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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허생 Jun 08. 2017

11. 「여중생A」

이 책을 권장도서로!




여중생A. 허5파6

비아북. 2017. 252p. 12,000

    

그리고 나도 언젠가 그런 '멋진 사람'이 되어 있기를.


삼국유사, 퇴계문선, 율곡문선, 주역, 논어, 장자, 우파니샤드, 국가, 군주론, 에밀, 실천이성비판,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미디어의 이해, 루쉰전집, 오딧세이, 신곡, 주홍글씨, 파우스트, 카인의 후예, 토지, 무정 등..


서울대학교 권장도서 100선 중 일부다. 대개 학교에선 제목만 봐도 징글징글한 이 리스트를 쫘라락 붙여 놓고 겁을 준다. '대학 가려면 이 정도는 읽어야지?' '요런 책들은 읽을 수 있어야 어른이지?' 하는 식이다. 장담하건대, 학교에 있는 교사 누구도 이 책을 다 읽지 못했다. 아니, 10권을 읽은 사람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에 500원을 건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이런 권장도서를 제시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저 고전들을 읽으려면 얼마나 많은 배경지식과 경험이 필요한지 '전혀' 모르거나, 학생들을 책에서 멀어지게 하려는 계략이거나.


고전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무작정 고전부터 권하는 관행이 나쁘다는 거다. 곱하기 나누기를 방금 배운 학생에게 미적분 문제를 주지 않듯, 독서에도 단계가 필요한 법이다.


그러니, 본인들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먹는 고전은 잠시 넣어두자. 눈뜨고 보면 아이들의 경험과 생각에 맞게 '울림'을 줄 수 있는 책을 얼마든지 찾을 수 있으니 말이다. 여중생 A처럼.



1. 웹툰을 책으로 만든 작품이다. 교과서처럼 요약하자면, 자존감 낮은 중학교 여학생의 갈등과 성장을 실감 나게 풀어낸 작품, 이다. 주인공은 미래. 학교를 '지옥'으로 생각하며 게임을 도피처로 삼은 중학교 3학년이다. 그녀는 '어느 그룹에도 속하지 못하'기 때문에 학교를 두려워한다. 따돌림당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들은 미래를 언제나 혼자인 '조금 이상하고 음침한' 아이라 생각한다.



2. 학교라는 도망칠 수 없는 공간에서, 피해자 혹은 가해자로 누구나 한 번은 겪어봤을 문제를 너무나 생생하게 그렸다. 피해자인 미래의 도피처는 게임이다. 작품 중 게임은 그녀 생활의 일부로 비중 있게 묘사된다. 사람을 만나고 추억을 쌓고 시시콜콜한 농담을 주고받는 것이 현실의 그것과 다름없이(어쩌면 더욱) 구체적으로 나타난다.



3. 학교생활 이전에, 여중생A는 가정 폭력이 주인공을 현실로부터 도피하게 만드는 범인! 이라고 선명하게 지목한다. 어머니와 자신에게 가해지는 아버지의 폭력은 미래가 행복해지려 할 때마다 나타나 '이게 니 현실이야'를 일깨운다. 가족이 문제의 근원임을 일깨우려는 시도는 핵심 조연으로 출연하는 백합이의 사례에서도 드러난다. 미래 아버지는 무관심과 육체적 폭력을, 백합이 아버지는 지나친 관심과 언어적 폭력을.



4. 게임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던 주인공의 관심이   '게임 - 이태양 - 현재희 - 친구들 - 백합'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긴장감 있게 그렸다. 주변 인물들과 지지보 볶고 뒹군 결과, 학교 생활은 '베타 테스트'라 생각하던 미래의 관심이 '현재의 나'로 정착한다는 성장 과정 또한 매끄러웠다. 성장을 촉진하는 주변 인물들의 알찬 조언을 얻을 수 있다는 건 덤.



5. 무엇보다 친구들과의 갈등 끝에 자존심을 회복하고 나서야 공부를 시작하게 되는(그마저도 공부가 좋아서가 아니라 친구와 같은 고등학교에 가기 위해서), 스토리를 통해 학생의 삶은 공부가 전부여야 한다고 착각하는 이들에게(정작 본인들도 그러지 않았으면서), 여중생A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것이 작품의 최대 업적이 아닌가 싶다.





오독지수: 8.1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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