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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mmersoda Mar 26. 2016

싱가포르 거닐기

2015년 여름 #7 셋째 날 유니버설 스튜디오

호텔에서 아침을 먹은 것 같은데 어디서 뭘 먹었는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 로비 쪽으로 내려가다가 어젯밤에는 들어가 보지 못한 수영장을 멀리서 보고, 풍광이 나름 괜찮아서 아깝다고 생각했던 것 같기는 한데, 어쩌면 체크아웃을 하러 가다가 봤던 걸 수도 있을 듯하다. 확신이 들지 않는다.

멀리서 구경만 했던 수영장.


아무튼 무언가를 먹고 체크아웃을 하면서 어제 말로만 들고 통화도 못한 한국인 직원의 얼굴도 보고(참, 그녀는 전화하라는 말도 못 들었다고 했다), 캐리어를 맡긴 뒤에 일찌감치 호텔을 나섰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에 가는 날이다.

엄청나게 사람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기에 꽤 서둘러 움직였는데도 유니버설 스튜디오 게이트 앞에는 벌써부터 상당히 긴 줄이 늘어서 있었다. 몇 번이나 방향을 바꾸어 길게 길게 늘어선 줄 끝에 자리를 잡았지만, 미리부터 표를 사 오는 편이 훨씬 덜 기다려도 되고 편할 듯했다. 햇볕은 쨍쨍 사람은 북적북적 열린 창구는 드문드문. 꽤 오래 기다린 끝에 드디어 표를 살 차례가 돌아왔을 무렵에는 반드시 유니버설 익스프레스를 구입하겠다고 결심했다. 우리끼리 돌아다니는 거라면 기다리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은 일이지만,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데 어트랙션 하나 탈 때마다 엄마를 기다리게 하는 것도 좀 그렇잖아. 그런 핑계를 대며 익스프레스 티켓을 사는 정당성을 확보했다. 뫼벤픽 헤리티지에서 체크인을 할 때 받았던 센토사 지도에 딸린 10% 할인권으로 1 day 티켓은 장당 67달러, 익스프레스 티켓은 장당 50달러에 구매했다. 합계 351달러.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티켓 가격은 날짜에 따라서 조금씩 달라진다고 하는데, 그냥저냥 여행 책자에 적힌 것과 비슷한 금액이었던 것 같다.


중국어 지도밖에 없어서 한참을 헤매다가 중간부터 영어 지도를 구해서 보고 다녔다.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어트랙션은 그리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평인 모양이지만, 나는 원래 놀이기구를 못 타는 사람이다. 엄마는 더 그렇고. 그래서 우리 모두 조금이라도 무섭다는 표시가 되어 있는 건 생략하고, 그 외의 평이한 것들만 타기로 했다. 장화 신은 고양이 앞에서는 안내해 주는 분께 몇 번을 확인하고도 모자라서 출구로 나와서 나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한 커플에게까지 물어봤다. "이거 무서워? 막 떨어지는 거 있어?" 쬐금 있다는 답변을 받고도 또 오 분을 망설였다. 결국 용기를 한껏 짜내어 타고 나자 어마어마한 성취감이 밀려와서 스스로도 얼마나 뿌듯했는지 모른다. 기념사진도 엄청 찍었다.

다시 봐도 뿌듯하다.


날씨는 중간에 비가 잠깐 오기는 했지만 전반적으로 맑고 화창하고 가끔 산들바람까지 불어와서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점심은 유니버설 스튜디오 안에 있는 패스트푸드를 이용했는데, 치킨과 어니언 링, 콜라 같은 걸로 세 명이서 29.6달러에 이용했다.


재미있었고, 실컷 놀았다.

사람들이 가방을 맡기고 비명을 지르며 노는 기구는 타지 않았지만, 가장 유명하다는 트랜스포머도 탔고 마다가스카 회전목마도 탔으며, 줄을 서서 기다리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막상 들어가 보니 나름 재미있었던 허리케인이 부는 영화 촬영장을 재현해둔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어트랙션도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그리고 차마 주라기 공원까지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없는 용기까지 죄다 짜내어 가까스로 올라탔던 캐노피 플라이어, 침 뱉는 느낌까지 생생하게 전해지던 슈렉, 어떻게 작동시키는지를 몰라서 계속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높게 높게 띄워버렸던 익룡……. 이렇게 쓰고 있으니 왠지 엄청나게 재밌었던 것 같아서 또 가고 싶어 지는 것 같기도 하다. 막상 가면 또 거의 못 타겠지만.


익스프레스 티켓을 이용하여 바로 입장하다 보니, 해가 떨어지기도 전에 우리가 입장할 수 있을 만한 놀이기구는 거의 다 즐길 수 있었다. 미련 없이 밖으로 나와서 몇 가지 기념품을 고르고, 이제는 뫼벤픽에 맡겨둔 짐을 찾아서 샹그릴라로 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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