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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허생 Feb 12. 2017

7. 「브로드컬리: 서울의 3년 이하 서점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브로드컬리2 : 서울의 3년 이하의 서점들. 브로드컬리.

브로드컬리. 2016. 124p. 15,000


이번 호의 목표는 상업공간으로서 소규모 서점이 직면한 현실을 전하는 데 있다. 서점의 당위나 명분을 넘어 매월 임대료를 감당하고 직접 손님을 응대하는 운영자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듣는다. 


낭만과 감성. 독립 책방을 다루는 글에 빠지지 않는 두 단어다. '조그마한 공간을 비추는 은은한 조명, 불규칙한 듯 가지런히 놓인 책'으로 그려지는 이미지는 독립 책방의 전형이 됐다. 언론은 매번 그 이미지만 실어 날랐고, 독립 책방은 헨젤과 그레텔에 나올 법한 '과자집' 비스무리한 로망의 공간으로 소비되었다.


그러나 현실이 그뿐일 리는 없다. 백조가 물에 떠있기 위해서.. 어쩌고로 시작하는 식상한 비유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조금만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이다. 해서 이 책은 이미지로서만 소비되던 독립 책방의 먹고사니즘 혹은 맨얼굴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는 노골적인 부제가 말해주듯 말이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소비자에게 책방의 먹고사니즘은 관심의 영역이 아니다. 책방의 사정을 주의 깊게 듣고 고려할 고객은 없거나 극히 드물다(물론 그럴 수 있으면 좋겠지만). 해서 이 책의 타깃은 명확하다. 타깃은, 독립 책방 플레이어 혹은 플레이어로서 뛸 준비를 하는 이들이다. 그 플레이어를 꿈꾸는 사람 중 하나인 나도, 책을 폈다.



1. 감성, 낭만, 트렌디, 힙스터 따위로만 포장되던 독립 책방의 다른 모습을 책방 주인들이 날것의 언어로 직접 보여준다. '상업 공간'으로서 독립 책방의 모습 말이다. 7명의 주인장 모두 온몸으로 부딪혀 쌓은 내공이 상당하다. 때로는 아집과 독선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그 또한 좋았다. 난도질한 인터뷰보다는 나으니까.


2. 재정 상황, 독립 책방, 책, 도서정가제 등에 독립 책방 이슈에 대한 고정 질문을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주인장들이 답하는 포맷이다. 완전히 고정된 질문이 아니고 문답에 따라 질문을 조절해 딱딱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서점 주인장들이 전반적으로 공유하는 의견은 어떤 것인지, 갈리는 부분은 어디인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예컨대 근래 독립 책방이 급증하는 현상에 대해서 긍정적 의견과 부정적 의견으로 나뉘는 점은 흥미로웠다. 


3. 7명 주인장 모두 "월세 빼면 남는 게 없다"고 말한다. 인건비를 더하면 당연히 마이너스고. 이런 상황에서 어떤 동력으로 서점을 운영하는지, 명확하게 잡히지는 않는다. 다만 그들이 상당히 자기중심이 단단한 사람들이라는 것 정도의 정보는 얻었다. 그런 사람들과 만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는 것 자체로, 가치 있다.


4. 마지막 페이지까지 넘긴 결과, 최초의 문제제기인 '책 팔아서 먹고살 수 있느냐'는 질문의 잠정적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책만 팔아서는 먹고살 수 없다.' 앞으로도 그럴 것인지, 나아질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현 상황에서 책만 팔겠다고 독립 책방을 시작하는 건, 결론이 뻔히 보이는 일이다. 


5. 아주 개인적인 소회지만, 초원서점 장혜진 대표의 말은 두고두고 생각해 보고 싶다. 


"불편함을 통해 축적되는 기억이 오래 남는다고 생각한다. 불편하게 서점 와서 불편하게 뒤져보고 불편하게 찾아내 읽은 책이 마음에 오래 남지 않겠나."


불편함이 포인트인지 스토리가 포인트인지는 더 고민해봐야겠지만.




오독지수: 7.1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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