괄괄한 성격의 나는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일도,
심지어 그것이 실제 벌어지는 일이라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했다.
TV에서나 보던 왕따 사건이 이렇게 가까운 사람, 나의 가족이 겪고 있을 거라고는.
맞은 날은 셀 수 없이 많았다고 한다. 도움이 필요했을 것이다.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게 싫었고 혼자서 감내하면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스무 살이 넘어 술을 마시게 되었을 때, 가족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우리에게 아픈 상처를 보여주었다.
너무나 덤덤했고, 너무나 아무렇지 않은 말투에
가족들은 말을 잃었다.
한 살 차이였던 나와 동생은 같은 중학교를 다녔었고, 동생이 그렇게 가기 싫었을 등굣길을 항상 함께 했었다.
내가 기억하는 동생은 항상 키 큰 아이들 사이에 둘러싸여 있었다.
누가 봐도 키가 작고 통통한 안경 재비 내 동생이 어울리지 않은 아이들이었는데,
왜 난 눈치채지 못했을까. 왜 그들이 친구라고 생각했을까. 나는 왜 아무것도 몰랐을까.
그 말을 들은 나는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미안해. 누나가 미안해. 눈치채지 못해서. 지켜주지 못해서.
오래돼 딱딱하게 굳어져버린 지금의 동생의 상처가 피를 흘리고 있을 때 난 무엇을 했는가.
감히 상상할 수 없는 그 아이의 고통을 이제야 알게 된 나 자신이 싫고 밉다.
내 동생은 잘 자라주었다.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그 아이는 인격적으로 성숙해졌고 지금은 꽃을 피우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그 일에 미칠 수 있는 성인이 되었다.
나의 동생.
내가 재수를 할 때, 내 동생도 고3 수험생이었지만
천덕꾸러기 누나 때문에 아무도 동생을 신경 써주지 못했다.
오히려 부담이 커진 누나를 신경 써주라며 학원조차 줄였다고 한다.
동생은 묵묵히 주어진 공부와 주어진 하루하루를 끝냈다.
동생은 원하는 학교와 원하는 과에 한 번에 붙었고 의대 진학을 권유한 아버지께 이렇게 말했다.
가난하게 살아도 좋아요. 하고 싶은 일하면서 행복하게 살게요. 죄송합니다.
동생은 눈이 부시게 멋진 남자가 되었다. 겉모습이 아니라 진정으로 아름다운 내면을 가진 그런 남자로.
부끄럽지 않은 누나가 되어야겠다.
어느샌가 내 삶의 반성문이 되어버린 동생이 나를 창피해하지 않도록.
떠들썩하게 표현하지 않아도 항상 가족들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 찬
동생의 미래와 행복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앞으로 어떤 장애물이 닥쳐도 잘 극복한 내 동생에게,
새로운 세계로 첫 발을 내딛는 사회인이 된 내 동생에게,
나의 애정을 듬뿍 담아.