CVPR Virtual 발표자와 참석자가 Q&A를 할 수 있도록 주제별 2시간씩 Zoom을 활용해 채팅방을 열어줬다. 또다른 컨퍼런스는 참석자들끼리 교류할 수 있도록 업무협업툴 슬랙(Slack) 도입되기도 했다. "온라인 컨퍼런스는 비효율적이고 별로 얻는 것도 없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영상으로 공부하고 충분히 질문할 수 있어서 공부하기에는 더 수월했다는 평이다.


가상현실기술을 도입한 컨퍼런스가 열리기도 했다. VR기기 생산기업인 대만의 HTC는 가상공간에서 바이브 에코시스템 컨퍼런스(V²EC)를 개최했다. 55개국에서 2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한다. 참석자들은 각자 회사나 집에서 VR기기를 쓰고 아바타로 가상공간에서 만나 서로 대화하거나 질문을 할 수 있었다. 아래 영상을 보면 그 현장을 조금 느껴볼 수 있다.




온라인 컨퍼런스는 집에서 전문가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편다. 오고 가는 시간을 아낄 수 있어 효율적이다. 좋은 텐츠 쉽게 저장해 두고 언제든 꺼내볼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현장보다 더 리얼한 가상공간의 만남도 경험해보고 싶은 새로움이다. 장점이 한가득이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든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많은 사람들이 빨리 자유롭게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할 수 있기를 기다리기 때문이다. 온라인은 오프라인과는 다른 장점을 살려 새로운 경험을 주는 독자적 채널로 발전할 수도 있다. 온라인은 컨텐츠의 접근성을 높이고, 오프라인은 사람들의 소통을 강화시키는 상호보완적 채널이 될 수도 있다. 아무튼 선택의 여지가 없는 당분간은 사람들은 계속해서 더 나은 방법의 소통을 시도할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즐기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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